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판 오타니를 좀 더 빨리 포기했다면…KIA 대투수 울린 사나이의 잃어버린 1년? 보상의 시간이 온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판 오타니를 좀 더 빨리 포기했다면.
KBS 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키움 히어로즈전을 중계하면서 키움 5번타자 김건희를 바라보며 홍원기 감독이 했던 얘기를 꺼냈다. 이 선수가 만약 1년차이던 작년에 투타 겸업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타격에만 집중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실제 홍원기 감독이 취재진에도 몇 차례 털어놨던 얘기다. 원주고를 졸업하고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뽑았다. 박동원(LG 트윈스)의 유산이자 작년에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은 김동헌은 2라운더였다.
그만큼 김건희의 야구재능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시절에도 투수와 포수를 겸했고, 무엇보다 본인이 이도류에 대한 꿈이 대단했다. 단, 키움은 작년 1년간 투타 모두 훈련을 시켜본 결과 투수로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구단과 홍원기 감독은 올해 결단을 내렸다. 우선 김건희를 타자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수비의 경우 외야수와 1루수로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 내부의 의견은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동헌이 올 시즌 초반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아웃되면서 김건희에게 포수 마스크를 쓸 시간이 많이 주어졌다. 잔실수가 많긴 하다. 그러나 프로 2년차 포수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확실히 타격은 재능이 있다. 무엇보다 이걸 살려야 한다는 게 홍원기 감독 생각이다. 김재현과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쓰다가, 최근엔 지명타자로 많이 나선다.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는 대투수 양현종을 상대로 5회에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승부의 추를 바꾸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몸쪽으로 살짝 말려들어오는 체인지업이었으나 자신의 타격 자세가 무너지지 않은 채 힘차게 잡아당겨 좌월 아치를 그렸다.
박용택 위원은 “김건희는 파워도 있고, 내가 어떤 공을 쳐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는 타자다. 스무살, 2년차 타자가 타석에서 이 정도 수싸움을 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패스트볼을 대비했지만, 체인지업을 노려서 친 홈런이라고 단언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체인지업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같은 공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김건희는 올 시즌 73경기서 222타수 57안타 타율 0.257 8홈런 31타점 26득점 OPS 0.716 득점권타율 0.250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건 맞다. 그러나 최근 10경기서 타율 0.243인데 9안타 중 6안타가 장타다. 2루타와 홈런 모두 3방. 경험이 쌓이면 애버리지도 좀 더 올라갈 수 있고, 시즌 15~20홈런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키움 타선은 거포가 부족하다. 올 시즌 후 김혜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타선의 무게감이 또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싹이 보이는 유망주 타자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김건희가 내년에 돌아올 동기 김동헌과 치열한 안방 경쟁을 펼칠 듯하다. 김동헌 역시 경험을 쌓고 가다듬으면 공수겸장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홍원기 감독의 상상은, 결국 부질없지만, 충분히 해볼법했다. 작년부터 타석에만 집중적으로 들어섰다면 올해 김건희의 야구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사실은 늦지 않은 것이다. 이제 20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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