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 역사상 전무후무한 ‘7700억 낙찰’ 사건의 전말
2025년 6월, 국내 경매 시장은 전례 없는 해프닝으로 술렁였다. 경기 김포시 월곶면의 123평 토지가 법원 경매에서 무려 7700억원에 낙찰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최저입찰가 7122만원의 1만배가 넘는 금액이자, 감정가(1억2983만원) 대비 낙찰가율이 59만%를 넘는 기록적인 수치였다. 경매 업계에서는 “만약 법원이 이 낙찰을 허가했다면 국내 경매 역사상 최고가 낙찰자로 남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경매 개시 이후 한 차례 유찰된 뒤, 단 한 명의 응찰자가 입찰에 참여해 발생했다. 하지만 이 엄청난 낙찰가는 응찰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표 작성 과정에서 숫자를 잘못 기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입찰표 작성 실수, 어떻게 1만배 초고가 낙찰로 이어졌나
경매 입찰표에는 한글로 천억·백억·십억·억·천만·백만·십만·만·천·백·십·일 순으로 단위가 표기되어 있고, 그 아래 빈칸에 금액을 적게 돼 있다. 하지만 해당 낙찰자는 천만 단위부터 써야 할 숫자를 천억 단위부터 기재했고, 나머지 네 칸(천·백·십·일)은 빈칸으로 남겨두었다. 이로 인해 실제 의도와 전혀 다른, 터무니없는 금액이 입찰표에 적히게 됐다.
입찰보증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770만원을 적어야 했으나, 천억 단위부터 숫자를 써 내려가 770억원으로 기입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입찰표 실수는 ‘0’을 하나 더 붙이는 식으로 일어나지만, 이번 사건은 입찰표 기재 방식 자체를 숙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특이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법원의 이례적 판단, ‘매각 불허가’ 결정의 의미
원칙적으로 경매에서 입찰표 작성 실수는 매각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입찰자는 실수로 잘못된 금액을 적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을 내지 못하면 이미 낸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2024년 11월 서울 은평뉴타운 아파트 경매에서도, 한 응찰자가 6700억원을 써내는 실수를 저질러 보증금 6400만원을 날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김포 토지 경매에서는 예외가 인정됐다. 매각 기일 당시 경매 집행관이 법률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사법 보좌관에게 판단을 넘겼고, 사법 보좌관은 낙찰자가 입찰표 기재 방식에 무지해 실수했다는 점을 인정해 ‘매각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낙찰자는 입찰보증금 712만2500원을 돌려받게 됐다. 경매 업계에서는 “입찰표 작성 실수로 인한 매각 불허가가 인정된 매우 이례적인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실수로 날아가는 보증금, 경매 시장의 ‘리스크’
경매 시장에서는 입찰표 작성 실수로 거액의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부분의 경우, 낙찰자는 최저입찰가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포기해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보증금은 국고가 아닌 채권자에게 귀속된다. 즉, 낙찰자가 손해를 보지만, 결과적으로 채권자들의 배당 몫이 늘어나고 채무자의 변제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경매 전문가들은 “입찰표 작성은 사소해 보여도,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재정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입찰표 실수, 왜 반복되는가? 경매 시스템의 허점과 개선 과제
입찰표 실수는 단순한 부주의만이 원인이 아니다. 입찰표 양식 자체가 복잡하고, 단위별로 칸이 나뉘어 있어 초보자에게 혼란을 주기 쉽다. 특히 한글 단위에 익숙하지 않은 응찰자들은 숫자를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헷갈리기 쉽다. 실제로 ‘0’을 하나 더 붙이거나, 앞자리부터 채우는 식의 실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경매 시장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입찰표 작성 안내를 강화하고, 사전에 모의 작성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전자입찰 시스템의 도입과, 입력 오류를 사전에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매 시장에 남긴 교훈과 향후 과제
이번 김포 토지 ‘7700억 낙찰’ 해프닝은 경매 시장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첫째, 입찰표 작성의 중요성과 경매 참여자의 숙련도가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둘째, 법원의 이례적 판단을 통해 경매 절차의 융통성과 예외 적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경매 시스템의 사용자 친화성과 안내 체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매 시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참가자들이 진입하는 만큼, 실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실무적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7700억 낙찰’이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은, 경매의 본질적 리스크와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