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핫팩 무장하고 “대~한민국”… 4년 만에 붉은악마 함성 울렸다

유재인 기자 2022. 11.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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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은) 당연히 한국이죠. 한국이 꼭 이길 거예요”

한국 대표팀의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가 열린 2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4년만에 ‘붉은 악마’로 변신한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린 월드컵 경기에 시민들은 빨간색 반팔티 대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이 거리 응원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유재인 기자

경기는 밤 10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경기 시작 3~4시간 전부터 붉은색 옷과 소품을 착용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오후 7시 광화문역에서는 빨간티를 입고 빨간 빛이 반짝이는 뿔모양 머리띠를 한 시민 40~50명이 광장 쪽으로 향했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의 이니셜 ‘H.M.SON’과 등번호 7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도 다수 보였다. 쌀쌀한 날씨에 태극기를 담요처럼 두른 시민들도 있었다. 메인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시민 10여명은 동그랗게 모여 ‘승리의 함성’ 등 역대 월드컵 응원가를 틀고 춤을 추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승빈(20)씨는 “오늘 오전에 명동 나이키 스토어에 가서 손흥민 선수 유니폼을 사서 입고 왔다”며 “한국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뿔 머리띠를 쓰고 얼굴에 축구공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광장으로 향하던 김모(25)씨도 “그동안 피곤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거리응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며 “이기든 지든 설렘을 가지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생긴 노점에는 붉은 악마 머리띠, 응원티, 수건 등을 팔았다. 광화문역 인근에는 이날만 특별히 공간을 빌려 응원 물품을 파는 곳도 생겼다. 오후 6시 반쯤 시민 15명 정도가 이곳에서 응원 용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에서 응원티를 팔던 최모(27)씨는 “오후 3시부터 응원물품을 팔고 있었는데 4시간만에 4~500명은 다녀간 것 같다”면서 “오랜만에 하는 거리응원이다보니 아직 실감이 안난다. 16강 진출하면 매장을 더 연장할 것”이라고 했다. 응원티를 구매한 박모(32)씨 부부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응원티를 사고 오늘 처음 산다”면서 “오랜만에 거리응원에 응원티를 입고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난다”고 말했다.

카타르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첫 조별예선 경기가 있던 24일 광화문 인근에 생긴 응원용품 판매점. /김광진 기자

이태원 참사가 있은 지 한 달도 안 돼 열린 대규모 행사에 경찰과 지자체, 주최측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꼼꼼히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 경찰관 41명, 기동대 8개, 특공대 18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광화문 광장을 5개 구역으로 나누고 곳곳에 안전관리요원 276명을 배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총 5개 구역의 총 넓이는 5600㎡이고, 1㎡당 2명, 총 1만 1000명만 입장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5개 구역 가운데 메인 무대와 가장 가까운 1구역의 경우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오후 6시에 이미 입장이 마감됐다. 현장에 있는 안전요원들은 통로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입장이 마감됐으니 뒤쪽 구역으로 가시라”고 연신 안내했다. 머리에 붉은색 LED 핀을 꽂은 임모(19)씨는 “6시쯤 광화문에 도착했는데, 돗자리를 사는 사이에 1구역 입장이 마감됐다”며 “여기도 앞쪽이긴 해서 열심히 응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들뜬 표정의 시민들 사이로 정복 차림의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통행로를 따라 2~3m 간격으로 배치된 경찰들은 수시로 호루라기를 불면서 시민들의 이동을 살폈다. 한 경찰관의 무전에서는 ‘사람들이 뭉치지 않게 하라’는 지시가 수시로 하달됐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도 광화문광장을 찾았다는 김진석씨(25)는 “그때보다 경찰이 많이 배치된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고 했다.

응원 구역 사이로는 비상 통행로가 마련됐다. 인파 사고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대기하던 경찰과 안전관리 인력이 이 통행로로 투입된다. 환자 대피 및 이송도 이 통행로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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