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 모르고도 성대 입학…발 빠른 부모들 찾는 가성비 국제학교

학벌·취업 ‘두 마리 토끼’ 목표…일본·중국·필리핀 문턱 낮고 가격 저렴한 학교 다수
[사진=BISS]

최근 대입과 취업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목적으로 일찌감치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해외 학습 경험이 대학 입시뿐 아니라 취업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외국 명문대가 아닌 국내 입시와 취업을 목표로 삼은 학부모들은 입학이 어렵고 학비가 비싼 ‘명문 국제학교’ 대신 비교적 문턱이 낮으면서도 대입에는 유리한 이른바 ‘가성비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추세다.

국내 상위권 대학 입학 유리한 ‘국제학교 출신’ 이력…대기업 서류에도 ‘해외거주’ 기입

교육계 등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자녀를 국제학교에 진학시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하게 함과 동시에 ‘재외국민 전형’을 통해 수능 점수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상위권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함이다. 특히 12년 특례전형은 정원 외 입학 전형으로 각 대학이 입학정원의 제한 없이 모집할 수 있어 합격률이 매우 높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12년 특례전형에서 서류전형(서류 100%)만으로도 국내 전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대입의 핵으로 떠오른 주요 의대 입시 역시 재외국민 전형을 따로 두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나라에 위치해 있으면서 국내 상위권 대학의 입학률이 높은 국제학교는 ▲중국 BISS(British International School Shanghai) ▲일본 SIS(Seisen International School) ▲필리핀 GIS(Gentry International School) 등 3곳으로 파악됐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어와 영어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언어를 동시에 습득 가능해 3개 국어를 구사하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적 환경이 지배적인 도시 ‘클락(Clark)’ 인근의 국제학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사진=British International School Shanghai]

BISS는 중국 상해에 위치한 영국국제학교다.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모든 교육은 영국식 학제와 커리큘럼을 따른다. 교사진 대다수는 영국에서 파견된 교사들로 국제 공식 교사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BISS는 만 2세 유아반부터 만 18세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BISS는 타 국제학교에 비해 한국인 학생 수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캠퍼스 전체 학생 수는 약 1300명으로 이 중 한국인은 전체의 25% 수준이다. 학생 4명 중 1명은 한국인인 셈이다.

BISS는 입학시험 부담이 상당히 적은 학교로도 유명하다. 초등학생까지는 별도의 입학테스트가 없고 중학생부터는 인지·영어능력 시험이 실시되지만 이마저도 형식상 치러지는 시험에 불과하다. 입학시험으로 입교를 거부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원자가 많을 시 반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신규 학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숙사가 없어 학교 자체적으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중국에서 일을 하거나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의 직업은 대부분 주재원이나 사업가 등이다.

BISS는 영국 최고 교육기관 NordAnglia 재단 산하이다 보니 학비는 평균 이상을 웃돌고 있다. BISS를 1년 다니는데 들어가는 대략적인 금액은 ▲유치원(학비+점심+ESL) 기준 원화 약 5000만원 ▲초등학생 기준(학비+점심+ESL) 원화 약 5900만원 ▲중·고등학생기준 원화 약 6500만원~7000만원 등의 수준이다.

지난해 BISS 최상위권 졸업생들은 ▲영국 옥스퍼드 ▲미국 다트머스 ▲미국 UC계열 대학 등 해외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기조가 강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수준 이상의 대학에 입학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BISS는 이미 국내 대학에서 선호하는 국제학교 중 하나로 정평이 난 상태다. 지난해엔 12년 재외국민 전형의 한 지원자가 BISS 진학 시절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서만으로 성균관대에 입학한 사례도 나왔다.

입학 테스트 난이도 쉬운 중국·일본·필리핀 국제학교…영어는 기본, 일본어·중국어는 선택

▲ [사진=Seisen International School]

일본 세인센 국제학교(이하 SIS)는 도쿄에 위치한 카톨릭계 여자학교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두고 있다. 물리적 거리감이 적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국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학교다. 학부모가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룹 2NE1(투애니원) 출신 씨엘(CL)과 SM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지젤이 다녔던 학교로 더욱 유명하다.

SIS는 로마의 예수 성심회의 후원을 받는 여학교로 현재 700명 가량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학교 내에 100명의 선생님을 두고 있어 학생 대 선생님의 비율(7:1)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지난해 공시된 졸업생 자료에 따르면 해외 명문대 입학에 필수적인 SAT 평균 점수는 1294점이다. 세계 평균(1050점)에 비해 200점 가량 높다. 명문 학교로 불리는 만큼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도 우수하다. 지난해 SIS 졸업생은 대다수는 ▲UCLA ▲뉴욕대 ▲템플대 ▲도쿄대 ▲와세다 대학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

SIS는 도쿄 내의 타 국제학교에 비해 ‘영어 커리큘럼 우수 성적 이력’ 등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 등 입학 장벽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입학이 쉬운 엘리트 여학교로 소문이 나면서 대기 경쟁이 만만치 않다. SIS는 특이하게도 자녀 입학을 위해 부모 중 한 명이 교장·교감의 영어면접을 치러야 한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여부를 확인하는 평가로 원어민처첨 유창하게 대답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출제된 면접 질문은 ▲학교 지원 동기 ▲아이의 장·단점 ▲학교에 바라는 점 ▲가톨릭 수업에 대한 여부 등이었다. SIS를 등교하는데 대략 1년 동안 필요한 순수 학비는 원화 기준 ▲유치원(2000만원) ▲초등학교(2150만원) ▲중·고등학교(2170만원) 등이다.

▲ [사진=Gentry International School]

최근 필리핀 조기유학으로 국내 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은 필리핀 경제 자유특구 ‘클락(Clark)’이다. 이곳은 과거 미국 공군 기지가 있던 지역이라 녹지 면적이 넓고 공기가 맑아 외국인들이 거주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제공항과도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고 강력범죄율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국가 특별 치안도시로도 유명하다.

클락에는 세인트 폴 국제학교, 싱가폴 스쿨 등 명문 국제학교들이 위치하고 있지만 명성에 걸맞게 입학시험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젠트리 국제학교(GIS)는 입학 테스트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영어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입학 전 어학원에서 ESL 과정만 이수하면 추가 입학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또한 관리형 기숙사를 통해 숙식을 모두 제공한다. 기숙사 관리인 대다수는 한국인이다.

GIS는 전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실력 향상 및 창의적 사고 증진을 위해 ‘Ted Talk’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다국적 교육기관인 영국 피어슨과 협약을 통해 전 수업에 피어슨 교재를 활용 중이다. 제2외국어는 일괄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GIS는 초등학교 4학년(한국 나이 11세) 이상만 입교 가능하다. 학비는 학년에 따라 연간 5400달러~6600달러(원화 약 720만원~880만원) 가량이다. 지난해 한국인 졸업생 90% 이상은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등 재외국민 전형을 통해 국내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대치동에서 활동 중인 김주희 유학 컨설턴트(30·여)는 “수능 중심의 한국 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일찌감치 자녀를 국제학교로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자기소개서만 잘 꾸리면 재외국민 전형을 통해 시험 없이 대학 입학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삼성·SK 등 유명 대기업 입사 서류전형에서도 해외 거주 기간 또는 출신 국제학교를 기입하는 항목이 추가되다 보니 명문대-대기업 코스를 노리는 학부모들 수요가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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