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후보자라는 거울 [왜냐면]

한겨레 2025. 7. 1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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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율 | 대구가톨릭대 교수(철학)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 논란이 뜨겁다. 나는 일각의 무리한 비판에 맞서 청문회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편을 들어, 그가 현재 한국 교육을 책임질 적임자임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제자 학위 논문을 가로챘다는 논란이 있다. 자신이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이기 때문에 논문의 실질적인 저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주장했다. 그렇다면 제자의 학위는 애초에 왜 준 것이냐고, 이제 와서 제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자신의 살길을 찾는 치졸함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자의 석사 논문과 실험 조건부터 결론까지 무려 49%가 일치하는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자를 사랑했다는 역설적 증거가 아닐까? 제자의 오·탈자까지 살뜰히 복사하는 열정이라면, 그의 제자 사랑에 남다른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제자도 졸업시키고 자신도 연구비를 챙기는 생산적 윈윈 전략이었다고 좋게 볼 수는 없을까?

우리는 모두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사건을 기억한다. 온갖 비판에도 윤석열 정부 때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국민대와 숙명여대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학위를 취소하려 하는 희극에서 많은 사람은 양심과 상식을 내던지고 비루한 이익 추구 집단으로 전락한 한국 대학의 현실을 보았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솔직히 인정하려는 입장에서는, 이런 대학들을 아우르며 관리·감독할 교육부 장관으로 이진숙 후보자 만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발상을 전환하자. 22편의 표절 의심 논문을 쓰고서도 청문회에서 “지난 30년간 학자적 양심에 따라 학문의 진실성을 탐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배짱과 현실감각에서 우리는 새 시대의 연구 윤리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논문 표절 검증 시스템인 ‘카피킬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전문가가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융통성은 연구자들에게 큰 위안을 주지 않는가?

나는 또한 이 점에서 이진숙 후보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서울대가 보여준 약탈적 학술지 논문 게재나 자녀 논문 끼워 넣기 따위의 이른바 연구 부정을 서울대 복사 과정에서 ‘학계의 관행’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적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대학 위계 질서와 학벌 세습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우려도 이진숙 후보자라면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녀 조기 유학이 보여주는 진실은, 그가 한국의 줄세우기식 초중고 교육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직시하고 있었으며 국제적 대안을 모색할 줄 아는 감각의 소유자라는 증거가 아닐까? “불법인지 몰랐다”는 솔직한 고백에서는 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겸손을 본다. 교육 전문가도 교육법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는가? 5년간 총 15조원이 필요하다는 천문학적 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할 적임자는 정녕코 흔치 않은 것이다.

표절이 일상화된 대학, 정치적 눈치 보기에 급급한 총장들, 제자를 이용하는 교수를 이끌기에 이만한 대안은 없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진숙 후보자 같은 혁신적 인재가 필요하다. 틀에 박힌 기존의 연구 윤리, 구태의연한 지도교수의 책임, 경직된 표절 기준을 타파하고 새로운 학술 문화를 창조할 적임자다. 양심이 아니라 성공이 곧 정직함이고 고결함이라는 시대정신을 그는 너무나 잘 구현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진숙 교육부가 등장할 때 그의 수준에 맞추어 연구자이자 교수로서의 소임을 변경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진숙 후보자라는 거울을 보며, 세상 물정 모르고 원칙을 지켜가며 연구했던 고지식함을 동료들과 함께 통렬하게 자기반성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반어법임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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