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멈춘 삼성전자, 이번엔 '100배 성과급 격차' 시험대
메모리 '6억' vs DX '600만원'…노노 갈등
반발 거세도 DS 인력 앞세워 가결 무게

삼성전자 노사가 예고된 총파업을 불과 한 시간 반 앞두고 극적인 잠정합의를 이뤄냈다. 100조원 규모의 생산 차질 우려라는 최악의 파국은 면했지만, '조합원 표결'이라는 막판 변수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TV·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보상 격차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총파업 직전 극적 타결…이제는 조합원 투표
투표는 모바일을 통한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투표 대상은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과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조합원이다. 이는 지난 21일 오후 2시 기준 명부에 포함된 조합원들에 한해 적용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임금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성과급 보상안을 두고 입장 차가 첨예하게 엇갈리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자 정부에서도 나섰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달 11~13일과 18~20일 각각 삼성전자 노사와 1차, 2차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2차 사후조정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로 인한 총파업 우려감은 커져갔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시점이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로 예고돼있었다는 점에서다.
총파업 반나절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인 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삼성전자 노사를 다시 한 번 대화 테이블에 앉혔고 약 6시간의 협상 끝에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총파업을 한 시간 반가량 앞둔 20일 오후 10시 30분께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잠정합의안으로 총파업은 유보됐으나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투표는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찬성표가 과반을 넘어야 최종 가결된다.
"메모리는 6억인데"…DS·DX 보상 격차 논란
잠정합의안을 들여다보면 DS(반도체)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과 성과급 지급 한도 폐지 등이 담겼다. 노사 합의에 따라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률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정했다. 또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하기로 했다. 여기에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에 달하고 DS부문 직원 수가 7만8000명에 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실적 개선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6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자사주 형태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만 즉시 매각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1년, 또 다른 3분의 1은 2년간 매각을 제한한다.
반면 DX부문과 고객서비스(CSS)사업팀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의 예상 성과급과 비교하면 DX부문 직원들과의 보상 격차가 최대 100배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잠정합의안에 불만족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그간 적자를 내왔던 사업부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는 부문 재원 등으로 억단위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지만 이는 올해 성과급에 한해서다.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기본 경영 원칙을 깰 수 없는 만큼 적자사업부에는 공통 지급액의 60%만 지급하는 패널티를 주기로 했고 이는 2027년부터 적용된다.

동행노조 반발 변수…가결 가능성은 높아
이와 별도로 DX부문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에서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교섭 요구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며 초기업노조의 교섭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투표가 진행되기 전 전삼노와 동행노조에는 조합원 수가 급증하기도 했는데, 이는 DX직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고자 노조 가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2600여명에서 21일 오후 기준 1만2000여명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삼노도 지난 19일 1만5000여명이던 조합원수가 21일 오후 기준 1만9000여명으로 불어났다.
다만 동행노조는 현재 투표권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동행노조는 이에 반발해 이날 오후 12시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정문 앞에서 2026년 임금교섭 잠정협의안에 대한 노조 입장을 밝혔다.
초기업노조도 이와 관련 공문을 통해 "동행노조는 2025년 10월22일 전삼노가 제안한 2026년 임금협상 공동교섭 구성에 참여 의사를 밝혀 같은해 11월10일 출범한 공동교섭의 참여 노조였다"며 "그러나 2026년 5월4일 '참여 종료' 공문을 통지했고 이를 공동교섭단이 수령한 바 같은해 5월4일부터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 참여노조 지위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잠정합의안은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 소속 노조 지위를 상실한 이후인 2026년 5월20일 공동교섭단과 사측 사이에 체결된 것"이라며 "따라서 체결 당일 기준 공동교섭단에 참여한 노동조합만 투표 권한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부문별 임직원 수를 고려할 때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수는 12만8000여명 수준이다. DS부문 직원들은 전체 임직원수의 60%에 달하는 7만8000여명으로 집계된다. 여기서 메모리사업부 직원수가 3분의 1에 해당하는 2만7000여명이다.
현재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는 DS부문 직원들의 가입률이 월등히 높다. 만약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 직원 일부가 반대표를 던진다 하더라도 이들의 인원은 2만명에 불과하다.
초기업노조가 진행 중인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의 참여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총 선거인수 5만7290명 가운데 3만2882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57.4%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DX직원들이나 DS부문에서도 일부 사업부 등에서 이번 잠정합의안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조합원 표결을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메모리사업부나 나머지 공통재원을 받을 수 있는 DS부문 직원 수 등을 감안했을 때 가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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