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

배움은 끝이 없는 법이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프로 레이서들도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겨울에는 나름의 방법으로 꾸준히 훈련하며 실력을 가다듬을 정도니 말이 더 필요할까. 아무리 모터사이클을 오랫동안 타왔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은 국내에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없어 대부분 면허 취득 후 이렇다할 교육 없이 스스로 터득해 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브랜드 차원에서 진행하는 라이딩 교육은 물론이고 교육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시설도 여럿 생겨 좀 더 안전하게 모터사이클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초심자를 위한 교육도 있지만, 숙련자들을 위한 교육 역시 존재한다. 숙련자들은 이렇다할 큰 사고 없이 그동안 잘 타왔으면 교육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놓치는 부분들이 적지 않고, 그런 부분들을 교정한다면 더 안전하게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기자 또한 일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오랫동안 모터사이클을 타왔지만 놓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인 만큼 교육을 받아보기 위해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를 찾았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혼다코리아가 국내에 설립한 안전운전 교육 시설로, 이는 혼다 본사에서 세운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 안전운전 교육 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고 국내는 XX번째로 세워져 국내 라이더와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는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안전운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국내 공공기관 등과도 교육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2,600평 규모의 부지에 1,200평 규모의 외부 교육장과 500평 규모의 건물을 세워 이론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오픈과 함께 교육을 시작해 200명 이상의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오픈 이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모터사이클 입문자를 위한 초급 과정인 비기너 라이더-스쿠터와 매뉴얼, 그리고 모터사이클 면허를 취득한 라이더를 대상으로 하는 초중급 과정인 타운 라이더, 일정 이상 모터사이클을 타본 라이더를 대상으로 하는 중급 과정인 투어 라이더, 그리고 앞선 중급 과정을 이수한 라이더를 대상으로 하는 고급 과정인 테크니컬 라이더 코스로 나뉜다. 기자가 참가한 코스는 중급 과정인 투어 라이더로, 코너링과 밸런스 향상을 희망하는 사람이 대상이라고 한다.

기사에 담길 사진 등을 고려해 라이딩 기어를 미리 챙겨입고 갔지만, 사실 그러지 않는 것이 더 낫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안전장비가 다 갖춰져 있기 때문. 게다가 헬멧이나 부츠 등은 사이즈 별로 갖춰져 유독 사이즈가 크거나 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장비를 갖출 필요가 없고, 헬멧의 경우엔 매일 세탁해 관리하는 바라클라바를 쓰고 헬멧을 착용하기 때문에 위생에 대한 걱정도 없다. 그리고 헬멧도 현장에 마련된 것을 써야 하는 이유가 모두 블루투스 헤드셋이 내장되어 교관과 수강생 간 거리가 멀어도 말하는 내용을 정확히 전달받을 수 있다. 이제는 슬슬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여벌 옷을 챙겨가면 땀 뻘뻘 흘리며 교육을 마친 이후 마련해놓은 샤워실에서 개운하게 씻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본격적인 실습 교육 전 이론 교육이 시작된다. 확실히 초급 교육이 아닌 중급 교육인 만큼 교육의 방향이 달라진다. 바른 자세, 바른 방법이야 오랫동안 타오면서 잘 알고 있는 부분인데, 그 시간동안 쌓인 잘못된 습관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을 담당한 홍성민 교관의 설명이다. 특히 많은 교통사고의 원인에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갑자기’, 즉 돌발적인 상황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예측하고 인지해 판단하여 조작 또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인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모터사이클을 타왔어도 놓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시선처리다. 시선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라인으로 커브를 돌아나갈 수 없다. 자동차도 시선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똑바로 달리지 못하는데,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모터사이클은 이러한 시선처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만큼 이 부분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길지 않은 이론 교육 후 본격적인 실습 교육이 시작됐다. 오늘 교육 내내 함께 할 모터사이클은 온로드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인 NX500이다. CB500 시리즈로 충분히 검증된 2기통 엔진의 넉넉한 파워 덕분에 다루기 쉽고 높은 핸들바로 편하게 탈 수 있지만, 그만큼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가 넓어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교관의 설명이다. 물론 이 내용은 교육이 진행되고 나서 몸으로 확실히 깨닫게 된다. 본격적인 교육 시작 전 준비운동으로 확실하게 몸을 풀어준다. 의외로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에서부터 적잖은 근육을 쓰기 때문에 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흔히 ‘쥐가 났다’고 표현하는 근육 경련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차고가 높은 차량의 경우 다리를 들어올려야 탈 수 있기 때문에 고관절과 대퇴부 쪽 근육을 확실하게 풀어서 불상사를 예방하자.

몸도 풀고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실기 교육을 시작한다. 먼저 워밍업을 위해 교관을 따라 코스 바깥쪽을 크게 돌기 시작한다. 서서히 속도를 올려가며 타이어 역시 충분히 열을 받은 이후부터는 선회 구간이 하나 둘 추가되기 시작한다. 단순히 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속도를 줄이고 선회 후 재가속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코너를 돌아나가는 법을 익히고, 어떤 나쁜 습관들이 코너를 돌아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행히 헬멧에 장착된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주행을 지켜보던 교관이 바로바로 피드백을 전달해주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수정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보통 초급자라면 시선처리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는데, 중급 교육쯤 되니 다들 시선처리에 대해선 문제 없었지만 나쁜 습관, 대표적으로 발의 위치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발의 위치가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모터사이클을 컨트롤하려면 상체에 힘을 빼야 하고, 그러려면 무릎으로 몸을 단단히 고정하는 니그립이 되어야 한다. 이 니그립이 정확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되려면 발 끝이 11자에서 안쪽으로 살짝 모으는 자세가 되어야 하는데, 타오던 습관 때문에 조금씩 벌어지게 되는 것. 의식하지 않으면 고치기 어려운 습관인데 주행 과정에서 바로 피드백이 오니 조금 더 의식하면서 주행할 수 있다. 여기에 주행하는 동안 교관이 촬영한 사진을 교육 종료 후 대형 스크린으로 확인하며 잘못된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내가 놓치는 부분, 잘못 익힌 부분들을 재확인할 수 있어 교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건 올라타서 손 까딱, 발 까딱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지만, 제대로 모터사이클을 타는 건 꽤나 체력을 소모하는 전신 운동이다. 교외로 투어를 다니는 정도로는 알기 어려운데, 이를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모터사이클 위에서는 필요에 따라 상체를 움직임으로써 모터사이클의 움직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먼저 가속을 할 때는 상체를 숙여 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반대로 제동을 할 때는 상체를 세워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준다.

린 위드

 

린 아웃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3개의 방법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먼저 모터사이클과 상체가 같은 기울기로 달리는 린 위드(Lean with), 모터사이클보다 상체를 코너 안쪽으로 더 기울이는 린 인(Lean in), 그리고 반대로 모터사이클이 기운 반대로 상체를 오히려 세우는 린 아웃(Lean out)이 있다. 각각의 차이가 있는데, 린 인은 코너 안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어렵고, 반대로 린 아웃은 오프로드처럼 노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차체를 기울이기에 효과적이지만 타이어의 그립력은 낮아진다. 린 위드는 앞선 두 방법의 중간적으로, 적당한 무게 중심에 적당한 돌발 상황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린 인이나 린 아웃보다는 린 위드로 적당한 그립력을 유지하면서 돌발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을 모터사이클 위에서 계속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할 만큼 상당히 체력이 소모된다. 서킷 주행이나 오프로드 주행이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일상에서 놓쳐선 안되는 기술이 있다. 바로 저속에서의 컨트롤이다. 가장 쉬운 예로 꽉 막히는 시내에서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인데, 키가 크다면 발을 땅에 딛은채로 돌리면 그만이지만,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모터사이클이라면 깡총거리며 유턴을 해야 하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꽤나 볼품없기도 하다. 따라서 저속에서 컨트롤하는 법을 익힌다면 유턴에 더 이상 겁먹지 않아도 되는데, 저속에서의 컨트롤의 기본도 역시 상체의 힘을 빼고 머리를 고정하는 것이다. 속도 제어는 앞브레이크가 아닌 뒷브레이크로 해야하는데, 앞브레이크를 작동시키면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커 금방 균형을 잃게 되기 때문. 교육장에 설치된 평균대를 이용해 직접 해보니 머리를 의식적으로 고정하지 않으면 절반도 못가 이탈하고 마는데, 확실히 머리와 시선을 고정하고 상체의 힘을 뺀 채로 핸들바를 좌우로 돌려 균형을 잡아주니 20m 평균대 위에서 10초 가량 버틸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앞선 슬라럼(좌우 선회) 교육보다 이 저속 컨트롤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교육의 마지막은 앞선 교육에서 연습한 저속 컨트롤로 수강생들끼리 겨뤄보는 시간이다. 슈퍼커브를 타고 가로와 세로 1.5m의 작은 정사각형 공간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시간을 측정해 겨워보는 것이었는데, 욕심을 부린 탓인지 금세 균형을 잃고 땅에 발이 닿아버리고 만다. 아쉽지만 1등의 영예는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으로 모든 교육이 끝났다.

아침부터 시작된 교육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하루 종일 교육을 받았지만 이번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내일부터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선 안된다. 배운 내용을 늘 상기시키면서 꾸준하게 연습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쌓아나간 기술들은 안전하고 즐거운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싶다면 홈페이지(exp.hondakorea.co.kr/safetykorea)에 접속, 자신에게 맞는 교육 과정을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예약한 후 방문하면 된다. 교육 비용은 전 과정 27만 원(중식 포함)이며, 교육 준비물은 긴소매 상의와 긴 바지(라이딩 진이나 청바지 권장), 운전면허증이다. 개인 라이딩 기어를 지참해도 되나 헬멧의 경우 블루투스 헤드셋이 교육장에 있는 것과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현장에 마련된 헬멧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자차를 이용해 교육장에 올 수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오전 9시 20분까지 경강선 부발역 1번출구에 도착하면 셔틀로 교육장에 올 수 있다. 참고로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우천 상황에서는 비옷(무료 대여)을 입고 교육이 진행되므로 어지간한 악천후가 아닌 이상은 걱정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