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에 김애란 소설 판매도 늘었다는데…"한국문학 낙수효과는 아직"이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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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없네요. 서점 온 김에 다른 소설책이라도 사려고요."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문학 분야 책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9.3% 늘었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한국문학에 관심을 보인 중·장년층이 한강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책도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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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체 활력은 아직? 남은 숙제 세 가지
①중·장년 귀환 ②문학성 조명 ③예산 복원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없네요. 서점 온 김에 다른 소설책이라도 사려고요.”
이달 16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만난 윤혜정(30)씨는 한강의 책을 사러 퇴근길에 들렀다가 허탕을 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의 책을 모아 둔 매대에 한참을 머무르던 그는 인근에 진열된 다른 한국소설 단행본을 집어 들었다.
이대로 한강 신드롬이 한국문학 부흥의 신호탄이 되는 걸까. 정작 출판사들은 “아직 낙수효과를 느끼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강의 책을 내지 않은 대형출판사인 민음사, 위즈덤하우스 등은 물론 그의 시집을 비롯해 여러 책을 낸 문학과지성사에서도 “한국문학 전체의 활력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문학 시장 전체 훈풍? 아직은 일러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문학 분야 책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9.3%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한강의 작품을 제외한 상승률이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도 한강이 읽었거나 읽고 있다고 언급한 책 중심으로 판매량이 뛰었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판매량이 201% 늘어난 김애란 작가의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대표적이다.
이달 16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전에서도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도서전에 참여한 출판사 문학동네는 “예년에 비해 한국문학 판권 문의가 3, 4배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훈풍이 문학 출판시장 전체에 고르게 부는 것은 아니다. 한강 관련 책이 없는 출판사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강 관련이 아닌데도 판매량이 늘었다는 책들도 대부분 대형 출판사 책 위주”라면서 “인쇄소들이 활기를 띠는 건 좋은 일이지만 모두 한강 책 찍고 있어서 신간 출간 일정 잡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에서도 “한강 책이 아닌 책들은 (판매량 증가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강 신드롬, '반짝 이벤트' 아니려면
출판시장에 노벨문학상으로 인한 낙수효과가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①중·장년층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문학 베스트셀러는 20대와 30대가 구매를 견인해 왔지만, 최근 한강 단행본의 구매자를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상 독자층의 관심이 두드러졌다”(교보문고 관계자)는 특징이 있다. 오랜만에 한국문학에 관심을 보인 중·장년층이 한강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책도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위즈덤하우스의 박태근 출판본부장은 “한국문학을 가까이하지 않던 분에게도 (한국문학 읽기를) 확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문학에 뒤지지 않는 ②‘한국문학’의 문학성 재조명도 필요하다. 그간 한국 서점가에서 문학 단행본 판매는 세계문학 시리즈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세계문학의 전통적인 정전에만 관심을 가졌던 독자들이 한국문학도 그 정도의 수준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③삭감된 문학·출판 관련 정부 예산의 복원도 숙제다. 올해에만 번역뿐 아니라 국민도서문화 확산 예산(약 60억 원), 출판 사업 지원 예산(약 45억 원) 등이 깎여나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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