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트럼프 "우리 모두 미국 위해 총맞았다…Fight"

버틀러=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2024. 10. 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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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찍부터 행사장에 지지자들 '장사진'
땡볕에 5~6시간 서서 트럼프 등장 기다려
피격 현장에서 다시 유세 연 후보는 처음
"12주전 우리 모두 미국 위해 총 맞았다"
연설 도중 여러 차례 '파이트' 구호 외쳐
해리스 겨냥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
없던 장벽 생기고 스나이퍼 추가 배치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버틀러 팜쇼 행사장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최철 기자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카운티에 위치한 '버틀러 팜쇼(Farm Show)에는 5일(현지시간) 오전 일찍부터 빨간색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 선거 구호) 모자를 일부러 맞춰 쓴듯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유세 찬조 연설이 오후 2시부터 시작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녁 6시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연단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으려는 지지자들의 발길은 막지 못했다.

주로 가족 단위나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입은 티셔츠도 한결같이 트럼프 사진과 구호들이 적힌 것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오전에 버틀러 팜쇼에 도착한 사람들도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행사장안에 들어가는데만 최소 1시간 반이 소요됐다. 

연단 주변의 청중석은 바로 동이 났고, 오후 1시쯤에 입장한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기까지 무려 5시간 이상을 그늘도 없는 초원에 서서 기다려야했다.

10월이지만 이날 유독 날씨가 더웠던데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모인 탓에 중간에 쓰러져서 구급차로 후송되는 사람도 생겨났고, 나이 든 사람들은 지쳐서 땅바닥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행사장 연단 왼쪽으로 예전에 없던 컨테이너 장벽이 설치됐다. 최철 기자


이날 트럼프 유세가 예정된 '버틀러 팜쇼'는 다름 아닌 지난 7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를 다친 곳이다.

당시 트럼프는 구사일생으로 큰 부상을 피했지만, 총격범의 총격으로 연단 옆 청중석에 있는 시민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암살 시도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기 때문에 두번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장소일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한달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석달 만에 이곳에서 대규모 현장 유세를 열면서, '암살 시도에서 살아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또다시 각인시킨 것이다. 

특히 선거인단 19명의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의 최대 접전지로 꼽히며, 전문가들은 초박빙 선거 구도하에서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가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주전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미국을 위해 총에 맞았다"며 "신의 은혜와 섭리로 사악한 괴물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우리를 중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피격후 곧바로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피격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어서, 두 번 다시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말을 뒤집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뉴멕시코에서 친언니 가족과 함께 유세장을 찾았다는 노라(58)씨는 "총알이 귀를 스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실제로 하늘이 도운 것이고 기적이라고 확신한다"며 "암살 시도 현장에서 다시 유세를 한다고 해서 꼭 직접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사장 상단에 걸려 있는 대형 성조기. 최철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간에 지난 7월 피격 직후 청중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 채 했던 '싸우자(fight·파이트)' 구호를 여러차례 외쳐 이곳에서 다시 유세를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7월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처음으로 트럼프 유세 현장에 등장해 "이번 선거는 1천표, 500표 차이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아는 모든 사람에게 유권자 등록 및 투표를 독려해달라"며 "헌법과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이겨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 부정의 소지가 있다'며 우편투표, 조기투표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지지자들에게 사전 투표를 신신당부하고 있다. 

실제 이날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오전 일찍부터 '장사진(長蛇陣)'을 치자, 트럼프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권자 등록을 대행하거나 조기투표를 권했다. 

자원봉사자 저스틴(33)씨는 "지난번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 몇표 차로 졌느지 아느냐"며 "8만4천표 차이였기 때문에 우리도 우편투표, 조기투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행사장 주변의 기마대 모습. 최철 기자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최근 '중동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 거의 3차 대전에 가까이 갔다"며 "내가 집권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명하다면 나라밖의 적인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한 내부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두고는 "그들이 쿠데타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장벽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스나이퍼들. 최철 기자


한편 이날 버틀러 팜쇼 유세장은 지난 7월과 비교해 달라진 점도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가 엄격하게 진행돼 사실상 차키 열쇠 꾸러미와 휴대전화 정도만 반입이 가능했다.

연단 주변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됐고, 지난번 총격범이 지붕에 올라간 건물 방향에는 컨테이너 차량을 연이어 붙여 장벽을 만들었다. 컨테이너 위에는 비밀경호국 소속 저격수가 지키고 있었다.

행사장과 가까운 피츠버그에서 살고 있어 지난 7월 유세 때에도 왔었다는 크리스(54)씨는 "지난번 때는 경호에 대한 관심은 없었고, 사고가 터진 후에 나중에 뉴스를 보고 허술한 점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며 "오늘은 없던 장벽도 있고 곳곳에 스나이퍼가 있는 걸 보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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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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