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유튜버 논란 민영삼 코바코 사장, 정작 선임 이유 모른다?
코바코 지분 100% 보유한 기재부, 임명 사유 안 밝히고 민영삼 선정
민영삼 지원서에서 "현 정부 국정 철학 이해"…정치권 경력 부각
이훈기 의원 "어떤 근거로 선정했는지 확인 불가…미디어 전문성 없어"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주주총회에서 낙하산·막말 논란이 제기된 민영삼 전 국민의힘 당대표 특보를 사장 임명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어떠한 의견이나 질의응답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정권이 극우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는 미디어 관련 전문성이 전혀 없는 민 사장을 임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민 사장은 지원서에서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오랜 정치 경험을 살리겠다”며 정치권 경력을 부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 받은 코바코의 7월31일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기재부는 민영삼 사장을 코바코 사장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바코 최대주주 기재부는 이날 임시주총에서 민영삼 전 국민의힘 당대표 특보를 코바코 사장 임명대상자로 선정했다. 민 사장과 함께 사장 최종후보에 오른 이는 이정혜 전 코바코 광고영업본부장과 김영호 전 KNN 이사다. 민 사장을 제외한 두 후보는 코바코 출신으로 광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사다.
기재부는 주총에서 민영삼 사장을 사장 임명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주총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코바코 경영관리국장이 사장 후보에 대한 이력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민 사장 이력에서 국민의힘 관련 경력은 빠졌다. 한양대·건국대 특임교수 이력과 함께 안철수 국민캠프 국민통합특보 경력이 소개됐다.
이사회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준안 코바코 전무이사는 “표결을 진행하고자 한다. 의안에 대해 주주의 질문이 없으면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했으며, 질문 없이 표결이 진행됐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지부는 민영삼 사장의 과거 막말 논란과 광고 전문성 부족 문제를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민영삼 사장은 사장 직무수행계획서에서 정치 관련 내용을 넣었다. 민 사장은 '코바코 운영방침' 항목에서 “공공정책대학원과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공공정책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현 정부의 국정철학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으며, '코바코 주요사업 계획 및 전략' 항목에서 “코바코를 제한된 업역으로 묶어놓은 관련 법제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오랜 정치 경험을 살려 국회와 관련 부처를 설득해 디지털 시대에서의 코바코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민 사장은 지원서에서 △광고 관련분야 논문발표 △연구 및 과제수행 주요업적 △관련분야 국가발전 기여 업적 △포상 실적 항목을 공란으로 냈다. '기타 업적 및 활동 사항'에 언론·광고 관련 내용은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특임교수·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뿐이며, 이들 활동 기간은 2년 남짓이다. 나머지 활동 사항은 방송인(정치·시사평론), TV조선 황금펀치 진행, 안철수 대선후보 공보특보, 민주당 당대표 언론특보, 민주평화당 대변인·최고위원, 국민의힘 당대표 특보 등이다.
이훈기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주총 회의록을 보면 민영삼 후보의 정치 경험을 언급할 뿐, 세 명의 후보 중 어떤 근거로 사장을 선정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결국 정권이 극우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는 미디어 관련 전문성이 전혀 없는 민 사장을 임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기재부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재부 출자관리과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양승광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지부장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주주가 기재부뿐이기에 사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주총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언제나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외부 전문가를 내려보내 내부 혁신을 하는 낙하산 인사도 있지만, 현재 공공기관 낙하산을 보면 전문성을 찾기 힘들다. 코바코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는데, 결국 정부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2021년·2018년 이백만·김기만 코바코 사장을 임명대상자로 선정하는 주총에서도 질문이나 의견을 남기지 않았다. 2021년·2018년 주총 의사록을 확인한 결과 복수 후보자가 코바코 사장으로 지원했지만 기재부는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결의를 제출했다.
민영삼 사장은 과거 종합편성채널 패널로 출연하면서 막말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민 사장은 2017년 TV조선에 출연해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해 “나쁘게 보면 여자가 너무 나댄다. 아주 그 사투리로. 이렇게 해서 좀 비호감일 수도 있다”고 평가해 논란이 일었다. 또 민 사장은 2020년 유튜브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배를 빠뜨렸나. 초기대응을 좀 잘못한 것 가지고. 뒤집어 씌웠다”고 했다.
논란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민영삼 사장은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의 면접 심사가 있었던 지난 6월14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이 몸부림치는 그런 것도 힘이 빠지는 거다. 개구리가 뒤지기 전에 다리 쭉 뻗는다. 이재명 대표는 금년 전기 국회 때까지 다리 쭉 뻗다가 찍 하는 그런 상태가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민 사장은 7월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당대표 하려고 알랑방귀 뀌고 거짓말을 한다. 위선자”라고 했다.
민영삼 사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포퓰리즘과 가짜뉴스 타파를 위해 당내에 전문가들로 구성한 태스크포스를 통해 과학적으로 좌파 세력의 공세를 분쇄하겠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년 총선에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해서 매진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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