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뚫고 유산 올인했는데..코인 다단계사기는 2년째 '수사중'

"내가 제주도에서 제일 부자가 될 각오로 투자한다. 내 후배가 A코인 투자업체 제주 센터장인데, 그 친구는 제주시 인근에 200억원 들여 땅을 사고 건물 짓고 있다."
2018년 8월 제주도에서 사는 김모씨(59)는 오랜 지인인 B씨로부터 투자를 제안받았다. B씨는 한 사찰에서 2년간 인문학 강의를 진행한 강사였다. ㄱ씨는 서울에서 요양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경제력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김씨는 B씨의 소개로 A업체에 1억2000여만원을 투자했다. 부인과 자신의 명의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회사에서 따로 대출까지 받은 돈이었다.
A업체 대표 등 임직원들은 현재 서울경찰청에서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 사례와 같이 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불법 다단계 사건 검거건수와 인원이 늘었다.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탓에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고 가상자산의 특성상 추적이 어려워 수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가상자산을 활용한 유사수신·불법 다단계 사건의 검거건수와 검거인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1%, 61%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시·도경찰청 전문수사부서를 중심으로 집중수사를 진행했고 총책부터 단순 가담자까지 철저히 수사한 결과"라며 "적극적인 단속과 더불어 가상자산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가상자산 관련 각종 불법행위 피해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97% 감소했다"고 했다.

보통 유사수신 피의자들은 원금보장과 함께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영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익 활동을 하지 않아도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일명 폰지사기 수법을 활용한다.
또한 국내에서 다단계판매업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라 주된 사무소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 등록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불법 다단계조직은 이같은 조치 없이 유사수신 행위를 겸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한다. 과거에는 건강식품 등을 활용해 고령 피해자들을 유인했다면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가상자산 유사수신·불법 다단계 조직은 초기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한다. 초기단계에서는 지인을 통해 가입하는 게 대부분이다. 울산에서 A업체에 1억5000여만원을 투자한 C씨(59)는 2018년 8월 지인의 권유로 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다. 투자 설명회에 강사로 나선 사람은 울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이었다.
C씨는 "지역사회에서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며 "(A업체)도 초기에는 다른 코인 업체들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내걸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A업체는 전국에 10여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며 여러 차례 설명회를 개최했다. A업체 대표와 임직원들은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하며 회원으로 가입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월 5~15% 이익을 배당해 준다"고 설득했다. 투자자들은 회원 가입 후 가상화폐를 구입해 A업체 계좌(전자지갑)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A업체는 새로운 투자자를 가입시키면 소개비로 일정 수익을 보장해준다며 불법 다단계 형태로 운영했다. B씨도 남편의 유산 등을 이용해 1억5000여만원을 투자했다.
A업체는 초기 몇달간 이익을 배당하기도 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프로모션의 혜택을 높게 걸어 이익금을 다시 투자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한다. A업체에 투자한 김모씨와 C씨 모두 A업체 앱에 표시된 금액만 보고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외 크루즈 여행, 외제 차, A업체 주식 제공 등을 내건 프로모션에 속아 더 많은 돈을 투자했고 결국 이익금은 한 번도 인출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사수신 사건의 경우 피의자들이 노숙자 명의를 사용하고 전화도 대포폰인 경우가 많다"며 "영업을 담당하는 텔레마케팅 일당은 점조직 시스템이라 한 쪽을 알아내도 윗선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중피해 사기 사건의 특성상 피해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이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고 피해자의 진술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 다단계 조직의 경우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지점을 운영하면서 피해자가 전국에서 발생해 경찰이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사상 최대의 코인 유사수신 사건으로 불리는 '브이글로벌'사건은 경찰이 1년간 수사한 끝에 검찰에 제출한 서류만 36여만 페이지로 1.5톤 트럭 두대 분량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적인 피해와 규모를 파악하는데 3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피의자를 특정하기도 어렵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의자가 해외로 범죄수익을 은닉할 가능성도 있어서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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