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보낸 술 팔아요”…`명절테크` 하다 범죄자 될 수도
술·건강기능식품 등 거래 제한 품목 다수
"거래 정보 알리고 안전관리 체제 늘려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추석 연휴에 받은 선물세트를 중고거래하는 이른바 ‘명절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개인이 거래를 할 수 없는 금지 품목이 거래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단순한 중고거래라고 생각했다가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활성화와 이용자 안전을 위해 거래 정보를 더 알리고 안전 보장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거래가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이 보낸 선물세트에는 전통주 2병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류면허법 제5조와 조세범 처벌법 제6조에 따르면 술은 온라인에서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된다. 주류를 함부로 되팔면 무면허 주류 판매 및 제조 혐의가 인정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주류 이외에도 한약과 다이어트약 등 의약품은 약사법 제 44조에 따라 중고거래가 제한된다. 지역사랑상품권과 문화누리카드, 온누리상품권, 에너지바우처 등 정부·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된 물품도 관련 법률에 따라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된다. 하지만 연휴 전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녹용이 포함된 한약의 판매글이나 ‘전통시장 ㅇㄴㄹ 상품권 팝니다’, ‘전통시장상품권 만원권 12장 11만원에 팔아요’ 등 금지 품목을 판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세컨웨어)과 3월 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식품과 의약품 불법 판매·알선·광고 행위를 점검한 결과 총 3267건(식품 1688건, 의약품 1579건)의 불법 판매가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중고거래가 허용되는 분야를 몰라서 생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윤모(28)씨는 “한번은 고구마를 팔려고 했는데 글이 입력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찾다가 식품 거래는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며 “소비자가 불법거래 항목을 일일이 알 수 없으니까 플랫폼이 잘 걸러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32)씨는 “나도 검색하기 전까지 어떤 품목이 거래되는지 몰랐다”며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과잉규제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중고거래를 막기 위해 관련 정보를 알리면서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술은 청소년의 비대면 불법 거래 위험이 있고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규제하는 것”이라며 “중고거래 참여자들은 거래 전 숙지해야 할 정보에 잘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플랫폼 회사는 거래 안전성을 책임지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플랫폼에서 거래제한 상품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고 규제 당국은 거래상황에 대한 정보를 플랫폼 업체로부터 확보해 개인 간 거래를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식약처는 이용자의 혼란이 잇따르자 지난 5월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서 1년간 건강기능식품의 소규모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거래할 제품은 모두 미개봉 상태여야 하며 제품명과 건강기능식품 도안 등 제품의 표시사항을 소비자가 모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식약처는 이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중고거래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개인 간 거래 환경과 이용자 보호를 실현하기 위해 플랫폼 차원에서 불법 거래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는 정책적·기술적 고도화를 비롯해 관련 기관 및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개인 간 거래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만큼 건강한 환경 조성과 안전 거래에 동참을 이끄는 가이드와 소통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 말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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