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기업(빅파마)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하나둘씩 굴복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라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대미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21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 달러(약 69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내 제조 및 연구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버지니아주에 신약 제조시설을 짓고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텍사스주에서 연구개발(R&D) 및 세포 치료제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미국에서 약 1만8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번 투자로 수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의 40%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에도 미국에 3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뿐만 아니라 존슨앤드존슨(J&J), 애브비, 암젠 등 다른 빅파마들도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J&J는 신규 제조시설 3개 설립을 포함해 향후 4년간 550억달러(약 81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J&J는 또 미국 내 연구·개발(R&D) 기반을 강화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애브비도 지난 4월 향후 10년간 미국에 총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버트 마이클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성장 전략을 지원하고 비만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원료의약품, 완제의약품, 펩타이드, 의료기기 등 4개 신규 생산시설에 투입된다.

같은 달 암젠도 오하이오주 뉴알바니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확장에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주 내 암젠의 고용 규모는 750명으로, 총 투자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넘어선다.
이밖에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역시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5년간 230억 달러(약 32조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빅마파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리쇼어링(해외 공장 국내 복귀)'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관세로 시작해서 제약회사들에게 1년여 (미국 내 생산라인을) 건설할 시간을 줄 것"이라며 "그런 다음 우리는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으로) 들어올 시간을 1년이나 1년 반 정도 준 후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매우 높은 관세율, 200% 정도가 부과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