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패스 트래블러2 "철지난 올드가 아닌 격조있는 클래식"

최신 기술이 있다고 한들 '고전(古典)'의 맛과 향을 대체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고전은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언제나 수요가 존재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소설, 영화뿐 아니라 게임에서도 '고전 명작'이 존재하는 이유다.
고전 JRPG 추억은 많은 이들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성행한 해적판 CD라든지, 컴퓨터 기사가 설치해 준 복돌이라든지 말이다. 선형적인 스토리 중심의 턴제 RPG 그리고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은 최신 기술력과 그래픽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감성'이 남아있다.
오랜만에 고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나왔다. '파이널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등으로 전세계에 고전 JRPG를 각인시킨 스퀘어에닉스의 신작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2편이다.
올드가 아닌 클래식이다. 더욱이 감성은 그대로인 채 HD-2D 그래픽, 현대적인 카메라워크, 화려한 이펙트 등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란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시스템 대부분은 이번 후속작까지 이어졌다.
전작을 안 해봤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을 계승했을 뿐 스토리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작의 단점이 이루 남아 있어도 장점을 뚜렷하게 발전시켜 두드러지진 않는다.
장르 : JRPG
출시일 : 2023년 2월 24일
개발사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PC / PS4 / PS5 / 닌텐도 스위치
■ 밤과 낮, 필드 커맨드 통해 시리즈 테마 '여행'의 재미 극대화

여행을 떠난다는 시리즈의 테마가 한층 강화됐다. 단순히 월드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 아니다. 전작이 단순히 갈림길에 놓인 보물상자를 줍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변화의 핵심은 '낮과 밤'의 추가다. 밤낮 시스템은 이미 많은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고, 시간에 따른 구성의 변화는 익숙한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이 게임은 버튼 하나로 손쉽게 밤낮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것도 플레이어의 몫인 셈이다.
밤낮은 단순히 배경, 필드 오브젝트 등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밤에 능력치가 상승하는 캐릭터의 특수 능력 트리거가 되기도 하고, 독특한 이벤트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마을 인물들의 배치와 구성, 전투 난이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의 고유한 필드 커맨드에도 변경점이 있다. 밤낮에 따라 서로 다른 능력이 있다. 예시로 '스로네'의 낮 필드 커맨드는 '훔치기'다. 밤은 '기습'이다. 즉, 밤낮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게임의 진행이 조금씩 달라진다.

필드 커맨드는 서브 퀘스트의 진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필드 커맨드의 활용 방식이 중요하다. 항상 같은 자리에 존재하는 NPC도 있지만, 퀘스트와 연관된 주요 NPC는 밤낮 둘 중 한 시간대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필드 커맨드를 가진 캐릭터를 한 파티에 어떤 식으로 구성하냐가 핵심이다.
예시로 서브 퀘스트 '잠꾸러기 어부'를 살펴보자. 문제의 어부는 밤늦게까지 놀다가 늦잠을 자는 인물이다. 이 어부를 늦잠 자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힌트는 "허구한 날 늦잠이라니까! 일찍 자라고 말했는데"라고 말하는 동료 어부의 대사 하나뿐이다.
답은 낮에 기절시켜 일찍 재워버리면 된다. 이 때 필드 커맨드가 중요하다. 스로네의 기습은 기절류 커맨드이지만 밤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해결을 위해 낮에 어부를 기절시킬 수 있는 '히카리'나 '오슈트'의 커맨드가 필요하다.
이처럼 임무 위치와 경로 등이 표시되는 최근 게임과 달리 옥토패스 트래블러2는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추리해야 한다. NPC의 대사에서 힌트를 얻고, 직접 필드를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과정은 플레이어가 직접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 여행의 이정표와도 같은 '파고들기' 요소

전작에서도 호평 받은 파고들기 요소는 후속작에서도 이어진다. 여러 가지 직업을 키워가며 얻는 다양한 어빌리티와 서브 퀘스트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희귀 장비 등을 조합하는 재미는 확실하다.
어떤 식으로 파티를 조합하냐에 따라 적을 쉽게 이길 수도, 어렵게 이길 수도 있다. 부족해 보이는 무기나 어빌리티를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반복 플레이가 요구된다. 이를 어디까지 조절하냐에 따라 깊이감이 달라진다.
단순히 메인 스토리만을 쭉 밀고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만 게임을 즐긴다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퀘스트 클리어 시 해금되는 '히든 직업'이라던가, EX 어빌리티 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레벨을 올리고, 재화를 벌어 장비를 구매하여 강해지는 직관적인 구조이 아니다. 그리고 히든 직업이나 EX 어빌리티 등이 서브 퀘스트와 연관이 있는 만큼 캐릭터 육성 역시 모험의 일부다.

옥토패스 트래블러2의 파고들기 최대 장점은 이 모든 것들이 선택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플레이 타임 증가를 위해 의무적으로 진행하거나 반복할 필요는 없다. 모두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각 캐릭터의 파밍을 최강의 장비인 '역전'까지 맞춰준다거나, 서브 퀘스트를 이어가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히든 보스까지 도전해보는 것 등 파고들기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목표를 어디까지 설정하냐에 따라 즐길거리가 천차만별인 셈이다.
현실 세계의 여행도 정답이 없다. '트래블러'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본인의 이정표를 어디에 찍을지는 온전히 플레이어 스스로의 몫이다. 게임을 100% 모두 즐겼던 50%만 즐겼던 옥토패스 트래블러2의 여행에 만족했다면 그걸로 OK다.
플레이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해답을 찾아다니는 여행,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옥토패스 트래블러2가 게이머들에게 주고자한 메세지일테니까.

■ 전작의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한 스토리와 전달 방식

여덟 명을 의미하는 'Octo'와 길을 뜻하는 'Path', 그리고 여행자의 'Traveler'가 합쳐진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이름에 걸맞게 주인공 8명 각각의 서사에 중점을 뒀다. 이 기조는 후속작에서도 이어진다.
전작은 개별 스토리에 중점을 두는 바람에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주인공이 왜 모험을 떠났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무슨 이유로 다 같이 모였는지 등 배경에 대해서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했다.
스토리 빼면 갓겜이란 오명을 들었던 만큼 개발 초기부터 스토리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시스템이 '크로스 스토리'다. 각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콘텐츠다. 이를 통해 서로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 등을 다방면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아울러 배경을 넓혔다. 전작이 중세 시대 지중해 연안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진행된 반면, 후속작은 증기기관 등이 개발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이다. 스팀펑크, 마공학 등이 존재하는 만큼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제약 요소가 적다.

스토리텔링의 장치와 신규 시스템의 기획 의도는 좋았어도 이를 보여주는 구성과 방식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개별 스토리 간의 이음새를 만들고 과정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인공 두 명이 한 화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 외에는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2D 캐릭터의 말풍선 대화에만 스토리텔링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크다. 인물의 표정 등의 비언어적 표현을 느끼지 못하기에 전달력이 다소 떨어진다. 더욱이 모든 캐릭터의 전개 방식이 비슷한 것도 한몫한다.
물론 옥토패스 트래블러 특유의 파고들기 요소나 전투 몰입감을 보고 시작한 게이머라면 크게 의미는 없을 수 있다. 전작에 비해 훨씬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토리를 매우 중요시한다면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1. HD-2D로 한층 진화하는 도트 그래픽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BGM
2.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하는 다양한 퀘스트와 필드 콘텐츠
3. 플레이타임 50시간 이상을 보장하는 탄탄한 파고들기 요소
1. 전작과 마찬가지로 따로 노는듯한 스토리
2. 말풍선에만 의존한 스토리텔링과 연출
3. 단조로운 맵 디자인과 던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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