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승인' 한발 물러선 교육부…복귀가 관건 '공은 의대생으로'
내년도 1학년 7천500명 교육 '난제'…협의체 출범 탄력 붙을 듯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서혜림 기자 = 정부가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던 기존 입장에서 결국 한발 물러섰다.
29일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교 총장과 만난 교육부는 '2025학년도 복귀'라는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각 대학이 재량껏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하도록 했다.
의과대학 학사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그동안 수차례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의대생들을 자극하면서 올해는커녕 내년도 복귀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의료계와 대학, 학생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로써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고심 끝에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란 요구를 수용한 만큼 내년도에 학생들이 복귀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해 휴학한 학생과 내년 신입생을 합하면 내년도 의대 1학년 인원이 최대 7천500명에 달해 복귀 후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요지부동' 의대생에 결국 조건 없는 휴학 허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40개 대학 총장들과의 영상 간담회에서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 여부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공식화했다.
교육부는 간담회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회 각계 의견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하고,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난 지 약 8개월 만에 정부가 '동맹휴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정부는 학생들의 올해 복귀를 계속 설득해왔으나 2학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자, 지난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동시에 의대생들의 휴학계 '기습 승인'을 감행한 서울대를 상대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대학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전제 조건으로 의대생들의 자율적 휴학 승인을 내걸었을 때도 동맹휴학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에도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은 유급이나 제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의료계와 의대생들의 반발을 샀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총장은 학생 휴학을 조건 없이 승인하고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했고, 서울대 의대생 약 100명은 지난 21일 종로구 서울대 의대 입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당한 보복 감사를 즉각 중단하고 학생의 휴학할 권리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대학 총장들의 휴학 자율승인 건의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총장들은 전날 건의문에서 "의대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압박했다.
이날 영상간담회에서도 의대 운영 40개교 총장들은 의대생들의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하게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다간 자칫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무산으로 의대 개혁이 물건너가는 것은 물론 교육부가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입장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 '학사시계' 움직일까…내년 최대 7천500명 수업도 '부담'
그간 대학들은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고자 1학기 성적을 '미입력' 상태로 두거나 등록금 납부 기한을 연말로 연장하는 등 고육지책을 써왔다.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한 곳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의대생 휴학을 조건 없이 승인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이 대거 유급·제적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
대학들은 학칙상 1회 휴학 신청 기간은 최대 1년(2개 학기)이어서 2025학년도에는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생들은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그 외 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휴학계를 제출한 한 의대생은 "원래 이렇게 (승인) 돼야 했던 것이었다"며 "학생들의 대정부요구안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의대협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비롯한 8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은 의학회가 계속 요구했던 일"이라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대생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수업을 듣지 못한 의대생과 내년도 증원된 의대생을 합한 1학년생 숫자는 7천500명에 이른다. 학교로서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많은 수의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 난제가 주어진 셈이다.
회의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7천500명, 단언컨대 교육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1학년이 전문적인 실험, 실습수업을 많이 하게 되는 2027년에 대한 준비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그 시기를 어떻게 대비할지 대학별 해결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un@yna.co.kr,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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