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에 운명 건 오리온, 멈춰버린 K푸드 영토 확장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 제공=오리온

오리온 해외사업의 축이 중국과 러시아 두 시장에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 사업이 급성장하며 성과를 키우고 있다. 반면 베트남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다소 주춤해졌고 인도법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은 점진적인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 다변화는 정체 상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오리온의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64.8%다. 중국법인이 39.8%로 가장 높았으며 베트남법인 14.4%, 러시아법인 9.8%, 인도법인 0.8% 순이다. 한국법인은 35.2%를 차지했다.

러시아 급성장, 중러 합쳐 절반

오리온 해외법인 매출 중 중국의 비중이 4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법인의 매출 비중은 2022년 43.8%에서 2023년 40.0%, 2024년 40.5%를 거쳐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39.8%를 기록했다.

절대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다소 정체되는 흐름이다. 중국법인 매출은 2022년 1조2749억원에서 2024년 1조270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 누계는 9704억원이었다.

오리온은 중국법인을 기반으로 신제품 출시, 간접영업 체제 전환, 간식점 대응 등 다양한 전략을 폈지만 매출 성장세는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했다. 반면 영업이익 비중은 45% 안팎으로 매출 비중보다 높아 중국 경기둔화 등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한 것은 러시아법인이다. 러시아 매출 비중은 2022년 7.2%에서 2023년 6.8%, 2024년 7.4%를 거쳐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9.8%로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은 237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7.1% 급증했다.

이는 거래처 확대와 신제품 출시 효과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39.8%)과 러시아(9.8%)를 합친 비중이 49.6%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두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성장둔화, 인도 적자지속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매출 비중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2년 16.2%에서 2023년 16.1%, 2024년 16.4%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14.4%로 떨어졌다.

매출은 351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 성장에 그쳤다. 중국(5.0%), 러시아(47.1%)에 비해 저조하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원가 부담 및 판촉활동 등 시장비용 상승의 여파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수출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공장을 가동한 인도법인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시장 개척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도 매출 비중은 0.8%로 미미하다. 영업이익은 2021년 -44억원에서 2022년 -117억원, 2023년 -157억원, 2024년 -172억원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가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122억원으로 다소 축소됐다. 하지만 흑자전환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리온은 2021년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의 특성상 현지화와 유통망 구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대비 신규 시장 공략 소극적

북미·유럽 등 신규 시장 직접공략에 나선 경쟁사들과 달리 오리온은 기존 진출지역 중심의 점진적 성장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 생산·판매거점을 확대하기보다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웰푸드, 농심 등은 미국·유럽에 생산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은 기존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 등 4개 생산거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리온이 지난해 발표한 8400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르면 한국 진천통합센터에 4600억원(수출물량 확대), 베트남 하노이 3공장에 1300억원, 러시아 트베르 공장 증축에 2400억원이 배정됐다. 투자 규모는 작지 않지만 K푸드 확장기를 맞은 업계 분위기에 비하면 다소 보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러시아를 제외한 한국, 중국, 베트남의 매출 성장률은 한 자릿수 중반에 그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지만 성장 정체가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업에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 혹은 주주환원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리온 측은 신규 시장 진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시장 형성과 사업타당성을 검증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일 브랜드의 매출이 수백억원 이상까지 확대되면 시장이 형성됐다고 판단해 직접진출을 타진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시장이 형성된 다음에 사업타당성을 판단한 후 직접수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인도법인은 사업이 안정되는 데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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