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침습내시경수술로 척추수술의 새 패러다임을 열다
다른 외과수술과 마찬가지로, 척추수술의 최신 트렌드 역시 ‘최소 침습’이다. 작은 구멍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조직 절개를 최소화함으로써 환자의 부담을 크게 낮춘 척추내시경수술이 바로 그것.
24년 동안 이 수술을 5000건 가까이 시행한 바로선병원 진건형 병원장을 만나 척추내시경수술에 관한 궁금증을 풀었다.
진건형
바로선병원 제3·4·5대 병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외래교수
척추의 경우 다른 부위에 비해 수술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수술이 필요한 증상에는 무엇이 있나?
디스크가 약간 커진 팽윤 디스크나 경증 디스크는 약물 치료나 물리 치료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터져도 70% 정도는 비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하다. 감각 마비 등의 마비 증상, 특히 회음부 부위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대소변 장애가 나타날 때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최소침습척추수술이란 무엇인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가능한 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수술하는 방식이다. 기존 척추수술은 피부와 근육을 모두 절개해 시행한다면, 최소침습척추수술은 1cm 미만으로 피부만 절개한 뒤 내시경을 삽입해 병변을 직접 보면서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협착증을 치료한다. 기존 내시경수술 방식인 단방향 내시경수술과 비교적 최신 수술법인 양방향 내시경수술로 나뉜다.
단방향, 양방향 내시경수술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단방향 내시경수술은 피부에 지름 7mm 정도의 구멍을 내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모두 삽입하는 반면,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5mm 정도의 구멍 두 개를 내 한쪽에는 내시경을, 다른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삽입한다. 단방향 내시경수술은 조직 손상을 더 적게 하면서 디스크를 치료하는 데 적합하고, 양방향 내시경수술은 치료 공간이 넓고 움직임이 자유로워 디스크는 물론 뼈를 제거하는 협착증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내시경수술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도 있나?
척추관협착증에는 척추관 중앙이 좁아진 협착증이 있고, 디스크가 주저앉으면서 척추관에서 신경 다발이 옆으로 빠져나오는 공간인 추간공이 좁아지는 추간공협착증이 있다. 추간공협착증은 내시경수술로는 치료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시경으로는 추간공을 넓힐 방법이 별로 없는 데다 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내시경수술보다는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것이 낫다.
기존 수술 방식에 비해 내시경수술이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부를 많이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와 통증이 적다. 근육 같은 조직의 파괴가 거의 없어 회복이 빠르고, 수술 부위의 통증이 심하지 않아 일주일 이내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수술 후 4주까지는 보조기를 착용하지만 이후부터는 기립근 강화 운동도 할 수 있다. 내시경으로 수술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어 수술의 정확도가 비교적 높은 것도 장점이다.
고령 환자도 수술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내시경을 사용하지 않는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근육이나 뼈를 많이 제거하다 보니 출혈량도 많은 편이다. 심장이 약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수술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내시경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고 뼈도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기 대문에 출혈량이 적다. 허리 마취나 국소 마취로도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시간이나 회복 기간도 짧아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도 수술을 할 수 있다.
수술을 통해 효과를 본 환자 사례를 소개해 달라
얼마 전 2번, 3번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환자가 내원했다. 이 경우 허리가 아니라 고관절, 허벅지 앞, 무릎에 통증이 생긴다. 또 허벅지 힘이 떨어져 걸음을 아예 걷지 못하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이 환자는 내원한 바로 다음 날 내시경수술로 터진 디스크를 제거하고 나서 고관절과 무릎 통증이 사라져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 아니라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만큼 이 환자도 수술을 받고 다음 날 바로 일을 하러 갔다.
척추수술 후에는 특히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다. 내시경수술이 감염 관리에도 유리한가?
모든 수술은 환자의 조직이 많이 손상될수록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혈량이 많다 보면 출혈 부위가 세균의 배지가 될 수 있고, 손상된 근육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척추 디스크는 섬유질이기 때문에 염증이 굉장히 빨리 번지는데, 디스크가 녹으면 척추뼈를 타고 염증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진다. 척추에서 만들어지는 혈액이 매우 많다 보니 자칫 골수염이나 전신 염증으로 번질 수도 있다. 반면 내시경수술은 출혈량이 적고 기존 조직과 황색인대, 뼈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감염 위험이 현저히 낮다.
재발 가능성은 없나?
피부를 절개해 디스크를 완전히 긁어내고 인공디스크를 넣는 수술은 재발하지 않는다. 디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수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발률이 3% 정도다. 그렇지만 내시경수술은 터지거나 흘러나온 디스크만 제거하고 정상 디스크는 남겨놓기 때문에 오히려 재발률이 낮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척추 건강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나?
척추 건강을 챙기기 위해선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앉는 자세나 서 있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수영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허리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기를 권한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8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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