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는 카페 두 곳 운영하고 있어요. 베이커리 카페요. 저랑 여동생 2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2호점 오픈은 오전 9시인데 아침 일찍 1호점에 가서 책 읽고 넘어가요. 일 끝나고 읽어도 되는데, 일 끝나면 너무 졸려서 집중이 하나도 안 되더라고요. 아침 일찍 나가니까 엄청 보람찬 느낌도 들고요. 간단하게 아침 먹고 커피 마시면서 책 읽는 게 아침 루틴입니다.

카페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려요. 바로 근처거든요. 원래 집은 포항인데 호주에서 커피랑 요리하다가 한국에 왔고, 둘째는 프랑스에서 빵 배우다가 한국에 왔죠. 해외파 출신이죠. 막내는 홍대 디자이너 출신이에요.

저희 매장은 '상록수 베이커리 파크'라고 하고요. 식물이 되게 많아요. 말 그대로 상록수죠. 식물이 빼곡히 차 있는 공간에 사람들이 놓일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까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오픈하게 됐어요.
밖이랑 안이랑 공간이 주는 느낌 차이가 확 다르거든요. 여기만이 줄 수 있는 공간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매장을 딱 나가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을 생각하고 있거든요.

여기 인테리어는 저희 3남매랑 아버지랑 같이 했어요. 아버지가 조경을 하시는데 식물을 배치하자고 한 것도 아버지 아이디어였고, 아이디어를 많이 주시죠. 나무의 따뜻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거를 추구하고 있다는 걸 2호점 가시면 또 느끼실 수 있습니다. 2호점은 오픈한 지 한 달 됐어요.

1호점이 잘돼서 오픈한 건 아니고, 1호점 하면서 모아놓은 돈들이 있었거든요. 공간을 하나 더 계약해서 거기서 빵을 만들어서 1호점에 보내려는 목적이었어요. 왜냐면 1호점은 주방 공간이 없거든요.
그래서 막 돌아다니면서 보고 있던 와중에 해리단길 가게를 만났죠. 면적 대비 월세가 되게 쌌어요. 원래는 센트럴 키친 같이 하려던 게 2호점으로 오픈하게 됐어요. 여기 1호점이 너무 잘 돼서 오픈했다기보다는 더 잘 되기 위한 투자였죠.

사업한 지는 2년 4개월 정도 됐어요. 커피는 강릉에 '테라로사'라고 하는 큰 커피 회사에서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조금 더 큰 물이 없을지 생각하는 와중에 호주의 멜버른이 커피로 유명하다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멜버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워홀을 하러 갔어요.

호주에서 바리스타로는 한 3년, 셰프로 한 1년 반 정도 일했어요. 호주 가서 배운 게 카페 문화가 일상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손님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인격체로 대해주는 거죠. 저는 그게 사람들한테 주고 싶은 가치였어요.
명절에 선물도 주고받고, 결국에는 이 사람이 감동받고, 저분도 마찬가지로 그런 감사함으로 또 누군가한테 마음을 전하는 게 결국에는 삶의 질을 결정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따뜻한 마음을 주고 싶어요. 이왕 살다 가는 거면요. 그런 거를 하는 카페가 없어서 사업도 시작하게 됐어요.

오늘 일과는 막내 동생 오면 같이 2호점으로 출근해서 2호점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갑니다.
1호점은 일 매출 40~50만 원 정도 나와요. 2호점은 80~90만 원 정도 나오고요. 1호점에 빵 수급을 위해서 마련한 공간이었는데, 2호점에 한 투자가 한 달 만에 바로 성과로 돌아왔어요.

2023년에 커피 대회에 나갔었는데, 3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엄청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그 대회는 예선 탈락하고, 다음에 대회가 하나 더 있어서 나갔는데 거기서 1등 한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내 노력한 거는 바로바로 결과로 오지 않지만 어떻게든 보상받는다는 걸 느꼈죠. 결국에는 저희가 여기서 몇 번이나 메뉴 바꾸고 인테리어도 더 추가하고 했던 것들이 2호점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견디는 시간이 진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준비한 것을 펼쳤는데 결과가 잘 안 나왔다고 거기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계속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얻는 것 같아요.

저는 둘째 대표인데요. 오후 6시 40분쯤에 와서 온종일 빵을 굽고, 다음날 분량을 준비하고, 반죽을 치 는 식으로 종일 만들고 있어요. 빵 굽는 게 실제로 아주 힘들어요. 들은 것보다 더 힘들어요.

오빠가 사업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원래 사업을 조금 천천히 할 생각이었어요. 근데 갑자기 가게 계약을 했다고 다음날까지 회사 정리하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없다고요. 그래서 엄청 급작스럽게 빨리 시작을 하게 됐죠.
결론적으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원래 고생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낫다고 하잖아요. 아버지가 매일 하는 얘기가 화살대가 하나가 있으면 잘 부러지는데, 3개가 모여 있으면 절대 부러지지 않으니 항상 뭉쳐있으라고 하시거든요. 그 얘기를 진짜 많이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너네 같이 하면 어떻겠냐고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저희끼리도 당연히 오빠가 커피하고 언니가 빵 하니까 나중에 같이 하자고 얘기했던 터라서 '싸워서 찢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것 같고 '지금이 때가 맞는가?'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과연 우리가 해도 될까?'라기보다는요.

3남매가 같이 일하면서 고충이라고 할 수 없는 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안 되는 거 같아요. 오히려 그냥 솔직하게 다 털어놓죠. 그래서 납득이 될 때까지 대화를 해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는 편이라서 좋은 점이 훨씬 많은 거 같아요. 그렇게라도 해결을 할 수 있고, 의지도 할 수 있어서요.
어떨 때는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아주 좋은 게 저희가 3명이에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투표를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항상 의사결정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원재료 사고 월세 내고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솔직히 남는 게 거의 없어요. 그 남는 거를 1호점에 투자하고 세금을 내면 진짜 없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월급이 성과급이라면서 10만 원 받고 있어요. 월급 없이 저희 가게니까 투자한다는 느낌으로 저희를 갈아서 하고 있죠.
월급이 없으면 뭔가 불안하고 '망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야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은 딱히 안 들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할 거를 은연중에 알고 있어서인지 딱히 불안하기보다 여기에 계속 내가 꾸준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게 플러스가 될 거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보니까 조금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손님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고 기쁨을 줄 수 있는 가게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꿈은 대한민국이랑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밀창고'에 왔다가 아니면 '상록수'에 왔다가 가면서 하는 얘기가 '내 카페, 빵집 경험은 밀창고 전과 후로 나 뉜다...'가 될 만한 가게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