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자본적정성 점검]⑧ 라임펀드 200억 투자한 농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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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 시대, 금융회사의 생존능력을 살펴봅니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의 투자 행태와 투자 결과도 금융회사 자본적정성 점검 리스트 중 하나로 포함될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자금의 성격,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금융회사 못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안팎의 소식통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최근 수년간 과거보다 다소 리스크있는 투자에 열중했는데, 이 영향과 경향이 어떻게 전개될 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 투자 사례는 라임펀드 투자다. 라임펀드는 부실기업의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인수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대상이다. 최근에는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밑작업을 농협중앙회가 하고 있다. 자금조달에 있어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는 농헙협동조합법과 정부 지침으로 건전한 투자를 하도록 규정받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라임펀드의 경우,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8년 2월 판매사 NH투자증권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개방형 메자닌펀드 '새턴'에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를 2019년 9월 환매받았다. 라임 새턴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60%, 주식에 30% 비중으로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CB, BW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사모로 발행된 메자닌은 신용등급이 없거나, 투자적격등급의 마지노선인 BBB급 이하인 경우가 많다.

이는 현행법 위반은 아니지만 리스크 측면에서 다소 아슬아슬하게 보여지고 있다. 농업협동조합법은 '여유자금의 건전한 운용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중앙회는 자기자본의 확충을 통한 경영의 건전성을 도모' 등의 구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농협은 △채권형 수익증권 △최고 주식편입비율이 30% 이하인 수익증권 △투자적격등급(평가등급 BBB-이상)의 평가를 받은 증권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농업협동조합 여유자금 운용대상 중 유가증권의 범위'를 행정규칙으로 적용받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민 조합원으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자기자본을 확대하는데, 라임펀드 투자는 이러한 농민들의 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도 있었던 결정이었다.

다만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다행히 농협중앙회는 라임펀드의 1조원대 환매 중단사태가 일어나기 한 달 전인 2019년 9월 NH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액을 환매받았다. 이를 두고 투자 및 환매 적절성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금감원의 대치 기류 또한 조성되고 있을 정도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농협중앙회의 투자 행태는 아슬아슬하다.

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농협은 정부의 자본창구로 많이 쓰여왔고 일어나는 현상을 법적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며 "라임 때 왜 이렇게 많이 집어넣었는지, 정경분리(정치와 경제의 분리)가 다른 것이 아닌데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경제성장률, 집값, 주가 하락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농협의 자기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8.5%에서 7.1%까지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료=한국은행)

농협중앙회의 고위험 추구 투자는 라임펀드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운용시스템 솔루션 기업인 노아에이티에스와 상호금융 해외 및 대체투자시스템 정비 작업을 오는 2024년 5월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에 비해 고위험·고수익 특성을 나타내는 투자대상으로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을 일컫는다.

물론 대체투자라고 해서 무조건 고위험 투자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호금융특별회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상호금융특별회계는 상호금융자금의 건전한 운용 및 효율화를 도모하고자 일반회계와 구분해 도입한 농협의 독립회계다. 무엇보다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하는 자금이다. 하지만 운용 현황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회원조합으로부터 예수금을 조달해 유가증권 투자와 대출금으로 운용하는 농협중앙회의 상호금융사업손익은 2022년 3301억원으로 전년(9111억원) 대비 63.8% 급감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유가증권 평가·처분손익 감소, 파생상품 거래·평가손실 확대에 따른 기타영업비용 증가로 4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상호금융 자산의 약 80%를 유가증권으로 운용하는 가운데 유가증권 운용의 위험선호도가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국공채 등 안전자산 비중은 낮아지는 한편 외화유가증권 및 대체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의 손실 발생이 자본적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향후 1년간 나타날 수 있는 경제성장률 하방리스크(GaR) 등을 고려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부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 농협의 자기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8.5%에서 7.1%까지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농협에 적용되는 규제기준인 5%와 맞닿은 수치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높아진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연체율 상승, 수익성 악화 지속 등으로 예금취급기관의 신용 및 유동성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말 농협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8%, 1.58%로 각각 1년 전보다 0.31%포인트, 0.27%포인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