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OCI 통합] 임종윤 사장 '신주발행 금지 신청' 인용될까? [넘버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OCI그룹 통합의 쟁점이 될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낸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 대상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에는 나온다.

지난 6일 임종윤·종훈 형제와 한미사이언스 측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을 마쳤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심문이었다. 재판부는 이날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을 부여한 가운데 이달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 "부채 상환·경영상 필요" vs 임종윤 "긴급 자금 필요한 수준 아냐"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월 12일 이사회를 열어 OCI홀딩스에 643만4316주를 새로 발행하는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 실시를 결정했다. 금액은 2400억원 수준으로, 납입일은 다음달 30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5월 24일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을 포함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 물자 18.6%·신주발행 8.4%)를 확보하고,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지분 맞교환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월 17일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 통합에 반대하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제3자 대상 신주발행은 상법 418조에 따라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이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당할 수 있다. 다만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다.

만약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법령이나 정관에 중대한 위반이 있거나 불공정이 있어 주주의 이익, 회사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묵과할 수 없는 정도라고 평가돼야 한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낸 신주발행인지도 관건이다.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태에서는 신주발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결국 이번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의 쟁점은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경영권 분쟁 여부 등이 될 전망이다.

먼저 한미사이언스는 유상증자 목적에 대해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에 필요한 자금을 조속히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OCI홀딩스와의 경영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언급한 채무상환은 지난 2022년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떠안은 1300억원의 부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9월 2210억원 수준이었던 한미사이언스의 유동부채는 같은해 11월 한미헬스케어 합병 이후 347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유동부채는 3952억원이다.

아울러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 통합한 후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 판매망도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에 정면 반박했다.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 OCI그룹과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도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 1300억원은 이미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한 2020년 8월부터 시작됐다"며 "2022년 정기주주총회 당시에 임종윤 사장은 자발적으로 사임한 것이 아니라 사임 당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임종윤 사장 측은 앞서 부친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이후 송영숙 회장이 경영권을 추구하고 자신들을 경영권에서 배제하면서 회사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 있었기에 자신들을 배제한 채 이뤄진 통합 결정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SM엔터 등 기존 판례 살펴보니...

임종윤 사장은 이러한 이유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 SM이 카카오 대상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의결하자 당시 SM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SM은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 및 사업 확장'과 '긴급한 자금 조달'이라는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댔다.

이에 이수만은 "긴급한 자금 조달 및 사업 확장, 전략적 제휴 등을 포함한 경영상 필요가 없음에도 SM의 주주가 아닌 카카오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할 것을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수만 전 총괄의 주장을 인정해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신주 및 전환사채 배정·발행 의결은 SM에 대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이를 현실화한 행위로, 카카오의 SM에 대한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의 SM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긴급한 자금 조달 및 사업 확장, 전략적 제휴 등 SM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SM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등을 배제하고 카카오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SM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 보유에 충분한 여유가 있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SM이 신주 및 전환사채의 배정·발행 의결 무렵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카카오에 발행해 약 2172억 규모의 자금을 반드시 긴급하게 조달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수만 전 총괄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판례가 이번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도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 역시 판례를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먼저 '자금조달의 긴급성'이다.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 대상 신주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2400억원 중 10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1400억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 2400억원 자금 조달이 얼마나 긴급했느냐게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재무 상황을 보면 한미사이언스의 유동자산은 지난 2022년 말 2453억원에서 지난해 말 2739억원으로 늘어났고, 한미약품의 유동자산도 같은 기간 6942억원에서 7306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처럼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미약품 측과 임종윤 사장 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임종윤 사장 측은 신주발행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때 법원은 근거 중 하나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및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사들을 제외하고는 최대주주인 채권자(이수만 전 총괄)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그에 관한 협의를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수만 전 총괄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전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와 KCC의 경영권 분쟁 사례도 들여다볼만하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일반공모방식을 통해 주식 1000만주를 발행하려고 했고, 이에 반발했던 KCC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추진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 필요성에 부응한다기보다 기존 대주주와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KCC 측의 소명자료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KCC와 이수만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경영권 분쟁'에 공통점이 있다.

만약 임종윤 사장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신주발행이 막히면서 그룹 통합에 차질이 생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측도 그룹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임종윤 사장 측이 제시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주총 표 대결에서 임주현 사장의 경영권 장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법원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 없다고 보거나, 경영상 목적이 뚜렷하다고 보면 임종윤 사장 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신주발행은 상법 및 한진칼 정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KCGI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민태호 변호사는 "한미사이언스 측은 통합을 통해 주주와 회사에 전체적으로 이익이라는 점을, 임종윤 사장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 일어난 신주발행이라는 점을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