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에 이르러 사람은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삶의 무게를 견뎌낸 지혜로 성숙해지거나, 세월의 겁만 덧입은 채 추잡한 티를 내며 살아가거나. 후자의 길을 택한 이들에게는 공통된 패턴이 존재한다. 그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성숙하지 못했고, 시간을 살았지만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연륜은 방어막이 되고, 나이는 면죄부가 되어 자신의 추함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이 글은 그러한 노년층에게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4가지 추잡한 특성을 직시한다. 이는 비난이 아니라 경고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거울이기 때문이다.

1. 환상이 남긴 집착: 섹스
나이가 들면 성적 욕구가 사라진다는 통념은 현실과 다르다.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줄어들 뿐이다. 신체는 쇠퇴하고 사회는 금기를 부과하지만, 내면의 욕망은 여전히 꿈틀거린다. 이 괴리가 만들어내는 것은 왜곡된 표출이다. 부적절한 성적 농담, 젊은 이들을 향한 외모 품평, 은근한 신체 접촉. 이 모든 것이 당사자에게는 무해한 친밀감의 표현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받는 이에게는 명백한 경계 침해다.
문제는 권력의 비대칭성이다. 나이와 지위가 만들어낸 권력 관계 속에서 노년층은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상대가 느끼는 불편함보다 자신의 욕구가 우선이다. 이는 자기중심성의 극치다. 성적 판타지 자체는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것이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순간 윤리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성숙한 인격은 자신의 욕망을 성찰하고 적절히 관리할 줄 안다. 그러나 추잡한 노년은 연령이 주는 면죄부 뒤에 숨어 무책임한 행동을 정당화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욕망을 드러낼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를 먹었기에 더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2. 티를 내는 도덕적 우월감: 꼰대근성
추하게 나이든 사람들은 항시 자신의 도덕성을 드러내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언제나 티를 낸다. 이전투구의 이해득실 다툼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언제나 자신만의 도덕적 원칙을 고집하며 고상함을 지키려 한다. 대체로 이런 사람은 항시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점잖게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보세요"라고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결론이 마련되어 있다. 그것을 바꿀 생각은 없다. 사람들의 의견을 자신이 내린 결론으로 몰고 갈 궁리만 한다. 궁지에 몰리면 나이와 권위로 밀어붙인다. 결국에는 감춰진 의도가 폭로된다. 그들이 상대에게 의도하는 바는 자명하다. 충성심 가득한 복종이다.
어른대접은 옆구리 찔러 받으려고 해서 받아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는 과시는 오히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의 공로를 빛바래게 할 뿐이다.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가도 떨어져나가게 마련이다. 티가 나는 꼴불견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덕은 과시하지 않는다. 진정한 어른은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살아온 삶이 말해줄 뿐이다. 하지만 추잡한 노년은 입으로 자신의 도덕을 설파하고, 태도로 자신의 고상함을 과시한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추잡해진다.

3. 고집으로 변질된 진실
아내와의 다툼이 잦아지는 나이다. 사소한 말다툼이지만 사소함에 묻어 있는 시간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신혼부부와는 달리 중년 부부의 삶은 함께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심오한 깊이가 있다. 부부싸움의 원인 가운데 1위는 무엇일까? 심오한 깊이만큼이나 심오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니 심오한 원인은커녕 단순하다. ‘싸가지 없는 말투’ 때문이란다.
흔한 농담이 있다. 남편이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설거지하던 아내는 한심한 듯이 묻는다. "텔레비전에 뭐 있어?" 남편이 대답한다. "먼지." 부부 싸움이 시작된다. 객관적 사실을 말했는데 왜 싸움이 날까? 사실에 담긴 주관적 진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소한 한 마디 말이지만 그 한 마디 말 때문에 수많은 시간을 견뎌온 인고의 상처가 터졌기 때문이다.
고집은 진실의 가면을 쓴 불안이다. 자신의 생각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확고하다면 굳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추잡한 노년은 자신의 진실에 대한 내적 확신이 없기에 외부로 더욱 강경하게 표출한다. 고집은 소통을 차단하고 관계를 경직시킨다. 그리고 결국 고독을 자초한다.

4. 자기기만: 생존 전략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를 정당화하고 자기 고집과 편견 속에 산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을 견디기 힘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견디기 위해서 우리는 어쩌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기를 기만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기기만은 생존 전략이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는 것은 자존감에 상처를 낸다. 그래서 우리는 외부로 책임을 돌린다. 자녀와의 소원한 관계를 자녀의 불효로만 해석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사회 구조의 탓으로만 돌리며, 건강 문제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만 치부한다
자기기만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의 기회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는 학습된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피해자 의식을 강화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정서적 부담을 전가한다. 추잡한 노년은 자기기만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늪은 점점 깊어진다.

결론
추잡한 티를 내는 노년의 4가지 특성은 사실 노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인간 보편의 약점이며, 나이가 들수록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신체적 쇠퇴, 사회적 지위의 변화, 죽음에 대한 불안이 이러한 방어적 태도를 강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가 문제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년을 맞이한다. 그때 우리는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 추잡한 티를 내며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삶의 무게를 견뎌낸 지혜로 존경받는 노인이 될 것인가? 선택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추함을 직시하는 용기, 그것이 성숙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참고 도서 : 마흔의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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