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의 관점] 만신창이 신세, 카카오가 지금 살아남는 법

박용후 2024. 10. 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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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꾼 혁신에도 정부와 정치권 압박에 빈사 상태
논란 있는 계열사 해외 자본 먹잇감 되면 누가 좋을까

(시사저널=박용후)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카카오 수난시대다. 창업자는 구속되고, 택시부르는 일상을 혁신했다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년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당했다. 카카오페이도 이런 저런 이유로 정부당국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중이다. 갖가지 이유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카카오그룹은 해체 수준까지 이를 것이다. 만약 SM인수관련 건이 유죄가 선고되면 더 이상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소유가 아니게 된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에 실패하면 이 회사에 투자했던 TPG와의 관계도 틀어지게 될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성장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람 잘날 없는 회사 내외부 상황을 보면 카카오의 미래는 시계(視界) 제로다. 지금의 카카오 상황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을 보는 듯 하다. 움직이다 술래에게 걸리면 총살당하는 그 장면이 오버랩된다. 작은 움직임에도 사정기관의 눈초리는 매섭다. 

조선시대에 육시(六屍)라는 형벌이 있었다.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묶어 그 줄을 소나 말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당겨 사지(四肢)를 찢어죽이는 끔찍한 형벌이다. 현재 시점 카카오가 당한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업총수는 이미 구속됐고, 공정위, 금감원, 검찰에 계류된 사건만해도 수두룩하다.  지금의 카카오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보다는 변호사들과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미팅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로 바뀌는 변곡점인 지금 경영진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도 힘들텐데 지금 처한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성장을 위해 준비했던 많은 혁신들이 이미 멈췄거나 좌초 직전이다.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준비했던 미 증권사 시버트 인수건은 이미 좌절됐고, 카카오가 만든 일본 내 1위라는 웹툰 플랫폼 '픽코마'도 언제 상장할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던 유럽 1위 모빌리티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건도 현 상태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황은 더 어렵다. 사우디 빈살만의 투자금 1조2000억 원을 받았을 때 꿨던 꿈은 이미 수포로 돌아갔다.  SM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희망은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이고, 희망적으로 추진했던 상장이란 말은 입밖에 내기도 힘들다. 임직원들은 당장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개인투자자를 보유한 카카오 주식의 가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인재를 모으기 위해 내걸었던 스톡옵션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더 암울한 현실은 카카오의 주가가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선 "카카오 주가는 오늘이 가장 비싸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카카오 개인투자자들의 숫자는 현대자동차와 네이버의 개인투자자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카오 여러 계열사 가운데 집중포화를 맞는 회사의 중심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있다. '콜 몰아주기' '타사 콜 수수료 의혹' '분식회계 의혹' 등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각종 혐의로 칭칭 감겨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어떻게 해야할까?  눈치 빠른 SK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함께 만든 '우티택시'에서 지난 7월 발을 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격당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본 SK티맵모빌리티가 해당 시장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자명하다.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는 시장환경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 의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택시기사들의 평균수입이 플랫폼 도입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도, 고객들이 택시를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일상이 바뀌어도 욕은 욕대로 먹고, 정부의 거센 압박에 시달릴 뿐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단 한푼도 내지 않는 기사들이 전체 기사의 70%가 넘고, 전 세계에서 수수료가 가장 낮다는 사실도 대한민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로컬 스탠다드의 격차가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정부에 억울함을 호소해도 그 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고, 억울함이 커질 수록 미래동력도 더 빠른 속도로 상실될 것이다.

예전 카카오모빌리티에게 기회가 있었다. MBK가 8조 원대에 인수한다고 입질을 한 적이 있다. 커다란 꿈을 갖고 "이동의 일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했겠지만 지금은 후회가 될 뿐이다. 영국, UAE,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혁신 사례를 배우려고 한국에 온다. 구글의 웨이모도 중국의 자율주행차도 이제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 정부는 두들겨 패기 바쁘다.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젠 회의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택시부분을 과감히 매각하고 사업모델을 바꿔야 한다. 우리 이동생활의 중심에 외국 브랜드 모빌리티 플랫폼이나 외국자본이 자리잡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중국 우한에서는 이미 선보인 완전자율주행차가 생활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조차도 없다. 카카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김범수라는 흙수저 출신 창업자가 힘겹게 이룬 부(富)의 절반을 기부해도, 카카오의 슬로건처럼 '일상'을 과거보다 훨씬 편하게 바꿔도 좀처럼 카카오에 대한 차갑고 싸늘한 시선은 바뀌기 힘들어보인다.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의 중심에 들어간 사업들은 '골목'에 갇히고, 작은 기업들을 아무리 제 값 받고 사줘도 돌아오는 건 '문어발'이라는 비판뿐이다.  스타트업들의 성장생태계 조성에 큰 기여를 해도 정부의 시선은 차갑고 따가울 뿐이다. 이제 카카오는 골목을 벗어나야 하고, 함께 뛰어보자고 했던 그 다리들을 잘라내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뒤, 이 폭풍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생존해 있다면 그렇게도 카카오를 옥죄었던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것이다.  "당신들이 한 짓들은 대한민국의 IT발전에 큰 기여를 했느냐. 상대를 옥죄었던 많은 것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공정하게 처리했느냐"라고. 그렇게 앞장서서 카카오를 옥죄었던 그들은 그날이 오면 뭐라고 말할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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