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태균 게이트, 명태균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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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 논란이 '게이트' 수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일개 정치 브로커가 "한 달이면 대통령 하야와 탄핵" "국무총리 추천" 등 황당 발언을 쏟아내고 "대선 때 내가 한 일을 알면 자빠질 거다" "내가 한 일의 20분의 1도 안 나왔다" "(대선 관련) 더 많은 얘기들이 엄청나게 많다. 지금 문도 안 열었다" 등 '겁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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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허풍으로 보기엔 그의 행적은 요상하고 대통령실 대응도 석연치 않다. 대선 전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각각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명 씨가 함께했다고 하는데, 김 전 위원장에 따르면 “김 여사가 명태균 휴대전화로 ‘남편을 만나 달라’고 했다”고 한다. 명 씨는 “윤 대통령, 김 여사가 거의 (2021년 대선) 경선 5, 6개월간 아침마다 전화가 왔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도 자신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대선 전 그를 2번 만났다”며 “경선 막바지 이후론 문자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는 식의 흐릿한 해명만 내놓고 있다.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요청하는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는데도 대선 후 김 여사가 명 씨와 어떤 소통을 이어 왔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대통령실은 “2번 만났다”고 했지만, 명 씨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증언한 정치인만 현재까지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 애초 그를 소개했다는 김영선 전 의원, 명 씨 제안으로 서초동 자택을 찾았다는 박완수 경남지사 등 4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 씨가 대선 여론조사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터져 나오며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원 57만 명의 명부를 입수해 2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또 몇몇 언론사와 함께 대선 1년 전부터 50차례 여론조사를 의뢰해 공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50차례 중 1차례만 빼곤 모두 윤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결과였다고 한다.
당원 안심번호를 누가 명 씨에게 전달한 건지, 윤 캠프가 이를 전달받았는지, 수십 차례에 걸친 여론조사 비용은 누가 정산한 건지 등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심지어 명 씨가 대선 때 3억6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따냈다는 명 씨 측근의 주장까지 나왔다. 벼랑 끝 폭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
명 씨 논란에 등장하는 유력 정치인들이 ‘명태균 리스트’라 할 만큼 많다는 점도 기이한 일이다. 대선 전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메신저 노릇을 했다고 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오세훈 시장을 만났다고 한다.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도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각 명 씨를 만났다고 한다. 이들은 “더 이상의 깊은 인연은 없었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전과가 있는 명 씨가 국민의힘 배후에서 어떻게 이런 광폭 행보를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검찰 수사에 몰린 명 씨가 마구잡이 폭로전을 하는 건지, 그의 주장에 어떤 실체가 있는 건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이러다 한낱 정치 브로커 파문에 나라가 뒤집어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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