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들을 위한 환절기 아우터 5

안녕. 툭 하면 입을 옷 없다고 징징대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다. 두꺼운 패딩은 집어넣어도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아무 외투도 걸치지 않기에는 또 쌀쌀한 날씨라는 것. 그야말로 옷 입기 참 애매한 시즌이다.

허나 진정한 멋쟁이로 거듭나려면 이 짧디짧은 간절기를 만끽해야 하는 법. 가볍게 걸치고 나가기 좋은 아우터를 종류별로 준비한 이유다. 아무거나 대충 입지 말자. 예쁘게 꾸미고 싶어도 주야장천 반팔 티만 입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1]
코듀로이 재킷

비트 앤 사일런스

© BEAT & SLNC

그런 재킷이 필요할 때가 있다. 깔끔하지만 답답해 보이지 않고, 편안하되 격식에 어긋나지 않는. 옥스퍼드 셔츠와 후디와 터틀넥을 아우르며 포멀과 캐주얼 사이를 줄타기할 수 있는 재킷 말이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보다는 아주 조금 더 신경 쓴 ‘꾸안꾸꾸’ 스타일에 가깝다고 해두자. 비트 앤 사일런스의 코드 스포츠 재킷은 꾸안꾸꾸의 정석처럼 보인다.

© BEAT & SLNC

전체적으로 넉넉한 실루엣에 코듀로이 소재 특유의 포근함을 더했다. 옛날 스타일의 스포츠 재킷 형태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는데, 아버지 옷장에서 찾은 보물 같은 빈티지 재킷의 느낌이 나는 데 다 이유가 있었다. 룩북에서 볼 수 있듯 세트 구성으로 출시한 바지와 셋업으로 맞춰 입어도 좋다. 거기에 더해 스웨트팬츠-볼캡-부츠 조합도 탁월한 선택이 될 거다. 꾸안꾸꾸도 필요 없고 그냥 ‘꾸’가 끌리는 날에 시도해보자. 구매는 여기(http://bit.ly/3Yv8jVN)에서.

© BEAT & SLNC

  • BEAT & SLNC Cord Sports Jacket (Black) 23만 8,000원



[2]
코치 재킷
데우스 엑스 마키나

© WORKSOUT

어디에나 편하게 걸칠 수 있는 재킷이 필요하다면, 경쾌한 스트리트웨어 스타일의 아우터를 찾고 있다면, 나는 코치 재킷을 추천하겠다. 코치 재킷은 스포츠 코치와 선수들이 많이 입던 운동복의 일종이다. 나일론 소재의 겉감과 똑딱이 버튼, 팀 엠블럼을 비롯한 큼지막한 그래픽이 특징. 대체로 사이즈가 넉넉하게 나와 다양한 종류의 상의와 레이어드하기 적합한 아우터다.

천사 캐릭터와 세계 도시명이 등판에 강렬하게 새겨진 이 재킷을 입고 바이크를 타는 상상을 해본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호주 시드니에서 모터사이클 커스텀 숍으로 출발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장롱 면허 주제에 바이크는 너무 나갔나. 그럼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라도 타는 상상을… 아니, 그냥 홍대 산책만 해도 좋겠다. 통 넓은 디키즈 워크팬츠에 반스 체커보드 슬립온까지 세트로 착용하고서. 물론 바지랑 신발도 사지는 않고 담아만 봤다. 구매는 여기(http://bit.ly/3ZV3Dd3)에서.

© WORKSOUT

  • KOREA DEVIL ADDRESS COACH (DARK NAVY) 16만 8,000원



[3]
맥 코트
노드 아카이브

© node archive

나는 트렌치코트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간절기 무드남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다. 이맘때 번화가만 나가면 똑같이 차려입은 무드남 수십 명을 마주치므로. 베이지색에 더블 버튼과 어깨 견장을 갖춘 트렌치코트는 시대를 타지 않는 클래식 아이템인 동시에 간절기 클론룩의 대표 주자다. 별수 없이,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좀 다른 코트에 눈을 돌리게 된다. 노드 아카이브의 치노 맥시 코트 같은.

© node archive

맥코트는 얼핏 보면 트렌치코트와 유사해 보인다. 다만 더블 버튼이 아닌 싱글 버튼에, 견장이나 벨트 같은 장식적인 요소를 덜어내 상대적으로 미니멀하다.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코디의 폭은 넓어지는 법. 오리지널 맥코트를 기반으로 치노 패브릭을 사용한 치노 맥시 코트는 군더더기 없는 오버핏으로 차분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익숙한 베이지가 아닌 차콜 브라운 컬러를 입혔다는 점이 포인트. 이름 그대로 차콜에서 브라운까지, 빛에 따라 묘하게 변하는 색감이 매력적이다. 구매는 여기(http://bit.ly/3L8dmIF)에서.

© node archive

  • 치노 맥시 코트 (차콜 브라운) 26만 8,200원



[4]
해링턴 재킷
리트리버 클럽

© Retriever Club

귀엽게 입고 싶다는 욕구와 꾸러기 느낌은 피하고 싶다는 바람의 충돌은 나만 경험하는 게 아닐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 재킷을 발견하고서 유레카를 외쳤다. 익숙한 형태의 복식을 기반으로 크게 튀지 않는 빈티지한 색감과 그림을 담아낸 옷. 리트리버 클럽의 헌팅 해링턴 재킷이라면 둘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 node archive

‘바라쿠타 재킷’ 또는 ‘G9’라고도 불리는 해링턴 재킷. 면이나 폴리에스터, 스웨이드 등의 소재에 허리 정도까지 오는 기장, 두 개의 단추가 달린 칼라와 전면부 지퍼를 갖춘 가벼운 외투다. 안감을 타탄체크로 쓰는 것도 매력적이다. 리트리버 클럽의 헌팅 해링턴 재킷은 바랜 듯한 블루 컬러와 가슴과 팔에 새겨진 자수 그래픽, 안쪽의 타탄체크가 이루는 조화가 멋스럽다. 후디 위에 툭 걸치고 무난한 면바지와 매치한다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강아지와 외출할 때 부담 없이 입기 좋은 데일리 웨어’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구매는 여기(http://bit.ly/3YyK60G)에서.

  • HUNTING HARRINGTON JACKET (BLUE) 10만 9,650원



[5]
트러커 재킷
플라스틱프로덕트

© Plastic Product

나는 앉은키가 크다. 다른 말로 숏다리다. 짧은 기장의 아우터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예 롱코트를 입을 게 아니라면 최대한 바지를 덜 가릴 것. 체형 보정 외에도 분위기를 좀 더 산뜻하고 경쾌하게 만들어준다는 점 또한 실측 사이즈표에서 총 기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플라스틱 프로덕트의 코튼 트러커 재킷 역시 기장이 짧아 마음에 들었다.

© Plastic Product

혹시나 모델의 기럭지를 빌려 소비자를 현혹하는 건가 싶어 실측 사이즈까지 확인해봤지만 문제없다. 가슴너비가 다소 좁아 보인다는 게 걸리지만, 트러커 재킷 자체가 적절히 타이트한 핏으로 입는 아우터인 것을 감안하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현혹됐다.) 이 재킷의 신의 한 수는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네이비 컬러 패널.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과하지 않은 포인트를 더해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멋 좀 부리고 싶은 날에 어두운 색상의 데님 팬츠와 날렵한 부츠로 스타일링 해보고 싶다. 구매는 여기(http://bit.ly/3ZuhWFu)에서.

© Plastic Product

  • Cotton Trucker Jacket (Ivory/Navy) 29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