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매력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 제네시스 GV80 쿠페 블랙

제네시스 G90 블랙이 세상에 나왔을 때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자 사람들은 조만간 다른 모델에도 블랙 에디션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맞아 떨어졌는데 G90 블랙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확인했던 탓인지 제네시스는 새로운 블랙 에디션을 빠르게 선보였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인 제네시스 GV80 쿠페 블랙은 제네시스 GV80 블랙과 동시에 선보이며 G90 블랙으로 시작된 블랙에디션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모델이다. 사실 올블랙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이전부터 꾸준히 존재해왔는데 튜닝 시장에서는 일명 크롬죽이기라는 이름으로 번쩍이는 크롬부분을 도색 혹은 랩핑해 검정색으로 컬러를 바꾸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요즘에는 블랙잉크 옵션이라던지 블랙에디션 같은 모델들이 나오면서 크롬죽이기 작업에 대한 수요가 전보다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올블랙 모델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여전히 많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크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블랙 원톤 컬러가 주는 매력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블랙 컬러의 자동차는 관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에 반해 세련미나 중후함 등으로 표현되는 블랙 컬러가 주는 매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블랙에디션의 수요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의 외관은 온통 블랙이다. 빈틈이라도 있으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검정색 물감으로 물들이듯 꼼꼼하게 채워놨다. 그래서인지 녹색 번호판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테일게이트의 제네시스 엠블럼도 블랙이라 멀리서 보면 레터링 엠블럼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안보일 정도다. 블랙에디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선호한다. 엠블럼이나 로고가 있어도 보일 듯 말 듯 튀지 않고 은근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그래서인지 GV80이나 쿠페, 블랙 등의 에디션을 상징하는 엠블럼도 없고 그냥 깔끔하게 제네시스 레터링만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이 적어서 맘에 든다. 간결하고 깔끔한 것이 세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결과물로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블랙이지만 차량의 형태나 라인 등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드러난다. 검정색이라 존재감이 덜하거나 컬러가 단순하고 심심해 밋밋해지는 느낌은 전혀 없다. 여기저기 디테일을 둘러봐도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외관에서 제네시스라는 로고가 블랙이 아닌 컬러로 드러나는 딱 두 곳이다. 본넷의 엠블럼과 브레이크 캘리퍼에 새겨진 제네시스 레터링인데 이 두 곳을 빼고는 제네시스라는 이름이 강조해 드러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이 모델이 제네시스 GV80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온통 검정색으로 치장했으니 블랙이라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컬러가 강조된 에디션이니 블랙 컬러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하자면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 졌다는 비크 블랙이라는 컬러라고 하는데 여기서 비크는 아이슬란드의 비크 지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블랙 다이아몬드 유리 안료를 사용한 것이 더욱 깊이 있고 고급스러운 컬러감의 이유라고 하는데 설명을 듣고 다시 자세히 보면 단순히 펄이 들어간 일반적인 블랙보다는 뭔가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실내까지 온통 완전 검정색으로 채워 넣었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블랙 컬러이긴 하지만 소재와 기능적인 특징에 따라 유광과 무광, 명암과 농도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고급 소재가 돋보여야 하는 부분에는 블랙을 조금 약하게 넣어 질감을 살리는 식이다. 그래서 실내는 상당히 고급스럽다. 블랙이라는 모델명답게 전체적으로 블랙 컬러의 통일감은 느껴지면서 소재와 질감을 꼼꼼히 살려 실내 공간을 완성했다. 블랙컬러로 정돈된 실내는 단아한 느낌이다. 번쩍번쩍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컬러 대신 화려한 기능들 때문에 심심하기가 힘들다. 컬러는 단아하지만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화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온통 블랙이라서 그런지 디스플레이나 공조장치 컨트롤 부위는 더욱 도드라져 시인성이 상대적으로 더 좋게 느껴진다. 외부와 내부 모두 이 정도라면 블랙이라는 모델명에 충분히 어울린다 하겠다.  

GV80 쿠페 블랙의 가격은 3.5ℓ MHEV 기준으로 1억원이 넘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억965만원부터 시작으로 GV80 쿠페 대비 1000만원 정도가 차이 나는데 이 정도라면 국산 모델에서 거의 가장 비싼 차에 속한다고 이해하면 되는데 실제로도 국산 모델 중에서는 더 비싼 모델이 몇 개 없다. G90 블랙에디션이 약 1억 2천만 원 정도이고 국내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라 불리는데 GV80 쿠페 블랙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만큼 고가 모델이란 의미인데 그래서 고가의 제네시스 플래그십 SUV 모델답게 성능은 물론이고 웬만한 기능이나 옵션은 거의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편의 기능이나 안전과 관련된 옵션등도 마찬가지로 그냥 거의 다 기본으로 지원한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제네시스의 다른 모델들에서 지원하는 기능이라면 GV80 쿠페 블랙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의 모든 기술, 모든 옵션, 그리고 좋은 소재와 고급스러운 것들은 모두 한데 모아 만들어 놨으니 상품 구성이 좋은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사실 1억원이 넘는 모델에서 그런 상품구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제 1억원이라는 가격의 타이틀은 전보다 의미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제네시스는 국내 브랜드고 아직도 국산 자동차의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고 하면 “진짜?” 라며 놀라 되묻는 사람이 아직 많긴 하다. 하지만 수입차 중에서는 1억원이 훌쩍 넘는 모델들이 워낙 많기도 해 차량 가격 1억원이 넘으면 럭셔리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문제가 없었던 시기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아무튼 GV80 쿠페 블랙에는 제네시스가 고급차량을 만들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편리한 옵션,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최첨단 기능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그런 기능들만 운전하며 꼼꼼하게 경험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와이드 모니터에 보이는 기능들을 경험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디스플레이의 화질도 화질이거니와 다양한 기능들이 빼곡히 담겨진 모니터는 최첨단 기능부터 안전, 즐거움 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운전자의 정신을 빼놓는다. 어떤 기능은 놀랍고 또 어떤 기능은 즐겁다. 사실 신기한 것들도 많다. 디퓨저 기능 같은 기능을 경험하다 보면 이런 것들도 된다고? 하는 부분들이 많다. 간단한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실내 공간이 콘서트장이 됐다가 따뜻하고 시원하게도 바뀌고 좋은 향기가 가득한 릴렉스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 모델은 앞자리만큼 뒷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많은데 뒷좌석의 공간이 워낙 넉넉해 거주성도 매우 좋다. 2열 공간의 시트는 넓고 편하며 안락하다. 뒷좌석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 개의 디스플레이인데 작동시키자 넷플릭스부터 유튜브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가득 차 있다. 케이블을 연결하면 휴대폰이나 노트북과 연결도 가능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프리미엄 모델답게 2열에도 웬만한 기능들은 별도로 다 지원해 공조장치나 열선 및 통풍 시트, 햇빛가리개 등으로 각자의 취향에 맞게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장거리 이동시에도 불편함 없이 충전 소켓 등은 넉넉하다. 뒷좌석도 각도조절이나 슬라이딩 등이 가능해 불편함이 없고 헤드쿠션에 머리를 대고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쇼퍼드리븐이라고 불러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일 정도로 무척 편하고 안락하다. 외부에서 보는 디자인보다 내부 공간은 충분히 넉넉하고 여유로워 만족감이 크다.

차에서 휴식을 취할 때 도움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인데 고급 모델인 만큼 뱅앤올룹슨의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됐다. 공간을 꽉 채우는 사운드가 심적인 만족감을 높여준다. 내부에는 총 18개의 스피커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앞자리나 뒷자리에서 모두 하이엔드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차 안이 콘서트홀 같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뛰어난 방음 성능과 탁월한 스피커 성능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사운드는 꼭 경험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특히 이 모델에는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의 음장 특성을 재현하는 가상 3D 서라운드 음향 기능인 프리미어 3D 사운드도 경험할 수 있어 오디오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나 청각에 예민한 사람일수록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실내의 곳곳을 경험해 본 후 도로로 나섰다. 역시나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운동성능은 인상적이다. 시승한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3.5ℓ 터보에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더한 모델로 최고출력은 415마력, 최대토크는 56㎏∙m를 발휘한다. 이렇게 큰 덩치의 차체가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정숙성이었다. 조용함을 강조하는 최고급 럭셔리 대형세단들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놀라운 정숙성은 SUV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벗어나 SUV도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조용하게 이동한다. 소리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어떤 소리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고요함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기능의 작동소리나 음악 등이 더욱 크고 선명하게 전달된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에도 1.6리터 엔진이 장착되어 있는 세상이지만 이 정도 차체에 3.5ℓ 터보 엔진을 장착해 놨으니 가속 페달을 살짝 살짝 밟을 때 마다 속이 다 후련할 정도로 시원스럽게 치고 나간다. 아 이런 매력적인 펀치력이라니. 이만한 덩치에서 이런 재미난 기분이 느껴질 줄이야. 역시나 넉넉한 배기량이 보여주는 민첩한 움직임은 달리는 즐거움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반응도 빠르고 도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저중속 영역에서 운전의 즐거움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응답성도 재빠르고 요구한대로 민첩하게 움직인다. 저속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이다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성격이 바뀌면서 훅하고 치고 나가는 모습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육중한 차체는 빠르게 반응하며 중속에서 고속으로 그대로 쭉 속도를 올리며 고속으로 넘어가는데 미션의 움직임이나 엔진의 반응에 군더더기가 없다. 배기량이 받혀주니 고속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도 주저하거나 머뭇거림도 없다. 그대로 고속으로 진입하며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모습이 매력적인데 운동성능이 수준급이라는 사실이 손과 발을 통해 그대로 느껴진다. 엔진의 힘에서 여유가 느껴지니 쥐어짠다는 느낌보다는 넉넉함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조급해 하지 않고 넉넉한 기분은 고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조급함 없이 조금은 여유로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에서도 정숙성은 그대로고 운전은 편하고 쉬우니 조금은 이질감이 들지만 금세 적응해 어느 샌가 운전을 즐기게 된다. 가속페달을 밟은 발끝의 느낌이 가볍고 경쾌하다. 그만큼 즐겁다는 의미다. 

한참을 달리면서 다시 한 번 감탄하며 느낀 것은 이 모델의 서스펜션 세팅값이다. 너무 출렁대지도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은 바로 그 어딘가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최적의 값을 찾아내 적용한 것 같은 그런 느낌. 새로운 제네시스 모델이 발표 될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제네시스의 서스펜션 세팅값을 두고 칭찬하지만 이건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제네시스 서스펜션 성능과 세팅값은 그 어느 브랜드의 어떤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서스펜션 연구원들이 이 최적의 세팅값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실험과 노력을 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마다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감탄의 이유는 타본 사람만이 안다.

이 정도 덩치의 차량이 이렇게 운전하기 쉬운 것도 의외지만 날렵한 외형에 달리기 성능도 시원스럽게 잘 달리고 또 달리는 동안 실내 공간은 조용하기 그지없으니 이건 대체 무슨 성격의 캐릭터인지 살짝 종잡을 수가 없다. 여기에 국내 도로 환경과 신호 및 시스템에 꼭 맞춘 주행보조기술까지 더해지니 운전은 더욱 쉬워지고 최대한 안전하며 쾌적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누군가 “1억이 넘는 가격이면 이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델보다 더 높은 가격에 이 정도 만족도를 전해주지 못하는 차량도 사실 없지는 않다. 1억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왜 제네시스를 타느냐고 소위 그돈씨 타령을 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타보고 얘기해보라고 시승을 권해보고 싶다.

GV80 쿠페 블랙을 시승하면서 이 모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요소들과 장점 및 다양한 특징들을 경험해보니 상당한 매력을 가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탄탄한 기본기와 우수한 성능, 높은 완성도에 세련된 블랙 컬러로 완성한 GV80 쿠페 블랙이 GV80 쿠페 판매량을 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GV80 쿠페 블랙이 고성능 SUV를 구입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