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라. 그러면 쉬는 동안에도 에너지가 소모되리라

솔직히 말해, 운동은 괴롭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꽤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일단 하루 일과를 소화하느라 잔뜩 써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다시 긁어다가 써야 하는 일이다. 이 부분이 가장 근본적일 것이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운동을 하려고 해도, 평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지 혼란스럽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아 따라하다 보면 곧 알게 된다. 흔히 효과적이라 말하는 운동들은 보통 일상에서 쓰지 않은 근육들을 골고루 쓰는 동작이 많다는 것을. 안 쓰던 근육을 쓴다는 것은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심리적인 이유도 있다. 운동을 하는 이유가 모두 같은 건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체중 감량, 몸매 관리 등을 목적으로 운동을 한다. 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지고, 그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기 쉽다.
강박이 심해지면 운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적당한 휴식이 병행돼야 운동의 효과가 제대로 나는 법인데, 그 휴식조차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소모되는 칼로리의 양에 자꾸 신경이 쏠리며, 어떻게든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이것들은 모두 운동을 ‘노동’, 즉 하기 싫고 힘든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이유이자 과정이다. 혹시 ‘오늘도 유산소 운동 1시간을 채워야 한다’라는 종류의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애프터번(Afterburn)’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
‘애프터번’, 개념 정확히 알아두기
애프터(After) + 번(Burn)이라는 단어는 직관적이다. 말 그대로, 운동을 마친 후에도 에너지가 타는(소모되는) 현상을 말한다. 움직이지 않는데도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건,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심박수부터 보자. 운동을 할 때 심박수가 높아지는 이유는, 온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혈액이 더 빠르게, 더 자주 돌아야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비상사태(운동)가 끝나고 나면 다시 상황을 정리하며 천천히 평상시로 돌아오게 된다.
평상시에서 비상시로 전환되며 심박수가 높아졌듯, 다시 평상시로 돌아오기 위해 심박이 점차 낮아지는 과정을 거친다. 운동 중 높은 심박수까지 올라갔다면, 당연히 심박수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데도 조금이나마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에너지 소모가 발생한다.
에너지 소모는 심박수 외의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운동을 하는 동안 신체는 전반적으로 높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근육에는 자잘한 손상들이 생긴다. 따라서 운동을 마친 후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추가적인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운동 후 산소 소비(Excess Post-exercise Oxygen Consumption, EPOC)’가 발생하는 이유다.
운동을 통해 근육에 축적된 젖산을 제거하는 과정, 높아진 체온을 다시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과정, 일시적으로 깨진 호르몬 균형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모두 추가 산소와 에너지를 요구한다.
운동이 강도가 높으면 젖산도 많이 쌓이고 체온도 높게 올라가며 호르몬 격차도 크게 나타난다. 문제가 클수록 바로잡기 위한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 법. 즉, 운동의 강도가 높을수록 애프터번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애프터번의 효과,
그리고 주목할 포인트
운동을 마친 후 발생하는 EPOC는 추가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즉,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일정 시간 동안은 운동 시작 전의 평상시에 비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뜻이다. 평소보다 큰 에너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축적돼 있던 체내 지방을 소진시킨다. 운동 강도가 높았다면 그만큼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체지방을 사용하게 된다.
운동으로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고 소모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과정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운동 강도가 낮았다면 금세 회복을 마칠 수도 있지만, 강도가 높았다면 며칠에 걸친 회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시간 동안 신진대사가 보다 활발한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높은 기초 대사량이 유지된다. 직접적인 예를 들자면, 강도 높은 운동을 마치고 나면 며칠에 걸쳐 평소보다 더 빨리, 더 자주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때가 중요하다. 회복 과정에 들어간 신체는 그만큼 더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을 포함한 필수 영양소를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소모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보통 배가 심하게 고프면 무엇이든 당장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허겁지겁 먹기 쉽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때 단순당이나 포화 지방이 높은 음식을 먹어버리면 고생 끝에 얻어낸 애프터번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된다.

애프터번 효과,
제대로 활용하려면
애프터번 효과는 사실상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운동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된다니, 그야말로 ‘꿀’ 아닌가. 이 보너스를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일단 ‘양적인 측면’이다. 운동 후 길든 짧든 애프터번 효과가 이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 그렇다면 그 효과가 가급적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다. HIIT는 심박수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법이다. 소모되는 에너지가 큰 만큼 당연히 회복에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운동법이기도 하다.
근력 훈련 역시 애프터번의 양적인 측면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근육은 손상과 회복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즉, 높은 강도의 근력 훈련을 하면 그만큼 많은 손상을 입게 되며,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자연스레 애프터번 효과가 길게 이어지는 것이다. 덤으로 성장한 근육은 평상시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기초 대사량도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애프터번을 ‘질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애프터번 효과가 길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100% 제대로 활용했다고 자부하기에 부족하다. 핵심은 ‘보급’이다. 애프터번 효과가 유지되는 시간 동안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하게 보충해줄 수 있다면 에너지 소모 효율 역시 최대로 높아질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공식’이 있다. 바로 운동을 마친 후 30분에서 2시간 이내에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것이다. 운동으로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는데 가장 시급한 자원은 바로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을 할 때는 근육 내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을 에너지로 끌어다 쓰게 된다. 소모된 글리코겐은 회복 과정에서 다시 채워지는데, 그 재료는 바로 탄수화물이다. 이때 복합 탄수화물을 보급해주면 보다 원활하게 글리코겐을 재합성해 보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땀을 흘리면서 잃은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분이 충분해야 전체적인 대사 과정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저강도나 중강도로 운동을 했다면 순수한 물을 마시는 편이 좋고, 고강도 운동으로 땀을 많이 배출했다면 이온음료로 전해질까지 보충해주는 것도 좋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하며,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