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 상표 먼저 '찜'한 개인…'펭수·덮죽' 때와 다르다? [올댓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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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중요한 시대, MBN 디지털뉴스부의 '올댓체크'는 댓글과 여론 속에서 뜨거워진 이슈를 한 번 더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댓글창에는 "이런 건 개인이 선점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자기가 지은 이름도 아닌데 왜 남이 상표를 갖느냐", "부캉이는 전국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등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시는 어제(2일) 이달 중 '부캉이' 상표 출원을 추진하고 개인 명의 출원에 대한 심사 대응도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펭수나 덮죽은 A가 먼저 사용해서 알려진 이름을 B가 가져다 썼는지가 문제였다면, 부캉이는 이름 자체가 상표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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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상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은 북항의 이름을 따 '부캉이'라는 별명을 붙였죠. 보름 넘는 동안 부캉이를 보러 북항을 찾은 방문객만 약 64만 명이나 됐습니다.
인기는 행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부산시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명예홍보대사 위촉' 의견조사에는 8,200여 명이 참여해 91%가 찬성했고,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습니다.

그런데 위촉 나흘 전인 25일,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BUKANGI 부캉이'라는 상표가 개인 명의로 출원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출원인은 부산시도, 부산시설공단도 아닌 개인 박 모 씨. 파란 상어 그림 아래 영문과 한글 이름을 배치한 형태로, 키링과 머그컵, 의류, 봉제완구 등 40개 품목을 상표 사용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댓글창에는 "이런 건 개인이 선점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자기가 지은 이름도 아닌데 왜 남이 상표를 갖느냐", "부캉이는 전국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등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정말 '먼저' 출원하기만 하면, '부캉이' 이름의 주인이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남이 지은 이름이라도 상표 출원 자체는 할 수 있습니다.
상표권은 저작권과 다릅니다. 저작권이 창작물을 보호하는 권리라면, 상표권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구별해주는 이름(표시)을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상표법은 국내에서 상표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는 사람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이름을 직접 지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박성준 변리사는 "상표는 창작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며 기업 ‘애플’을 예로 들었습니다. ‘애플’이란 단어도 애플사가 만든 말이 아니라, 원래 있던 보통명사를 컴퓨터에 가져다 쓴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상표법적으로만 보면 부캉이라는 말이 특정인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어, 특정 상품에 쓰겠다고 출원하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상표법은 동일·유사한 상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먼저 출원한 사람을 우선하는 '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누가 처음 지었느냐보다, 누가 먼저 서류를 냈느냐가 출발점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먼저 냈으니 끝"은 아닙니다. 출원과 등록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상표권은 심사를 통과하고 설정등록까지 마쳐야 비로소 법적 독점권이 생깁니다. 현재 'BUKANGI 부캉이' 상표는 출원 뒤 심사를 기다리는 단계입니다. 이 출원만으로 박 씨에게 '부캉이' 상표권이 생긴 건 아닙니다.
만약 심사를 통과해 등록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표권자는 지정한 키링, 머그컵, 의류 같은 상품에 그 상표를 독점적으로 쓸 수 있게 되고, 부산시가 같은 이름으로 기념품을 만들면 권리 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지식재산처(옛 특허청)가 이 출원을 받아줄 것인가입니다.
부산시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시는 어제(2일) 이달 중 '부캉이' 상표 출원을 추진하고 개인 명의 출원에 대한 심사 대응도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과 함께 만든 이름을 공공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취지입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부캉이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태어난 명칭"이라며 "특정인이 독점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즐기고 키워가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출원주의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먼저 출원했더라도 법에서 정한 거절 사유에 해당하면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상표법 제34조는 ▲이미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진 남의 상표와 같거나 비슷한 상표 ▲유명한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상표 ▲다른 이의 상표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상표 등을 등록 거절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실제로 작동한 대표 사례가 EBS 캐릭터 '펭수'입니다. 펭수가 인기를 끌던 지난 2019년 11월, EBS와 관계없는 제3자가 '펭수'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펭수를 만든 EBS는 최초 출원보다 9일 늦게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원작자가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특허청은 이례적으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제삼자가 펭수 상표권을 획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근거는 상표법 제34조 1항 9호, 즉 이미 EBS의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제3자의 펭수 상표 등록은 거절됐습니다. 특허청은 이후 이를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상표를 출원해 등록이 거절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2020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포항의 한 식당 메뉴인 '덮죽'을 소개했습니다. 방송 이후 덮죽이 유명세를 타자, 메뉴를 개발한 식당 주인이 아닌 제3자가 2020년 7월 '덮죽' 상표를 먼저 출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방송 속 메뉴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덮죽덮죽'까지 등장하면서 표절 논란이 일었습니다.
원작자는 이번에도 늦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한 달 뒤인 8월에야 '소문덮죽', '시소덮죽' 등의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선출원주의대로라면 '덮죽'이라는 이름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특허청은 지난 2021년 8월 제3자의 '덮죽' 상표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원래 식당의 메뉴로 알려진 이름인 만큼, 다른 사람이 쓰면 소비자를 속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출원인은 이에 불복해 심판을 청구했지만, 특허심판원은 지난 2023년 4월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부캉이도 펭수나 덮죽처럼 거절될까요?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사례와 부캉이는 출발점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펭수는 EBS가 직접 만들어 방송과 사업에 쓰던 캐릭터였습니다. 누가 봐도 'EBS의 상표'였던 셈입니다. 덮죽도 포항의 한 식당이 개발해 실제로 팔던 메뉴였고, 방송을 통해 '그 식당의 메뉴'로 알려진 뒤에 제3자의 출원이 이뤄졌습니다. 두 경우 모두 이름의 주인이 분명했습니다.
반면 부캉이는 야생 상어에 시민들이 붙인 별명입니다. 개인의 출원이 이뤄진 9월 25일은 상어가 발견된 지 일주일 만으로, 부산시가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전이었습니다. 당시 부캉이가 부산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인식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부캉이는 유명하긴 하지만, '부산시의 상표'로 알려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부캉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주목합니다.
박 변리사는 "펭수나 덮죽은 상업적으로 먼저 쓴 주체가 있어 '남의 것으로 더 유명해졌느냐'가 쟁점이었지만, 부캉이는 그런 이름이 아니어서 이름 자체에 식별력이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식별력’은 소비자가 이름이나 표시를 보고 어느 업체 상품인지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성질을 말합니다. 고추장에 ‘고추장’이라고만 적으면 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느 업체에서 만든 고추장인지는 구별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펭수나 덮죽은 A가 먼저 사용해서 알려진 이름을 B가 가져다 썼는지가 문제였다면, 부캉이는 이름 자체가 상표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 변리사는 "여러 사람이 유행어처럼 써서 특정인의 출처로 보기 어렵다면, 이 사유로 거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캉이가 '특정 업체 브랜드'가 아니라 '누구나 쓰는 말'로 받아들여진다면 등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영두 변리사는 ‘김밥천국’을 예로 들었습니다. 김 변리사는 "김밥천국은 원래 상표로 받을 수도 있었지만, 여러 분식집이 다 쓰면서 누구 하나의 출처가 아닌 분식집의 대명사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캉이 역시 여러 사업자가 상품명처럼 사용하고 소비자도 이를 특정 회사의 브랜드가 아닌 일반적인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특정 업체의 상품을 구별해주는 기능이 약해져 등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러 사람이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등록이 거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상품에 사용하는지, 시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7호는 상품의 출처를 구별할 수 없는 상표의 등록을 제한합니다. 김 변리사는 현재 부캉이를 이 조항에 따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김 변리사는 "현재로선 등록될 가능성이 꽤 있다"며 "이 조항은 넓게 적용하는 조항이 아니어서, 여론에 따르면 안 해줘야 하지만 조문을 보면 해줘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름의 독점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더라도, 실제 등록을 거절하려면 법에서 정한 거절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단 시점입니다. 이름이 상품의 출처를 구별해주는 ‘식별력’이 있는지는 상표를 신청한 때가 아니라, 심사관이 등록 여부를 결정할 때를 기준으로 봅니다.
김 변리사는 "요즘 상표 심사는 1년 2개월에서 1년 5개월까지도 걸린다"며 "심사 때까지 화제가 이어지면 거절될 수 있지만, 그 사이 관심이 사그라들면 오히려 등록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심사하는 동안 부캉이라는 이름의 사용 방식과 소비자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화제가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 거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심사 시점에 특정 브랜드로 기능하는지, 여러 사업자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이름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다른 주체의 상표를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는 기준이 또 다릅니다.
이 조항은 '출원 당시'를 봅니다. 당시 부캉이가 이미 부산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인식돼 있었고, 출원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부산시에 손해를 입히려는 등의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면 등록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산시가 앞으로 부캉이를 공식 캐릭터로 홍보한다는 것만으로 이 조항에 따라 앞선 출원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출원 당시 이미 부산시의 상표로 인식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결국 식별력은 ‘등록 여부를 결정할 때’, 제13호의 요건은 ‘출원한 때’를 기준으로 각각 판단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법에서 정한 거절 사유가 인정돼야 등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공공기관의 대응 과제도 남겼습니다. 부캉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부산시설공단은 상표 출원이나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 동구는 '부캉이' 대신 별도의 상어 캐릭터와 이름을 공모해 상표를 출원할 계획입니다.
김 변리사는 "선출원주의를 택한 이상, 이런 일이 생기면 지자체에서 먼저 출원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변리사도 “선출원주의는 상표 사용 전에 침해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나라가 채택한다"면서도 "하지만 진정한 권리자가 아닌 사람이 먼저 출원해 최초 사용자의 권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리사는 별도의 금지 조항을 만드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 변리사는 "갑자기 유명해진 캐릭터 이름을 출원하면 거절한다는 식의 조항을 둔 나라는 없다"며 "현행 조항으로도 막을 수는 있어 제도에 구멍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펭수 때는 출원이 정말 많았는데, 이후 '부당하고 등록도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런 사례는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허청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선출원주의라도 부정한 목적이 있으면 등록을 받을 수 없다"며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부캉이처럼 '누구의 것'도 아니던 이름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경우, 그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이번 심사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지어 부른 이름 ‘부캉이’. 하지만 그 이름을 상품에 사용할 권리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논란은 누가 먼저 출원했느냐를 넘어, 함께 만든 이름을 어떻게 함께 활용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 최민성 기자 choi.mins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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