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하지도 않은 배추 한 통이 2만원… "이러다 김치 못먹을라" [현장르포]

김동규 2024. 9.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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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80대 가정주부 고모씨는 혀를 내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고씨는 "원래 통배추 5포기 정도 살 예정이었는데 3포기만 샀다"며 "오늘 산 배추도 생각보다 성글지 않아 김치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며 접이식 끌차를 끌고 사라졌다.

경동시장에서 10년 넘게 배추 장사를 하는 송모씨(66세)는 "요즘 상품성이 좋은 배추는 부른 게 값이다"며 "원래는 이맘때쯤이면 매대에 배추를 가득 진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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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동시장
1.5배 오른 '金배추 쇼크'에 울상
크기 작고 찌그러진 배추만 보여
상품성 좋은 배추 구하기 힘들어
상인, 중국산 배추 공급에 부정적
배춧값이 지난해 대비 1.5배 오르며 '금(金)배추 쇼크'를 일으키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배추 사진=김동규 기자
"실하지도 않은 배추가 1통에 1만7000원이나 한다고요?"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80대 가정주부 고모씨는 혀를 내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고씨는 김장에 사용할 배추를 사기 위해 시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춧값에 김장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고씨는 "원래 통배추 5포기 정도 살 예정이었는데 3포기만 샀다"며 "오늘 산 배추도 생각보다 성글지 않아 김치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며 접이식 끌차를 끌고 사라졌다.

배춧값이 지난해 대비 1.5배 오르며 '금(金)배추 쇼크'를 일으키고 있다. 관계자들은 상품성 좋은 배추가 시장에 없어 배춧값이 뛰어올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중국산 배추를 대량 공급할 계획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상품성 좋은 실한 배추 없어"

이날 본지 기자가 방문한 경동시장에서는 야채상인에게 배춧값을 묻고 돌아서는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60대 가정주부 A씨는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실한 통배추 1포기가 1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만5000원이 넘는다"며 "통배추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배추 역시 가격이 1.5배 넘게 뛰었다"고 말했다.

배춧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5일 배추 1포기 소매가는 9383원이다. 이는 지난해(6193원)보다 51.51%, 최근 5년 평균(7217원)와 견줘 30.01% 상승한 수치다.

야채상인들은 배춧값이 상승한 이유에 대해 상품성이 좋은 배추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상품성이 좋다는 의미는 배춧잎이 많고 속이 묵직하며 모양이 이쁜 것을 일컫는다. 경동시장에서 10년 넘게 배추 장사를 하는 송모씨(66세)는 "요즘 상품성이 좋은 배추는 부른 게 값이다"며 "원래는 이맘때쯤이면 매대에 배추를 가득 진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송씨의 매대에는 배추뿐만 아니라 총각무와 얼갈이 등도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배추상 장모씨(59)는 크기가 작고 모양이 왼쪽으로 찌그러진 통배추를 본지 기자에게 보여줬다. 요즘 배추의 상품성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다. 장씨는 "예전 같으면 이런 것들은 밭에서 잘 올라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1통에 1만원씩 받고 팔고 있다"며 "평소 같으면 실한 녀석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잘은 녀석을 사야 하니 손님들은 아우성친다"고 말했다.

■"중국산 배추로는 배추 쇼크 못막아"

정부는 '금배추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7일 중국산 배추 초도물량 16톤을 도매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당장 중국산 배추를 거부하는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앞선 고씨는 "요즘 중국산 배추가 많다고 해서 배추를 살 때 몇 번이고 원산지를 확인했다"며 "중국에서 어떻게 키웠을지, 수입할 때 농약은 쳤을지 어떻게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상인 장씨 역시 "중국산 배추를 매대에 올려놓는 순간 손님이 끊길 것"이라며 "손님들이 국내산 배추를 원하지, 중국산 배추는 찾지도 않는다"고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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