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더 빠지면, 싹 팔아서 다 가져갈텐데”…빚투 개미들 ‘반대매매’ 공포

허서윤 기자(syhuh74@mk.co.kr) 2026. 3. 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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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잔고 33조 역대 최대
이란전쟁 이후 미수금도 2배 늘어
5일 미수거래 강제처분 776억원
강제청산이 주가하락 ‘트리거’ 우려
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빚투’(빚내서 투자)가 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와 미수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주가 하락 시 강제청산(반대매매)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 가운데 아직 상환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이란 전쟁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3일부터 변동성이 확대되는 동안 이 잔고는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일정 기간 내에 갚지 못하면 주식은 강제로 청산되는데, 특히 급락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로 이어진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급증했다. 5일 기준 미수금은 2조1487억원으로 전쟁 발발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 자금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한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상환해야 하는 거래 방식이다.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3거래일째 강제 매각된다. 실제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4일 이후인 5일 강제 처분된 주식 규모는 7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달 27일 76억원의 약 10배 수준이다.

미수금 대비 강제청산 비율도 급등했다. 해당 비율은 5일 6.5%로 전날(2.1%)의 3배를 넘었고, 3일(0.9%)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상승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증시 상승기에 늘어난 빚투가 급락장에서 반대매매로 이어지며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수거래의 경우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전날 종가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으로 강제 매각될 수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일 기준 40조7227억원으로 2022년 말 이후 약 3년2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잔액은 3∼5일 사흘 사이 약 1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가운데 상당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하락장에서 반대매매가 늘 경우 지수 하락를 더 끌어내리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반대매매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더 떨어지면 신용 반대매매가 추가 하락을 부추길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 반대매매 물량이 장 마감 전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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