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새 뱀잡이수리의 '반전 매력'

한낮의 열기 속에서도 뜨거운 대지를 성큼성큼 누비는 새가 있다. 뱀도 두려워 도망간다는 뱀잡이수리다. 길쭉한 다리로 사바나를 거닐다가 독사를 만나면, 날갯짓도 없이 발차기 한 방으로 제압한다. 독사의 맹독도, 날카로운 이빨도 이 새 앞에선 무의미하다. 겉모습은 고운 속눈썹과 깃털 장식으로 치장한 '비서' 같지만, 실상은 냉혹한 사냥꾼이다.
천적 따위 없는 '뱀잡이수리'

뱀잡이수리는 수리목에 속하지만, 생김새는 전형적인 맹금류와 거리가 멀다. 평균 키 1.3m, 날개를 펴면 2m를 넘긴다. 머리 뒤쪽에 검은 깃털 장식이 돋아 있어 서양식 깃털 펜을 귀에 꽂은 서기관처럼 보인다. 이 깃털이 비서처럼 보인다고 해서 영어 이름도 'Secretary Bird(비서 새)'다.
몸통 대부분은 회색이고 배 쪽은 흰빛이며, 날개깃은 검은색이다. 얼굴은 희고 눈 주변에는 붉은 피부가 노출되어 있다. 눈은 크고, 속눈썹이 유난히 길다. 마스카라를 한 듯 보여 처음 보는 사람은 모두 외모에 감탄하게 된다. 긴 속눈썹은 사막 같은 건조한 지역을 날아다니며 모래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뱀잡이수리는 일반적인 맹금류처럼 급강하하거나 공중을 선회해 먹잇감을 노리지 않는다. 주로 긴 다리를 활용하여 지상에서 걷거나 뛰며 사냥한다. 날 수 있음에도 걷기를 선호해, 하루 평균 20~30km를 걷는다.
둥지는 아까시나무나 가시덤불 꼭대기에 지으며, 잔가지와 풀을 엮어 만든다. 짝을 지으면 평생을 함께하는 일부일처제로 살아간다. 암컷은 보통 1~3개의 알을 낳고, 부화 기간은 42~46일 정도다. 성체는 천적이 없지만, 새끼는 다른 조류에게 위협받기도 한다.
뱀만 보면 발차기… '죽음의 탭댄스'라 불리는 사냥법
외모만 보면 유유자적하게 걸어 다닐 것 같지만, 뱀잡이수리는 이름 그대로 뱀 사냥 전문가다. 실제로 블랙맘바, 스피팅코브라, 이집트 코브라 같은 강한 독사의 천적 중 하나로 꼽힌다. 독에 내성은 없지만, 그 대신 발차기로 모든 걸 해결한다.

뱀을 만나면 곧바로 머리를 발바닥으로 수차례 가격한다. 머리만 살아 있으면 여전히 물거나 독을 뿜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밟는다. 머리뼈가 부서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이 모습이 마치 탭댄스를 추는 것처럼 보여 '죽음의 탭 댄서'라는 별명도 생겼다.
다리 길이는 30cm가 넘고, 피부는 두껍고 단단해 독사의 송곳니가 뚫지 못한다. 공격 방향도 남다르다. 상대가 지면에서 올라오지 못하면 위에서 옆차기, 또는 날면서 앞 차기를 구사해 머리를 정조준한다. 여기에 풍부한 깃털과 넓은 날개는 상대의 반격을 어렵게 만드는 보호막 역할까지 한다. 이후엔 긴 뱀을 꿀떡 삼키는 장면이 펼쳐진다. 때로는 되새김질을 통해 새끼 수리에게 전달된다.
수리류는 아니지만 힘은 수리급… 대형 포식자조차 피한다

뱀잡이수리는 수리과에 속하지만 전형적인 수리류와는 차이가 많다. 공중에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하지 않고, 시체를 파먹는 일도 하지 않는다. 이 독립적인 식습관과 체형 때문에 과거에는 수리류로 분류할지조차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새의 사냥 능력과 방어력은 어떤 수리보다 우월하다. 사자나 표범, 하이에나 같은 대형 포식자도 뱀잡이수리를 노리지 않는다. 잡기도 어렵고, 잡아도 살점이 적어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은등자칼 등 기민한 소형 포식자조차 뱀잡이수리를 공격하려다 반격당하는 일이 많다. 주요 먹이는 뱀이지만, 도마뱀, 설치류, 곤충, 새끼 새, 개구리, 토끼, 몽구스까지 먹는다.
야생에서는 평균 10~15년을 살며, 사육 상태에서는 최대 19년까지도 살아간다. 초원과 사바나에서 주로 서식하며, 세네갈에서 소말리아, 남아프리카 웨스턴케이프까지 넓게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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