역대 산업부 장관들 쓴소리…"이대로 가다간 따라잡힌다"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2024. 10. 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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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
"인텔 위상 하락, 남 얘기 아니야…전방위적 지원 필요"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 넘어 국가 경쟁력, 국가 안보와 밀접
연합뉴스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역대 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개최한 특별대담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일본 도시바의 몰락과 미국 인텔의 위상 하락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보조금·직접환급제도 등 실질적 지원책 마련 시급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미국, 중국 및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하여 기술 혁신 및 선점을 위해 앞다투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중국과 대만에 갈수록 뒤처질 수 밖에 없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며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상실케 하는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하는 경제 용어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의 2D Scaling에 기반한 DRAM 성능 향상 추세가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수직구조 낸드플래시와 유사한 적층형 3D DRAM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향후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및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한국이 후발국가 대비 보유한 DRAM 분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경계했다. 황 석좌교수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과 메모리 분야 경쟁력 저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장래에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 및 산업계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지원,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 아냐…국가 경쟁력과 직결"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각한 전력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윤상직 전 산업부장관은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4가지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23년 기준 약 144GW)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만 49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장관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타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여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시스템 메모리 더딘 발전, 메모리마저 위협

특별초청 자격으로 대담에 나선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시대의 기술 혁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가진 특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직 장관들은 공통으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한계와 후발국의 추격 및 전력 수급 등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에 대한 경고와 동시에 AI 시대의 도래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를 위해 △기술 혁신 가속화 △인프라 선제 확보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이 해결 방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적 한계 극복과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산·학·연·정 협력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도시바와 인텔 사례는 한때 확고해 보이는 시장 지배력도 기술 혁신의 실패와 투자 또는 지원 실기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교훈을 깊이 새기고,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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