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차는 신차로 사면 손해…중고로 사야 가성비 최고인 자동차들

자동차는 사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어떤 차들은 떨어지는 속도가 유독 빠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신차로 사면 손해지만, 중고로 사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 통계 업체 아이씨카즈(iSeeCars)는 2025년 1~3월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160만 대 이상의 신차·준신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차량은 첫해에만 30~50% 이상 가치가 증발했다.
상위 리스트에 오른 차들은 성능이나 완성도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시장 구조·기술 변화·브랜드 전략 때문에 평가절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1.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 -31.5%

S클래스는 항상 ‘정점’에 있는 차다. 동시에 가장 빠르게 내려오는 차이기도 하다. 출시 1년 만에 평균 4만 5000달러(약 6,615만 원)가 사라진다.
대부분 리스로 소비되기 때문에 신차 구매자가 손실을 체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10만 달러(약 1억 4,700만 원) 이하, 최신 안전·편의 기술, 여전히 동급 최고 수준의 승차감 등을 고려할 때 S클래스는 신차가 아닌 중고로 접근할 때 비로소 ‘합리적인 럭셔리’가 된다.

2. BMW 7시리즈/i7 = -29.8%

7시리즈는 감가상각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1년 만에 3만 6000달러 이상(약 5,292만 원)이 증발한다.

문제는 차량의 품질이 아니다. 높은 유지·수리 비용에 대한 인식, 대형 독일 세단이라는 구조적 한계, i7의 경우는 초기 EV 기술에 대한 불안감 등이 중고 가격을 끌어내린다.

하지만 보증이 남아 있는 준신차 기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차 가격을 알고 있다면, 중고 7시리즈는 “이 정도면 말이 된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3. 메르세데스-벤츠 EQS = -47.8%

EQS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감가상각 사례 중 하나다. 1년 만에 평균 6만 5000달러 이상(약 9,555만 원)이 사라진다.

출시 초기의 공격적인 고가 정책, 호불호가 극명한 디자인, 이후 잇단 가격 인하와 미국 생산 중단 등이 중고차 가격을 붕괴시켰다.

하지만 중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S클래스급 정숙성과 첨단 기술을 절반 가격에 누릴 수 있는 기회다.

4. 인피니티 QX80 = -28.8%

QX80은 전형적인 “차는 멀쩡한데 시장이 외면한 모델”이다. 1년 만에 2만 4000달러(약 3,528만 원)가 사라진다.

구형 플랫폼, 최신 경쟁 모델 대비 뒤처진 기술, 5.6리터 V8의 부담스러운 연비 등이 차량 가치에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중고 가격이 충분히 내려간 시점에서는 대형 프레임 V8 SUV라는 조합을 비교적 저렴하게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다.

5. 닷지 듀랑고 = -30.8%

듀랑고는 여전히 후륜구동 기반, 실제 견인 능력, V8 옵션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1년 만에 1만 9000달러(약 2,793만 원)가 사라진다.

신차 기준으로는 구형 플랫폼, 낮은 연비, 최신 안전 사양 부족 등의 단점이 크게 느껴지지만, 중고로 접근하면 ‘근육질 SUV’라는 정체성이 오히려 매력으로 바뀐다.

6. 현대 아이오닉 5 / 기아 EV6 = -32~33%

아이오닉 5는 1년 만에 1만 6800달러(약 2,469만 원), EV6는 1만 8000달러(약 2,646만 원)가 사라진다.

이건 차량의 문제라기보다 EV 시장 전체의 문제다.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 세제 혜택 종료, 리스 물량 증가 등으로 중고 시장에서는 주행거리 짧은 최신 EV를 내연기관 준중형 가격에 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7. 닛산 리프 = -45.7%

리프는 더 이상 신차로 살 이유가 거의 없는 차다. 1년 만에 1만 6000달러(약 2,352만 원)가 사라진다.

하지만 구형 충전 규격, 기술 노후화 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단거리 출퇴근용, 세컨드카 기준이라면 중고 리프만큼 저렴한 EV도 드물다.

8. 피스커 오션 = -69%

이 차는 예외다. 약 6만 9000달러(약 1억 143만 원)에 판매된 차량이 불과 두 달 만에 2만 1000달러(약 3,087만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중고로 사면 좋다’의 영역이 아니라, 브랜드·AS·존속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가성비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문제다.

#결론

럭셔리 대형 세단, EV 초기 세대 모델, 플랫폼 노후화된 SUV 등 세 가지에 해당한다면, 신차보다 중고가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는 언제나 “얼마짜리 차인가”보다, “얼마에 샀는가”가 더 중요하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