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여왕의 마지막 길, 촌로의 죽음처럼 '관'을 보여 배웅하게 했다
엘리자베스 장례식 '런던 브리지 작전'
英 브랜드 재규어 개조한 운구차 사용
여왕이 생전에 직접 디자인까지 골라
유럽선 예전 '허스'라는 운구장치 이용
관을 보이게 하도록 얹는 구조로 제작
말이나 사람이 끌다 자동차로 바뀌어
과거 마을 장례식에는 관 숨기지 않아
모두가 세상 떠난 사람을 알기에 애도
그 이유로 여왕과 필부의 예식 같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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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여왕 운구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운구차는 영국의 재규어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
그런데 여왕의 시신이 밸모럴성을 나서는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관을 싣고 성을 나서 에든버러를 지나 공항에서 대기 중인 공군 수송기까지 가는 차량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를 개조한 운구차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소유권은 외국으로 넘어갔지만 엄연히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살아 있는데 외국 차량을, 그것도 독일의 차량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엘리자베스 2세는 2차 세계대전 중에 군에서 운전병, 자동차 수리병으로 복무한 전력이 있었고 자동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독일 차량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던 사람들에게는 다행하게도 잉글랜드에 도착한 후 장지까지 가는 마지막 길에는 영국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를 개조한 운구차가 사용되었다. 후문에 따르면 왕실은 이 운구차의 디자인을 두고 여왕에게 직접 상의했고, 여왕이 여러 후보 차량 중에서 직접 고르고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한다. 자신의 운구차 디자인을 정한다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많은 노인들이 영정 사진과 수의를 미리 마련해두는 것을 생각하면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여왕의 운구차를 보면 범상치 않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검은색의 고급 대형 차량을 운구차로 사용하는 일이 흔하지만 이런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관이 들어가는 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려져 외부에서 관을 볼 수 없게 해두었다. 과거에는 조문객을 태운 버스 뒤쪽 아래에 화물칸처럼 생긴 곳에 관을 넣어 운반했지만, 두 경우 모두 관은 드러나지 않게 꼭꼭 숨겼다. 장례와 무관한 사람들이 길에서 운전하다가 느닷없이 관을 보게 되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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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끌던 운구장치 ‘허스’ 프랑스 지역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허스(hearse). 옆에 붙은 손잡이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말이 끌지 않고 사람들이 직접 미는 방식이었다. |
한국어로 운구차는 말 그대로 ‘관을 운반하는 차량’이라는 뜻이지만 영어에서는 자동차라는 표현 대신 허스(hearse)라는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이 단어는 라틴어 헤르펙스(herpex)에서 왔는데, 이는 원래 논바닥 흙을 부수는 써레(harrow)를 의미했다. 이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건 농경사회의 장례 행렬에서 관을 마차에 실었다기보다는 말이 끌고 가는 써레를 닮은 별도의 장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지역에 남아 있는 오래된 허스의 경우 마차처럼 바퀴가 달려 있지만 사람이 끌게 되어 있고, 관은 그 위에 얹게 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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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자 랜도바 달린 마차 랜도 마차의 모습. 지붕을 지탱하는 S자 모양의 구조물을 볼 수 있다. |
하지만 운구차량(허스)에만은 여전히 부착된다. 문화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것이 장례와 관련된 예식,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는 필부의 장례식이나 여왕의 장례식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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