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라인업을 운영하던 일본 브랜드들은 전동화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전동화의 복병인 캐즘(casm), 즉 수요 정체로 인해 최근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전동화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가장 공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여온 토요타는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토요타를 이끈 주력 모델 중 하나가 프리우스다. 처음 출시된 이후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인 연비를 바탕으로 고효율 자동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는데, 지난해 대대적인 변화가 적용된 5세대 제품 출시와 함께 디자인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그동안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어온 부분들을 개선하며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은 토요타가 프리우스 AWD 모델을 출시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사륜구동 시스템은 기대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는지 시승회에 참가해 직접 확인해봤다.

사람마다 자동차에 원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효율성이 최우선이라면 단연 프리우스가 답이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도 공인연비가 20km/L가 넘는 실력을 꾸준히 보여주며 경제적인 차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는데, 프리우스를 타다가 다음 차량으로 다시 신형 프리우스를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정도라고. 여기에 지난 신형부터 대단히 날카롭고 공격적인 느낌을 살린 모습으로 디자인까지 일신하며 크게 사랑받고 있다.

성능면에서도 업그레이드됐는데, 2.0L 엔진을 기반으로 2모터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HEV는 최고출력 196마력, PHEV는 223마력으로 기존보다 성능을 끌어올려 ‘연비는 좋지만 답답한 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필요에 따라 언제든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전까진 하이브리드차와 제로백(0-100km/h) 수치는 별 연관이 없는 것이었지만, 신형 프리우스는 가속 성능이 향상된 덕분에 HEV 7.5초, PHEV 6.7초라는 실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륜구동 모델은 약간의 성능 상승이 있다. 뒷바퀴쪽에 E-four 사륜구동을 위한 모터가 하나 추가됐기 때문. 30kW(41마력) 성능의 모터가 추가되어 최고출력이 199마력으로 늘었다. 전륜구동 모델이 196마력이니 수치적인 성능차는 미미한 수준. 과연 실제 주행에서도 별 차이가 없을지는 실제 주행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재밌는 건 사륜구동임에도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할 때 프로펠러 샤프트가 아닌, 전기모터에 전력을 가하는 방식이어서 뒷좌석 바닥이 마치 전기차처럼 평평하다.


하지만 외관에서는 차이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봐야 테일게이트에 붙어있는 E-four 엠블럼 정도가 유일한 차이고, 나머지는 동일하다. 패스트백 느낌으로 떨어지는 루프라인 역시 마찬가지로, 스타일은 멋지지만 뒷좌석 헤드룸이 희생되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런 형태를 취해온 것은 그만큼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싶다.


실내에서도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반응이 꽤나 빠릿하고 화질이 선명해진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독특하게 창문 바로 아래 배치한 계기판 등 독특한 요소는 그대로 이어진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는 유플러스와 손을 잡고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스트리밍, OTT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어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전체적인 형상 때문에 헤드룸이 조금 낮은 편이지만 평균 키 정도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키가 큰 사람이라면 원활한 운전을 위해 운전석 시트를 뒤로 밀고 등받이를 눕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운전석 뒷자리는 사람을 태우기 어려우므로 키가 크다면 하이브리드 SUV 쪽을 고민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계기판의 배치는 시선 이동이 짧아져 마음에 들지만, 낮은 쪽을 선호하는 경우 스티어링 휠 높이에 따라 계기판이 가려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입 전 시승 때 불편하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늘의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이천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사륜구동 모델만 시승하는 것이 아닌 전륜구동 모델도 함께 시승해야 해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일단 먼저 시승하는 모델은 이번에 새로 선보인 사륜구동 모델이다. 시승차를 받아 시내를 빠져나와 자동차전용도로에 올라 가속을 하니 풀 하이브리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시원한 가속력이 좋다. 한때는 높은 연비를 중심으로 세팅하다보니 가속력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최근 들어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해 전보다 가속력이 훨씬 빨라졌다. 덕분에 전용도로에 합류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추월 상황 등에서도 답답함 없이 빠르게 속도를 올려붙일 수 있는 점이 좋다.

고속도로면 당연히 주행보조 기능을 써야한다. 없을 때는 모르지만 한 번 써보면 없던 때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만큼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작동시키면 차선 유지 보조 기능(LKAS)이 함께 작동하는데, ACC를 사용하지 않으면 LKAS가 작동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 시내가 아니라면 요령이 있는데, ACC를 낮은 속도로 세팅해놓으면 가속을 해도 LKAS 기능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운전이 더 편해진다. 브레이크를 밟게 되어 기능이 해제돼도 바로 조금 전 세팅으로 다시 작동시킬 수 있는 RES를 사용하면 되니 불편함이 줄어든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마지막으로 와인딩 코스다. 사륜구동 시스템이라고는 해도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그리 큰 기대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코너에서 머리를 돌려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좌로 우로 재빠르게 머리를 돌린 후 코너를 빠져나오자 마자 빠른 재가속이 이어지는 과정들이 즐겁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레이스를 하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리고 이번에는 전륜구동 프리우스로 바꿔탄다. 성능면에서 곧바로 느껴질 만큼 체감이 큰 건 아니지만 확실히 조금 전 탔던 사륜구동 모델에 비해선 살짝 아쉬움이 느껴진다. 기본적인 밸런스가 좋아 민첩한 거동은 거의 비슷하지만 코너링에서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게 가끔씩 느껴지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이 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코너링 같은 성능 요소보다는 연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테니 말이다. 사실 사륜 구동을 선택하면 그만큼 연비의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극강의 효율성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프리우스가 AWD 모델을 더해 다양한 사용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려 한다. 경쟁자로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약오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경쟁은 늘 반가운 법이다. 이런 경쟁이 지속될 수록 더 우수한 성능, 우수한 효율성의 모델이 점점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니 말이다. 전체 하이브리드 시장을 겨냥한 이번 신형 프리우스 AWD 모델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늘어나는 한편, 경쟁자들에게는 넘어야 할 또다른 장벽이 하나 생긴 셈인데, 이를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시장에서의 위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