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들 목줄매고 산책”... 러 청소년 푹 빠진 ‘네발 뛰기’ 뭐길래
러시아 청소년들 사이에서 ‘쿼드로빙’이라는 네발로 걸으며 동물을 흉내내는 행동이 유행하며 단순한 놀이를 넘어 하위문화로 자리 잡은 가운데, 러시아 정치권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이를 통제할 법안까지 마련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데니스 마이다노프 하원 문화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쿼드로빙을 통제할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쿼드로빙은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해 네발로 기거나 뛰는 활동으로, 동물 가면 등으로 차림새까지 동물을 흉내내기도 한다. 마이다노프 부위원장은 타스통신에 “처음에는 놀이처럼 보였지만, 아이들이 이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더는 그렇지 않다”며 “러시아 어린이들에게 쿼드로빙은 유용하지 않다”고 했다.
쿼드로빙에 빠져 개 역할에 심취한 나머지 사람을 문 아이의 사례도 나왔고, 아들을 목줄에 매고 산책시키는 부모도 목격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막대기를 던지고, 손녀는 마치 강아지처럼 막대기를 물고 오는 영상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심리적 관점에서 볼 때 아이의 성격의 조화로운 발달을 방해하고 정체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일부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쿼드로빙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수업도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 쿼드로빙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대중 운동 단체 ‘러시아의 아버지’의 의장 안드레이 코체토프는 쿼드로빙을 LGBT 커뮤니티와 연결해 해석했다. 그는 “이 현상이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부모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러시아 정교회 소속 신부까지 나서 “쿼드로빙은 청소년이 LGBT 이데올로기 등 반가치(anti-value)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위험한 하위문화”라고 규정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쿼드로빙이 신체 운동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나 놀이 문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 치료사인 크세니야 사벨예바는 “이 하위 문화가 소셜 미디어 덕분에 인기를 얻었으며 이 운동의 본질에 대한 이해부족과 고정관념 및 편견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만들어졌다”며 “이것은 단지 재미있고 인기 있는 놀이일 뿐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발달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창의적·인지적·신체적·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 심리학자 예브게니 트카첸코는 “쿼드로빙을 하는 아이가 모방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제대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모방 행위가) 심각한 경우에는 경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심리학 전문가 베라 보리소브나 니키시나 교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행위가 유행하는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금지시키거나 규제할 경우 오히려 관심도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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