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력사도 “고용대책 없다”···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1642명 ‘실직 위기’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결정을 내렸지만, 발전사와 협력사들은 수년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재취업·고용안정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업계의 ‘고용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폐쇄 예정 발전소 하청노동자 10명 중 7명은 실직 위기에 직면했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전5사(동서·서부·중부·남부·남동발전)로부터 받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시 전환계획과 관련해 협력사가 제출한 자료 원본’을 보면, 협력사들은 다수 인력에 대해 명확한 고용대책이 없다는 취지로 원청인 발전5사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발전5사가 국회의 ‘발전소 폐쇄 시 인원 재배치 계획’ 자료 요구에 답하기 위해 지난 7~8월 협력사들로부터 보고받은 것이다.
자료를 보면, 2036년까지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28기에서 일하는 협력사 하청노동자 2377명 중 1642명(69.1%)이 재배치 등 계획 없이 해고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남동발전에서는 703명 중 441명이, 남부발전에서는 397명 중 236명이, 동서발전에서는 733명 중 558명이, 서부발전에서는 417명 중 370명이, 중부발전에서는 127명 중 37명이 고용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다.
협력사들은 고용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원청에 명확하게 보고했다. 남부발전 하동 1~6호기(2026~2031년 단계적 폐쇄)에서 55명을 고용하고 있는 협력사 한전산업개발은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가 가속화·대규모화돼 재배치가 불가하다”고 했다. 남동발전 영흥 1~2호기(2034년 폐쇄)에서 110명을 고용한 수산인더스트리는 “운전·경상정비 분야 입찰 재개 및 낙찰 여부에 따라 재배치 계획 수립 가능”이라고 했다.
대규모 실직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거의 없었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2020년부터 계속 밝혀 왔다. 지난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기 가운데 28기를 단계적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가 제기되자 2021년 7월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노동전환 지원방안)’에서 기업의 사업재편·전환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직무전환과 전직·재취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전5사는 ‘노동전환 지원방안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나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이 사례가 있느냐’는 허 의원실 질의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발전5사가 이 같은 상황을 국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허 의원실이 지난 7월 발전5사 원청에 질의했을 때 발전5사는 “인근 사업장 재배치 예정” “재취업 알선 등 지원”이라고 답했다. 허 의원은 “재배치 계획이 사실상 허구였던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이 ‘정의로운 전환’이 되려면 고용불안 문제부터 분명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의원은 “저탄소 경제 전환은 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신산업 분야로의 직무 전환과 재취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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