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어가는 중고차 딜러들] 위기 해결책은 '가격 신뢰성·품질보증 시스템 구축'
<下> 신뢰회복만이 열쇄
중고차 딜러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는 가운데 매매조합을 중심으로 불법행위를 근절하거나 보증기간을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중고차 보증기간을 법적 의무 기한보다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상 중고차 명의이전일로부터 30일 2천㎞까지 법적으로 보증해야 하지만 이 기간을 넘겨 60일 4천㎞까지 보증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최대 12개월까지 보증하는 공제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장현창 인천조합장은 "대개 1달이면 하자가 나오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인증중고차 등 신뢰성 있는 상품을 선호해 우리도 선제적으로 보증기간을 늘리는 사업을 벌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증 문제와 함께 중고차 딜러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허위매물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팔 의사가 없는 차량을 올려놓은 뒤 소비자가 매장으로 방문하면 다른 차로 유도하는 수법이다.
지난 2020년 인천 서부경찰서는 허위매물 사기를 친 중고차 딜러들을 사기미수 및 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려 중고차 구매자를 유인한 뒤 당초 팔기로 했던 470만 원 상당의 차량가액에 6배가 넘는 2천880만 원을 요구하고 차액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 일당들은 구매자가 이를 거부하자 차 안에 30분 간 감금하고 폭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엠파크조합은 이런 허위매물 및 기타 불법행위 들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구매자가 허위매물을 신고하거나 서구청에서 민원을 접수받으면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허위매물 등 불법 행위가 밝혀지면 곧바로 해당 상사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뒤 퇴출시켰다.
또 엠파크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동화기업은 우량상사 및 신뢰도가 높은 상사에 대해 임대료를 최대 6개월까지 면제해주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한때 전체 사무실 중 절반만 찼던 엠파크타워는 현재 공실이 없으며 전시장의 차량들 역시 가득 찬 상태다.
엠파크조합 관계자는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조합 측에서 강도 높게 허위매물 등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평가가 좋은 상사를 유치하는 등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중고차 딜러들도 과거의 관행과 단절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현도 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앱이나 온라인을 통해 경매 방식으로 차량을 매입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큰 마진을 남길 수 없다"며 "특히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고 거래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면서 성능에 대한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때 소비자 53%가 찬성했고 기존 딜러에게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3%였다"며 "중고차 딜러들이 가격 신뢰성, 품질 보증, 교환·환불 등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대기업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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