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육군의 최고 지휘관이 직접 한국 무기의 이름을 입에 올렸습니다.
그것도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니라 "K9"와 "Redback"이라는 구체적인 명칭을 콕 집어서 말이죠.
마이클 라이트(Michael Wright) 캐나다 육군 사령관 중장은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캐나다가 추진 중인 대규모 육군 현대화와 관련하여 캐나다와 한국 방위 기업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저 의례적인 외교성 발언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무기가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지까지 공개한 셈입니다.
북극권을 지켜야 하는 캐나다가 왜 하필 한국 무기에 눈을 돌리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협의가 K-방산 수출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면 그 그림이 꽤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것입니다.
캐나다 육군 사령관의 입에서 직접 나온 'K9'와 'Redback'
이번 발언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발언 주체가 다름 아닌 캐나다 육군을 총괄하는 사령관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라이트 중장은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캐나다가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육군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한국 방위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의가 오가고 있음을 인정했고, 특히 "K9와 Redback이 제안되고 있다"며 두 무기 체계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군 고위 인사가 외국 무기의 명칭을 이렇게 명확하게 거론한다는 것은 단순한 검토 단계를 넘어섰다는 신호로 읽히는 것이죠.

라이트 사령관이 강조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신장비의 납입 속도"였습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시간이 곧 전력이고, 시간이 곧 안보인 상황입니다.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5년, 10년 뒤에야 손에 들어온다면 의미가 반감되는 것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국 방산 기업들이 빠른 납기를 무기로 유럽 시장을 휩쓸어온 만큼, 이 부분에서 캐나다가 한국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캐나다가 다급해진 진짜 이유, M777의 빈자리
캐나다가 한국 자주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데에는 명확한 배경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캐나다는 자국 육군이 보유하던 M777 견인포 36문 가운데 4문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습니다.
게다가 M777을 운용하는 부대를 라트비아에 파병하면서 본토에 남아 있는 포병 전력이 눈에 띄게 얇아진 것이죠.
동맹국을 돕고 NATO의 동부 전선을 강화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옳은 결정이었지만, 그 대가로 캐나다 본토의 화력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캐나다는 일찍이 2022년 12월 시점에 한국 측에 K9 16~18문을 긴급 조달할 수 있는지 타진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 언론도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죠. 그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캐나다의 화력 보강 필요성은 단순한 긴급 보충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육군 현대화 사업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처
음에는 급한 불을 끄려고 한국 문을 두드렸는데, 이제는 아예 캐나다 육군의 미래 전력 자체를 한국과 함께 그려나가는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오타와에 도착한 한국 방산 대표단, 잠수함부터 자주포까지 풀패키지 제안
캐나다 현지 언론이 전한 내용을 보면 한국이 이번 협상에 얼마나 진심인지 확연히 드러납니다.
캐나다 일간지 'Ottawa Citizen'은 2025년 3월 "한국 대표단이 오타와를 방문해 자주포, 연습기, 다연장 로켓 시스템, 잠수함 등 무기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단일 품목이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였던 것이죠.
거기에 더해 "이 제안은 안전한 공급망뿐 아니라 캐나다 산업계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고, "한국제 시스템은 모든 기술에 액세스 가능하고 정비 거점도 국내에 설치된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 마지막 부분이 사실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무기 수출에서 가장 까다로운 쟁점이 바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인데, 한국은 캐나다에 기술 접근권을 열어주고 정비 거점까지 캐나다 국내에 두겠다고 약속한 것이죠.
미국제 무기였다면 미 국무부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에 걸려 절대 받아낼 수 없는 조건이고, 유럽 무기들도 핵심 기술은 본국에서 틀어쥐고 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 것입니다. 카니(Carney) 캐나다 총리도 선거 공약 속에서 자주포 조달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이 사안은 이미 정치권 한가운데로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또한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2025년 5월 "한국 기업 3사가 캐나다에 대규모 무기 시스템 구입을 제안해 왔다"며 "3월 초순에 캐나다 정부에 제출된 미승인 제안 내용이 밝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측이 제시한 핵심 품목은 잠수함 KSS-III, 자주포 K9, 그리고 다연장 로켓 시스템 Chunmoo였습니다.
잠수함부터 자주포, 다연장 로켓까지 이 정도 규모의 패키지를 단일 국가에 제안한 사례는 한국 방산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큰 그림입니다.
캐나다 육군 현대화의 거대한 윤곽, 100량의 자주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캐나다가 도대체 얼마나 큰 규모의 무기를 사려는 것일까요.
캐나다 군 관계자가 공개한 지상 전력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그 윤곽이 잡힙니다.
주력 전차는 대대 규모, 장갑 전투 차량 250량 이상, 다연장 로켓 시스템 24량, 자주포는 무려 80량에서 100량, 120mm 박격포 탑재 전투 지원 차량 최대 99량, 그리고 81mm 박격포 탑재 경차량까지 조달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자주포만 따져도 폴란드의 600량 이상에는 못 미치지만, 핀란드(208량)나 노르웨이(52량)와 견주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닌 것이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무기가 바로 'Redback'입니다. Redback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육군에 수출에 성공한 보병 전투 차량으로, 가혹한 환경에서의 운용 능력과 첨단 방호 성능을 갖춘 차세대 장갑 전투 차량입니다.
캐나다가 250량 이상의 장갑 전투 차량을 조달하려는 상황에서, 이미 호주에서 검증을 받은 Redback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K9 자주포와 Redback 보병 전투 차량을 패키지로 묶으면 캐나다 육군의 기갑·포병 전력 현대화의 양대 축을 한국이 책임지는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죠.
'K9는 북극권 방위의 정평 무기', 영하 30도에서도 끄떡없습니다
캐나다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북극권에 걸쳐 있는 나라입니다.
영하 30도, 영하 40도가 일상인 환경에서 작동하지 않는 무기는 캐나다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중앙일보의 영문판인 'Korea JoongAng Daily'는 2026년 4월 27일 "K9는 북극권 방위의 정평 무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 실적은 캐나다에의 매입에 있어서 큰 강점이 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K9는 영하 20도에서 영하 30도의 혹한에서도 확실히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한대 기후 국가들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된 부분입니다.

같은 보도에서 "캐나다에의 매입은 양국이 2026년 2월에 방위 협력 협정을 체결한 이후 기세가 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가 올해 초 체결한 방위 협력 협정이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 무기 거래의 토대를 다지는 작업이었음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노르웨이가 미국제 HIMARS를 마다하고 한국의 Chunmoo를 선택한 사례, 핀란드가 K9를 추가 도입하기로 한 사례 등이 모두 캐나다의 결정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죠.
NATO 동맹국들이 차례차례 K9를 선택하는 와중에 캐나다만 다른 길을 가기란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Hanwha와 Rheinmetall, 단 두 개의 이름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K-방산의 기세는 이제 유럽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뻗어 있습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 600량 이상, 터키 280량 이상, 핀란드 208량, 스페인 128량, 루마니아 54량, 노르웨이 52량이 도입 중이며, NATO 가맹국 다수가 사용하는 표준 자주포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연장 로켓 시스템 Chunmoo 또한 폴란드 290량, 노르웨이 16량, 에스토니아 6량이 도입 중이고 루마니아도 도입을 검토 중이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제 독일 시장 직접 공략, 즉 독일군 자체에 한국제 무기를 납품하는 단계까지 도전하고 있습니다.

중동, 동남아시아, 남미에서도 한국 무기의 판매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비견될 정도로 기세가 좋은 회사는 독일의 Rheinmetall 정도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양사의 공통점은 흥미롭습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자금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시장 투입 속도로 경쟁사를 압도해, 수주를 확대해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사이클이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양국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독일은 매우 엄격한 재정 규율을 완화하기 위해 헌법 개정까지 단행했습니다.
GDP 대비 1.0%를 넘는 국방 지출을 채무 제한 밖으로 취급하는 예외 규정을 만든 것이죠.
채무 대 GDP 비율이 60% 전반대인 독일은 사실상 "트리플 A 등급의 독일 국채로 시장에서 자금을 무제한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2026년부터 2041년까지의 방위 장비 조달에만 4,002억 유로, 약 683조 원을 쏟아붓는 상황입니다.
독일 방산업계의 기세가 굉장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캐나다라는 G7 국가가 한국제 K9와 Redback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더 나아가 KSS-III 잠수함과 Chunmoo까지 패키지로 검토 테이블에 올렸다는 사실은 K-방산이 이제 'NATO 시장의 단골 공급자'를 넘어 '서방 진영의 핵심 무기 공급국'으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캐나다 육군 사령관의 입에서 직접 'K9'와 'Redback'이라는 이름이 나온 이 순간이, 훗날 한국 방산 수출사를 정리할 때 또 하나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