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넘치는데, 사려면 없다”…한은이 본 고환율 이유

최인영 2026. 1. 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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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최근의 고환율 상황이 외화자금시장에는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실제 달러를 사고파는 현물환 시장에는 달러가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습니다.

한은은 어제(19일) 블로그를 통해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한은은 “외환시장에 달러가 풍부한데도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며 “달러 자금이 풍부해 빌리기 더 쉬워진 지금 상황을 외환시장 위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현재 외환시장을 ‘풍요 속의 빈곤’에 비유했습니다.

달러를 빌리고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낮은 이자에도 달러를 빌려주려는 주체가 많아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실제로 달러를 사고파는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를 사려고만 해서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원화를 담보로 주고 달러를 빌려서 사용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달러를 다시 돌려주고 원화를 받는 방식으로 ‘외환스왑’이 주로 이뤄집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화를 빌릴 때 금리는 약 연 2.4%(3개월물 기준)로, 미국에서 달러를 빌릴 때 금리인 연 3.6%보다 낮습니다.

적어도 이 차이인 연 1.2%만큼은 이자를 줘야 스왑 거래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양국 간 금리차보다 더 줘야 하는 가산금리가 존재합니다. 이 가산금리까지 더해져 산출되는 것이 ‘스왑레이트’입니다.

이 가산금리는 외화자금시장 내에서 빌려주려는 달러(공급)가 빌리려는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축소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확대됩니다.

한은은 “최근 가산금리가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 달러를 빌리기가 매우 쉽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은 “외화자금시장 내 달러 자금 공급이 최근에 풍부해진 건 우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과거에 비해 덜 매도(환전)하는 대신 외화예금으로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12월에는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수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을 더 늘리는 행태가 나타났는데, 이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습니다.

반면 현물환시장에서는 강한 달러 매입 수요가 형성돼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최근 몇 년간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높아진 건 한·미 간 금리 및 성장률 격차, 국내 금융자산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 등이 작용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지난해에는 외환 수급에 따른 변동 요인이 크다고 봤습니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경상수지는 1,018억 달러 흑자였지만, 같은 기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1,294억 달러)와 직접투자(268억 달러)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504억 달러)와 직접투자(63억 달러)를 압도했습니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약 80%가 주식이라 대부분 달러로 환전돼 해외로 나갔지만,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절반 정도만 원화로 환전되는 채권 자금으로 유입되면서 현물 시장의 달러 매도가 제한적이었다고 한은은 설명했습니다.

작년 4분기에는 개인과 기관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급증했지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 자금은 오히려 빠져나가며 불균형이 극대화됐습니다.

다만 한은은 최근의 외환시장 상황이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은은 “외환·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는 대외지급능력이 약화해 달러자금의 차입이 어려워질 때 발생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은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매우 풍부해 달러자금을 역사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환율 상승이 곧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는 근거 없는 비관론의 확산은 자본유출과 환율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요인을 개선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불균형을 완화해 환율에 대한 일방향의 기대 형성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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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기자 (in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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