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겨냥하는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이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2시간의 대서사시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파테 팰리스에서 열린 공식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호프’를 직접 언급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례적으로 영화의 구체적인 감상을 덧붙이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프리모 위원장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장르가 끊임없이 변주되고 바뀐다”며 나홍진 감독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연출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영화는 지금까지 영화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역사적 단면을 담고 있다”고 귀띔해, 단순한 장르물을 넘어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시사했다.
1970~80년대 비무장지대, 가려진 역사의 재구성

‘호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을 배경으로 한다. 마을 외곽에서 정체불명의 존재가 목격된 후, 마을이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 영화는 1970~80년대 한국의 특수한 시대적 배경을 녹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반공 정서와 냉전 체제 아래 가려졌던 실화 혹은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는 앞서 프리모 위원장이 언급한 ‘다뤄지지 않은 역사적 단면’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나홍진 전작 칸 초청 기록…역대급 스케일로 정점

이번 초청으로 나홍진 감독은 데뷔작 ‘추격자’(미드나잇 스크리닝)를 시작으로 ‘황해’(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비경쟁)에 이어 본인이 연출한 모든 장편 영화를 칸에 입성시키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경쟁 부문 진출은 감독 생애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약 5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호프’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국내 톱배우들은 물론, 할리우드의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부부가 합류해 글로벌 프로젝트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한편, 올해 제79회 칸 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한국 영화계에 더욱 특별한 해가 될 전망이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전 세계 거장들과의 경쟁 끝에 어떤 낭보를 전해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79회 칸 영화제는 오는 5월 12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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