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랩 투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남양기술연구소 내에서 가장 보안이 삼엄한 곳인 공력시험동이다. 철저한 보안, 외부와 차단된 이 연구시설은 지난 1999년 도입되었으면 그 규모만 6,000㎡로 축구장 한 개 크기와 비슷하다. 섀시 다이나모를 비롯해 대형 송풍기,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으며, 관련 설비들이 갖춰져 있다.
풍동 터널에서는 공기역학과 공력성능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다. 공기역학은 자동차가 주행할 때 운동성과 경제성을 결정하는 주요 역학 중 하나인데 일정하지 않은 공기 흐름, 대기온도와 기압에 따른 흐름 등 까다로운 조건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남양기술연구소 공력시험동의 핵심은 대형 송풍기다. 3,400마력의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자동차 속도 기준 200km/h까지 재현할 수 있다.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의 날개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됐다. 실제로 100km/h 속도의 바람을 만들 때 발생하는 소음은 약 54dB 수준으로 일반 사무실 정도의 정숙함을 유지한다. 또한 주행 시 지면 환경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시험실 바닥에는 총 다섯 개의 회전 벨트가 설치된 턴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지면 재현 평가가 가능하다. 네 바퀴 아래와, 차량 하부 바퀴 사이 바닥면에 벨트를 함께 회전시킴으로써, 바퀴의 구동뿐만 아니라 지면과 차량 하부 사이에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어 신뢰도 높은 공력 성능 평가가 가능해진다.

후류 최적화 평가에서는 주행 시 자동차 후면에 생기는 공기 흐름인 후류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자동차 후미에는 공기가 소용돌이치듯 맴도는 와류가 생성되는데, 이는 후면에서 당기는 힘을 발생시켜 주행 안정성 및 전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후류의 형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최적화하느냐가 공력 성능 향상의 관건이 되는 이유다.
이날 운 좋게도 공력시험동에서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 0.144를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차는 현대차 기아 공력개발팀이 다양한 공력 성능 개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콘셉트카로,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초저항력 콘셉트카의 Cd값이 0.19에서 0.17 수준인(일반 시판용차는 0.25~0.3, SUV는 0.35~0.45 정도)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기아의 기술력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아쉽게도 이 차는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고 사진이나 영상 제공은 불가능했다. 현재 연구 목적으로만 개발 중이며, 보안상의 이유 때문이다.
시험실 내부로 들어서 에어로 챌린지 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져, 통합형 3D 언더커버 등이 있었다. 이 기술들은 공력개발팀이 선행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당장 양산에 적용되지 않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능향상과 검증 과정 등을 통해 공력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요소 기술로 활용할 방침이다.
여러 공력 기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함께 연동해 작동하는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 디퓨져였다. 에어로 챌린지 카 후면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져가 뒤쪽으로 나오면서 리어 오버행 길이가 40cm 연장되는 장치다. 측면 및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 기아의 설명이다.
에어로 챌린지 카에 연기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유동 가시화 시험도 진행됐다. 각각의 기술이 작동될 때마다 공기 흐름 변화와 공력성능 개선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공력개발팀 박상현 팀장은 "전기차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히는 AER(1회 충전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외관 디자인부터 차량 하부 설계, 공력 신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 기아의 개발 심장 같은 곳이다. 외부로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에 이 안에서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실험과 해석을 진행하고 있다. 4만 개가 넘는 부품과 각종 소프트웨어를 오차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효율을 극대화한 디자인까지 자동차를 만드는 과성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