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KTX, 가능할까?”…유럽-아프리카는 곧 해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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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프리카 연결 '지중해 해저터널', 40년 만에 첫 삽…모로코·스페인 경제지형도 뒤흔든다.

해저 터널로 제주까지 KTX 타고 가기!... 현실성은?
사진 : 픽사베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해저로 연결하는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모로코와 스페인을 잇는 ‘지브롤터 해저터널’ 건설 계획이 공식 재개되면서, 지난 40여 년간 공전만 거듭하던 이 프로젝트가 마침내 첫 단계를 밟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 대륙 간의 경제·외교 관계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21세기 판 실크로드”로 불릴 만큼, 대륙 간의 인적·물적 흐름에 중대한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가 연결된다.

모로코 북부 탕헤르(Tangier)와 스페인 남부 타리파(Tarifa)를 잇는 이 해저터널은 총길이 약 42km, 최대 수심 475m로 설계됐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직접 연결하는 인프라는 이번이 처음으로, 기존의 페리 운항 노선을 보완하면서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항구적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로코와 스페인 정부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관련 예산 160만 유로(한화 약 23억 원)가 투입된 상태다. 오는 2040년 완공을 목표로, 양국은 엔지니어링·지반 안정성 검토 등 고난도의 기술 과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브롤터 해협 전경

지정학적 파급력 ‘주목’…EU-아프리카 새 축 형성 기대

해저터널 건설은 단순한 양국 간의 연결을 넘어서,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 간 전략적 경제 통로로 기능할 전망이다. EU의 ‘그린딜’ 및 공급망 다변화 정책과 맞물리며, 북아프리카 지역을 새로운 물류·제조 거점으로 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APMAD 등 현지 싱크탱크들은 “모로코는 이미 유럽의 핵심 교역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번 터널 프로젝트는 그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의 젊은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유럽 산업계와 연결하는 통로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모로코 정부는 이번 터널 사업을 자국의 외교적 위상 제고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서 스페인·포르투갈과 함께 2030년 FIFA 월드컵 공동 개최를 확정 지은 모로코는 스포츠 외교에 이어 인프라 외교에서도 ‘소프트 파워’ 확장을 꾀하고 있다.

스페인 외무장관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는 “유럽은 아프리카와 더 깊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며 “모로코는 그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터널 프로젝트는 외교·문화·경제의 삼위일체 통합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파급효과는 뚜렷하다. 특히 양국 접경 지역의 관광·운송·물류 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해운사 발레아리아(Balearia)는 2025년부터 타리파-탕헤르 간 고속 페리 노선도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터널은 페리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재 역할을 하며, 교통수단 다변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터널 개통 시, 모로코는 북서부 아프리카 전체의 제조·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와의 무역 확대, 아프리카산 원자재 및 농산물 수송 등에 있어 실질적 경쟁력을 갖춘 연결축이 형성될 수 있다.

남은 변수는 ‘정치적 의지’와 ‘환경 이슈’

다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해당 해역은 지진 활동이 잦은 지역으로 분류되며, 해저 지형이 복잡해 유로터널보다 더 높은 기술 장벽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 단체들은 해저 굴착 과정에서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리스크 요인이다. 과거에도 스페인-모로코 관계는 사하라 사태, 이민 문제 등으로 수차례 긴장 국면을 겪은 바 있어, 양국 간 지속 가능한 신뢰 구축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저터널,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은?

해저터널은 우리나라에도 큰 이슈 중 하나다. 특히, 전라도와 제주도를 잇는 해저고속철도(가칭 '제주 KTX') 구상이 수년 전부터 검토되고 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 구상은 2007년 9월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가 '21세기 새로운 연륙교통수단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엔 17대 대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을 국책사업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2011년 국토교통부가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으나 경제성(B/C) 0.78로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총연장 167km, 해저구간 73km의 거대 프로젝트에 16조 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사업비가 걸림돌이었다.

이후 2016년 이낙연 전남지사가 제주 폭설 항공마비를 계기로 재추진했고, 2019년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22년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공약으로 검토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출처 : 인천투데이 목포-제주 해저터널 고속철도, 꿈과 현실]

윤재갑 전 의원실에서 주최했던 서울 - 제주 KTX 건설 토론회 포스터, 사진 : 윤재갑 전 의원

총연장 약 109.5 km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 터널은, 지브롤터 프로젝트보다도 긴 구간을 포함하게 된다. 완공 시에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약 3시간 내외로 단축되는 '대한민국 초고속 연결망'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주 KTX는 현실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제주 해저터널이 내수 관광 수요 회복, 물류비 절감, 지역 균형 발전 등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경제성 부족과 환경 훼손 논란, 제주 지역 사회의 반발이라는 현실적 제약도 지적하고 있다.

제주도는 특히 현재 제2공항 문제만으로도 10년 이상 도민 간 갈등이 팽배한 상황에서 제주 해저터널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브롤터 해저터널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의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로 부상하고 있다.

그 성공 여부는 향후 수십 년간 양 대륙의 경제·외교·환경 정책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된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터널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연결이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가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음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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