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식단은 잠시 잊어라, ‘카리브해 식단’이란?

- 건강한 식단이 지중해에만 있는 건 아니다
- 익숙한 재료들도 많은 카리브해 식단의 매력

건강한 식단이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지중해식 식단’이다. 너무 많이 들어서 다소 뻔하고 지겹다 싶을 때도 있다. 세상에 바다가 지중해만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바다는 건강 식단이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무렵 발견한 또 하나의 ‘바다’ 식단이 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카리브해 식단’이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식단은 아니다. 대략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국내에 소개돼 왔지만, 여전히 지중해 식단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카리브해 식단 또한 지중해 식단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두 식단의 차이를 알아보고 카리브해 식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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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vs 카리브해

지도를 펼쳐보면 카리브해는 중앙아메리카 동쪽과 남아메리카 북쪽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좀 더 정확히는 멕시코 만 바깥쪽, 쿠바 섬 아래로 펼쳐진 바다를 가리킨다. 큰 지도로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확대해보면 수많은 크고 작은 섬들이 존재한다. 영화처럼 해적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카리브해는 섬과 해양이 주를 이루는 만큼, 단일 민족과 문화가 아닌 다민족 다문화가 형성된 지역이다. 따라서 카리브해 식단에는 각각의 지역에서 생산된 작물과 향신료, 다양한 조리법이 풍부하게 반영돼 있다. 사실 너무 많은 개별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찾으면 찾을수록 색다른 재료와 조리법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으로는 쌀과 밀, 귀리,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이 활용되며, 다양한 콩 종류가 단백질 공급원으로 들어간다. 생선 뿐만 아니라 가축으로부터 얻는 적색육과 백색육, 달걀과 유제품도 포함된다. 이 부분이 지중해 식단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지중해 식단에는 주로 해산물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중해 식단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요소를 꼽으라면 ‘올리브 오일’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비해 카리브해 식단은 코코넛 오일로 정체성을 대신한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식품군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두 가지 요소에서 차이를 보인다.

‘둘 중 무엇이 더 좋다’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양쪽 모두 각자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건강한 식습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양쪽의 특성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좀 더 맞는 방향을 선택하면 된다.

카리브해 식단의 멀티 믹스 원리

카리브해 식단에서 활용하는 식품군은 주식인 곡물류, 콩류, 동물성 식품, 과일, 채소, 지방 및 기름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섯 가지 식품군’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그 세부적인 식품 목록에서 카리브해 지역의 특색이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카리브해 지역의 영양과 식품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카리브해 식품 및 영양 연구소(CFNI)’는 여섯 가지 식품군 중 곡물류(주식), 콩류, 동물성 식품, 채소의 네 가지를 ‘영양 균형을 위한 필수 요소’로 지정했다. 또한 이들 중 두 가지, 세 가지, 또는 네 가지 모두를 조합하는 전략을 통해 다양한 식단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두 가지 조합 전략’이다. 주식으로 활용되는 곡물류와 뿌리채소를 기본으로 놓고, 여기에 콩류 또는 동물성 식품을 곁들이는 방법이다. 곡물이나 뿌리채소에 콩류를 더하면 완전 단백질을 갖추기 쉽고, 동물성 식품은 대개 그 자체로 완전 단백질이기 때문에 적합하다.

카리브해 식단의 특징적 식품인 카사바, 얌, 에도(열대 뿌리 채소) 같은 것들을 식단에 포함했다면, 완전 단백질 공급을 위해 동물성 식품을 반드시 곁들이는 것이 좋다. 이들에 콩류를 곁들이는 것은 필수 아미노산 몇 가지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합에 ‘비전분 채소’를 더하면 세 가지 조합 전략이 된다. 비전분 채소란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를 가리킨다. 카리브해 식단의 특성을 반영한 비전분 채소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익숙한 것들이 많다. 바로 토마토와 애호박, 양배추, 양파 등이다. 여기에 아스파라거스, 브뤼셀 콩나물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비전분 채소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필수 요소를 조합한 카리브해 요리

평소 권장하는 건강 식단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카리브해 특색’을 반영한 메뉴 두 가지를 소개한다.

가장 먼저 ‘펠라우(Pelau)’는 닭고기를 사용하는 요리다. 카리브해 지역에서 인기 있는 원팟 요리(one pot dish)로, 모든 재료를 하나의 냄비 또는 팬에 넣고 조리하는 방식이다. 조리법이 간편하고 모든 재료의 맛이 어우러진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닭고기를 소금, 후추, 향신료를 써서 양념을 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먼저 볶은 다음, 여기에 양념한 닭고기를 넣어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그런 다음 쌀을 추가해서 볶다가 물과 코코넛 우유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비둘기 콩과 당근, 피망을 추가한다. 끓기 시작하면 화력을 줄이고 뚜껑을 덮어 20분 정도 익히면 된다.

다음으로 ‘칼라루(Callaloo)’는 잎채소와 호박, 오크라 등을 코코넛 밀크와 함께 조리한 카리브해 지역 전통 요리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다음, 타로 잎을 넣고 함께 볶는다. 이때 타로 잎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으로 호박과 오크라를 추가해 모든 재료가 잘 섞이도록 한다. 코코넛 밀크를 부으면서 끓이고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훈제 칠면조의 뼈 또는 게를 추가하고, 15~20분 정도 중불과 약불이 중간 정도 불로 은은하게 끓이면 된다.

카리브해식 지방과 과일

앞선 여섯 가지 식품군 중 뒤로 빼놓은 두 가지는 지방 및 기름, 그리고 과일이다. 카리브해 지역의 특색을 담은 지방 및 기름 식품군으로는 앞서 요리에 사용한 코코넛 밀크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코코넛 오일과 아보카도, 땅콩버터가 포함된다. 다들 익숙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카리브해 식단이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증거다.

과일 중에서도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것들이 있다. 망고, 오렌지, 구아바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다소 낯설지만 카리브해 특색을 살린 것들로는 카람볼라, 포멜시터, 실크 무화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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