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셰프들, 연락도 어려워"…망한 줄 알았는데 '반전' [김세린의 트렌드랩]

김세린 2024. 10. 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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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흑백요리사' 신드롬에 셰프들 "최대 전성기"
화제성 하나로 출연 셰프 식당 '예약 마감' 행진
외식업계 전반 훈풍…중고·암표 거래까지 등장
인기 몰이 그 후…후속 대처에도 네티즌 '열광'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 최현석과 나폴리 맛피아가 7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에 출연한 셰프들에게 행사 관련 섭외 연락을 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최근 한 업계 관계자가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인기로 셰프들이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며 한 말입니다. 2014년 셰프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 역대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관계자는 “방송 하나가 셰프 개개인을 ‘브랜딩’하는 데 성공하면서 셰프들의 영향력을 키웠다”며 “업계에서 셰프와의 협업 경쟁이 심화한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흑백요리사’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면서 업계에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화제성 하나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올 만한 요소가 생겼기 때문이죠. ‘나폴리 맛피아’로 출연한 권성준 셰프만 해도 실제 레시피를 기반으로 편의점과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이어 자신의 식당에 대한 ‘예약 오픈런’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업계에서는 방송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침체한 외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캐치테이블이 공개한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 트렌드 리포트. 사진=캐치테이블 제공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이 발간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이후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해당 식당 저장 수는 1884%나 급증했습니다. 방송 후 예약 건수가 급증한 식당은 무려 4937.5%의 예약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출연 셰프 식당 평균 예약 증가율도 약 148%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권성준 셰프의 식당인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 예약 링크가 오픈되자 예약 ‘오픈런’을 하기 위해 11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렸습니다. 당시 캐치테이블 앱 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먹통 현상이 20분여 동안 지속됐는데요. 현재 해당 식당의 10월 예약은 모두 마감된 상태입니다. ‘빈자리 알림 신청’을 신청한 인원도 모두 100명을 초과해 서비스가 마감됐습니다.

흑백요리사 방송 내 ‘흑수저 셰프’의 식당 중 예약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요리하는 ‘돌아이’로 출연한 윤남노 셰프의 디핀 옥수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캠핑맨으로 출연한 박재현 셰프의 쇼니노, 고기깡패로 출연한 데이비드 리 셰프의 군몽 등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윤 셰프는 인스타그램에 “불안한 요식업계를 불태워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용태순 캐치테이블 대표는 “경기 불황으로 외식업계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흑백요리사 열풍과 함께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습니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을 앞세운 '고메 데이' 이벤트. 사진=오비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제공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을 앞세운 프로모션 행사도 등장했습니다. 오비맥주가 전개하는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캐치테이블과 함께 ‘고메 데이’ 이벤트를 열기로 했는데요.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각 업장만의 스페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북요리 전문가 최지형 셰프의 이북 요리 전문점 ‘리북방’과 국내 채소 요리 1인자 남정석 셰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로컬릿’이 대상입니다. 부산에서 대표 맛집으로 자리 잡은 후 서울 성수동에까지 영역을 넓힌 일식 다이닝 ‘단편소설’도 참여합니다. 예약은 캐치테이블 앱에서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단 일주일간 가능한 만큼 예약이 폭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간편식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최현석 셰프를 명예고문으로 위촉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는데요. 앞으로 최 셰프는 본인 요리에 대한 철학과 정체성이 더 깊이 반영될 수 있도록 프레시지 제품의 기획과 개발 단계에 직접 참여할 계획입니다. 이번 신제품 ‘쵸이닷 : 직원 食당’은 ‘이태원식부대찌개’, ‘바질어묵탕’ 2종으로 구성됐습니다. 회사 측은 “최현석 셰프의 도전 정신을 반영해 맛과 재미를 모두 잡은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프레시지는 최 셰프를 앞세워 협업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실제 프레시지는 2021년부터 최현석 셰프와 롯데홈쇼핑에서 ‘테이스티:맛’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바 있는데요. 최 셰프를 앞세운 다양한 간편식 제품을 선보인 결과 월평균 판매량 40만개 이상, 연간 매출액 165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표 인기 제품인 ‘한돈한우 함박 스테이크’는 올해 상반기(1월부터 지난 8월까지)에만 50억원어치가 팔리는 효과를 봤습니다.

CU, 밤 티라미수 출시.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업계도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CU는 ‘나폴리 맛피아’로 출연한 권성준 셰프와 손잡고 프로그램 속 경연에서 1위를 한 메뉴 ‘밤 티라미수 컵’을 오는 12일 정식 출시하기로 했는데요. 밤티라미수는 방송 당시 “호텔 디저트 같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 몰이에 성공한 메뉴입니다. 넷플릭스 공식 파트너인 GS25는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 ‘만찢남’ 조광효 셰프, ‘철가방요리사’ 임태훈 셰프, ‘일식끝판왕’ 장호준 셰프와 협업해 공식 IP 협업 상품 ‘편수저 시리즈’를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지자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신제품을 웃돈을 얹어 사고판다는 게시글도 등장했는데요. 한 이용자가 밤 티라미수 컵 편의점 판매가인 4900원보다 2배 훌쩍 넘는 가격에 제시했는데도 이를 사겠다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이에 권 셰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픈런까지는 너무 감사하지만 중고거래는 절대 하면 안 된다”라며 “전염병과 세균번식 등으로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권성준 셰프가 '밤 티라미수' 중고거래와 관련해 경고의 글을 올린 모습. 사진=권성준 셰프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웃돈이 붙은 중고 거래뿐 아니라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연 셰프가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인식을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권 셰프의 식당 예약권은 50만원에서 70만원 사이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예약자 2명 기준으로 150만원이라는 가격을 선제시한 사람이 등장하자 구매를 희망한 거래자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권 셰프는 “2인 70만 원 이상에 구매합니다”라는 암표 글을 SNS에 캡처해 올린 뒤 “암표 거래가 걸리면 앱에서 자체적으로 영구 블랙(정지)이다. 예약금은 환불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추가로 그가 “코스 메뉴 개수와 인당 가격을 줄이고 예약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히자 네티즌들은 “인기가 많아졌다고 해서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다. 책임감 있는 모습이 멋있다”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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