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지 갉아먹은 대전수학문화관… 증축 추진에 학부모·동문 반발

2021년 건립 당시 학교 운동장 30% 줄어
100년 역사 깃든 수목들 대거 벌목 되기도
유성초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며 과밀 우려
市교육청, 증축 연구용역 착수… 협의 필요

대전수학문화관 증축 반대 현수막이 걸린 모습. 사진=최윤서 기자

유성초등학교 부지 일부에 건립된 대전수학문화관이 개관 3년만에 또 다시 증축을 추진하며 학부모와 동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초등학교가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과밀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증축사업을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 유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1년 6월 개관한 대전수학문화관은 탐구·체험중심 수학교육 공간으로 유성초 운동장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전체 2800㎡ 규모에 약 70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이후 몇 년 새 이용객이 증가하자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민선8기 대전수학문화관을 증축하기로 공약하고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주차장 부지를 이용해 필로티 구조의 2~4층, 총 1600㎡ 규모의 신관을 추가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곳이 유성초 부지인 만큼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유성초 전체 면적(3만 2000㎡) 중 대전수학문화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8.75% 정도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 학교 운동장은 30%가량 줄었고, 동서 방향으로 놓였던 축구 코트는 남북 방향으로 옮겨졌다.

또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유성초의 오래된 수목들은 건립 당시 대거 벌목됐다.

박운정 유성초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처음엔 당연히 유성초 부설시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짓고 보니 학교와는 전혀 관련 없는 교육청 산하 체험기관이었다”며 “증축결정 과정에서도 학부모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유아무야 교육감 공약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체험시설은 단독 부지를 마련해 짓는 게 맞지 이렇게 학교 옆구리 땅을 없애고, 운동장을 줄여가면서 기생하듯 짓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그런 와중에 추가로 세금을 들여 개관 3년만에 또 다시 증축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유성초가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이라는 점이다.

오는 2027년 이후 이 일대엔 7000세대 이상의 입주가 몰리게 된다.

봉명동, 장대A·B·C·D구역의 유일한 학군인 유성초는 향후 재건축이 이뤄져 전체 정원이 157명에서 1100명으로 7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재개발 정비사업으로 가뜩이나 과밀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대전수학문화관이 몸집을 키운다는 소식에 동문들도 즉각 반대에 나섰다.

임은수 유성초 동문회장은 “대전수학문화관 이용자는 대부분 중학생이다. 애초에 정규 교육시설도 아닌 중학생을 위한 체험시설을 운영 중인 초등학교 부지에 건립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그것도 모자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또 증축을 하겠다니. 같은 예산이면 원도심 통폐합 가능성이 높은 학교 부지를 검토해 충분히 여유 있게 지을 수 있다. 그곳에 분원 형태로 만들고 본원 역시 이전해 유성초 운동장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전수학문화관 측은 증축 결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부분은 동의한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수학문화관 관계자는 “건립 초기 부지 사용에 대해선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 증축을 하더라도 학교 용지가 추가로 사용되는 일은 없다”며 “2026년 상반기 설계 예정이고,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어 그 전까지 주민, 학부모, 동문들과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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