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가 아쉬운 세 가지 이유

조회수 2022. 12. 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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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디즈니+

디즈니 플러스의 신작 [커넥트]는 매니악한 장르물의 대가로 잘 알려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기괴함과 잔혹함이 예상되는 매력적인 소재에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이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하면서 기대감을 모았다. [커넥트]는 과연 그 기대를 충족했을까?

장기 매매 조직에 납치된 한동수(정해인)는 수술대 위에서 두 눈을 빼앗긴 채 죽어간다. 잠시 후, 상처에서 기괴한 형상의 촉수 다발이 돋아나면서 이리저리 찢기고 벌려진 상처가 순식간에 아문다. 절대 죽지 않는 신인류 ‘커넥트’인 그는 한쪽 눈만 되찾고 겨우 도망친다. 며칠 후, 동수는 통증과 함께 누군가의 시야와 연결되는데, 그의 잃어버린 눈을 이식받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연쇄살인마 오진섭(고경표)이다. 동수는 눈을 되찾기 위해 진섭을 쫓기 시작하나,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르는 동시에 장기매매 조직의 표적이 되어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최이랑(김혜준)이 동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초반 에피소드가 주는 첫인상은 장르물 팬에게 꽤 흥미롭게 다가올 법하다. 미이케 감독 특유의 B급 고어, 슬래셔 색채가 드러나도록 시각적으로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잔인한 신체 훼손 장면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커넥트의 난도질된 상처와 절단된 신체 부위에서 기괴한 형태의 촉수들이 자라나 엉겨 붙으며 회복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정해인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에서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잃어버린 눈의 시야가 공유될 때마다 강렬한 통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김혜준은 [구경이] 속 케이를 연상케 하는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톡톡 튀는 모습과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고경표은 음침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아름다운 죽음을 추구하는 시한부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잘 소화해낸다.

이미지: 디즈니+

그러나 아쉽게도 [커넥트]가 끝까지 시청자를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일본어 문장을 직역한 듯한 대사가 늘면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어색하게 들린다. 또한 일본의 만화 실사화 영화 특유의 장면 연출이 점점 많아지는데, 캐릭터들과 잘 어우러지지 않아 괴리감이 느껴지고 인물의 감정선에 이입하기 어려워진다. 그 예시로, 이랑과 동수의 관계 변화다. 커넥트를 찾아다녔다는 이랑이 처음 접근했을 땐 냉랭하게 굴던 동수가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커넥트임을 알자마자 기쁘다며 키스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괴리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더 큰 문제는 설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극 초반, 동수는 신체 재생 능력은 있어도 싸움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 없는 듯 전투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중반부의 격투 장면에서는 마치 신체에 숨겨진 내공이 있는 것처럼 주먹을 피한다. 또 동수는 빼앗긴 눈을 통해 오로지 진섭의 시야만 공유할 수 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후반부에서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서로의 뇌를 침범해 생각으로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넓게 보면 나중을 위한 복선으로 읽을 수 있지만, 마치 중간에 잘못 끼워 넣은 듯 어색하게 연결된다. 앞서 등장한 복선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설정과 복선이 몰아치듯 등장하면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드라마의 마무리도 어쩐지 엉성하다. 동수를 노리던 장기 매매 조직은 이랑이 갑작스럽게 데려온 거구의 커넥트에 의해 무참히 전멸하고, 고작 총으로 동수에게 맞서려던 진섭은 결국 그에게 제압되고 눈도 빼앗긴다. 게다가 제대로 끝났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동수와 이랑은 - 아마도 커넥트를 만들어낸 정도제약회사일 것이 분명한 - 새로운 조직의 헬기부대에 둘러싸이는 긴박한 상태로 엔딩을 맞이한다. 커넥트의 진정한 정체와 끝나지 않은 진섭과의 관계까지 모든 실마리를 다음 시즌으로 떠넘기는 모양이 되면서 [커넥트]는 마치 미완성인 이야기의 허탈한 전반전처럼 느껴진다. 시즌 2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될 마무리를 지었는데, 다음 시즌에서는 좀 더 나은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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