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까치수염’에서 발견하는 자생식물 산업화의 길

김동선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26. 5.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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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칼럼에서 ‘잊힌 자생식물, 다시 식탁에 올려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고광나무를 소개한 바 있다. 고광나무는 단순히 식용 자원의 재발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자생식물이 산업적 잠재력을 지닌 자원임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나 국내에는 여전히 과학적 검증과 활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미활용 자생식물이 많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식량 및 자원 안보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는 지금, 이러한 자생식물을 국가 전략 자원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갯까치수염’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해안가에 자생하는 이 식물은 염분과 건조한 환경을 견디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과거에는 ‘갯까치수영’ 등으로 불리며 나물이나 약용으로 활용되던 친숙한 식재료였지만, 식생활의 변화와 함께 점차 우리 식탁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갯까치수염의 잎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품원재료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는 산업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준비된 자원’으로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어서다.

최근 연구는 이러한 전통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갯까치수염 추출물은 지방 축적 억제와 대사 개선 가능성을 보였고, 관절 염증 반응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됐다. 나아가 미세먼지 때문에 생긴 호흡기 염증을 완화하고, 위염 및 장 질환 모델에서도 점막 보호와 염증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갯까치수염이 현대인의 생활 환경과 밀접한 건강 문제에 대응할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 우리의 생활 환경을 돌아보면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호흡기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해 관절 질환과 만성 염증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식습관 변화로 인한 대사질환 역시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천연 유래 소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아무리 효능이 입증되더라도 원료의 안정적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화는 어렵다. 이에 연구 현장에서는 농업기술센터 및 농가와 협력해 재배 기술을 확립하고, 성분 표준화와 생산 공정 최적화를 병행하고 있다. 이는 자생식물을 단순한 자연 채취 자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원료로 전환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더 나아가 미활용 자생식물의 산업화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고야의정서 체제 아래에서 생물자원은 곧 국가 경쟁력이며, 이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하느냐가 산업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R&D)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표준화·인증·산업 연계를 아우르는 정책적 지원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아울러 지역 기반 재배와 연계한 산업 모델을 통해 농가 소득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할 필요도 있다.

한국 곳곳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자생식물이 많다. 이들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발굴–검증–표준화–산업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전략이 필요하다. 갯까치수염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식탁에서 잊힌 식물이 이제 국가 산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시점이다.

김동선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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