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여성의 삶을 위해 새로운 판을 키우는 국내 펨테크 선두주자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기술을 만든다. 바야흐로 펨테크(Femtech) 전성시대.

해피문데이
김도진

터틀넥, 롱 셔츠 데무, 팬츠 자라, 코트 에오우스, 슈즈 마르지엘라.

만약 누군가가 월경의 영향을 받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해도 된다. 하지만 그게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다. 가임기 여성의 한 달은 월경이 좌우한다. 30년 넘게 약 한 달이라는 짧은 주기. 이 과정이 순조롭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호르몬을 비롯한 몸과 기분, 월경전증후군까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일상이 뒤죽박죽 변한다. 배가 아프고, 혈이 많아지거나 적어지거나, 이전엔 없던 배란통이 오기도 하고 정신적 불안감도 커진다. 김도진 대표는 이런 월경 생활을 역으로 이용했다. 월경을 경험으로 인정하고, 건강지표이자 헬스케어 출발점으로 바라본 것. 월경이 부끄럽거나 더럽거나 마냥 싫은 게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오히려 내 건강에 도움이 될 가치가 있다는 관점으로.  

월경을 ‘경험’이라고 표현하는 게 인상 깊어요. 생리대를 단순히 휴지 같은 기능성 제지용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여성 건강을 케어하는 제품으로 취급한다는 거죠?
월경을 경험하는 것이 수월해지면 다른 건강 고민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건강과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리대 하나 바꿨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경험한 분들은 분명 알 거예요. 패드로 인한 피부 고민이 줄고, 혹여 새지 않을까 고민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거나 편안한 착용감으로 더 자유로워지면 몸과 마음도 가뿐해지죠.  

여성의 인생에서 월경은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여성만이 사용하는 제품으로는 다른 것도 있어요.
국내 여성 중 약 90%가 월경 기간에 생리대를 사용해요. 그만큼 가장 보편적인 용품인데 몇 년 전만 해도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어요. 해피문데이가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를 선보인 다음 제품이 바로 유기농 순면 탐폰이었는데, 저희 제품이 당시 국내 탐폰 시장에서 6년 만에 등장한 신제품이었어요.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니즈가 많은 아이템이고, 많은 이들의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죠. 좋은 월경용품이 가져다 주는 경험의 변화, 월경용품의 다양성을 늘려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겠다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어 규모가 크지 않은 브랜드지만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유기농, 친환경, 유해 물질 제로를 앞세워 광고하는 생리대가 늘었어요. 소위 ‘대기업’이라 불리는 회사의 제품이 대부분이죠. 출시된 생리대 가운데 해피문데이 제품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한 가지만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요.(웃음) 저희는 국내 업계에서 시도하기 전부터 유기농 순면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기 위해 노력한 브랜드예요. 생리대와 탐폰을 출시한 이후 매해 식약처의 품질관리 기준 외 추가로 품질 검사를 진행해요. 사실 의무 사항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품질관리를 위해 사용자가 믿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온 거예요. 유기농 생리대 수요가 급증했을 때 이런 부분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소재에 대한 불신이나 공포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우리답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대신 모든 요소를 골고루 최선으로 고려해요. 우리는 다 다르고, 내 일상의 매일도 항상 똑같지는 않잖아요. 오늘 내 사용 상황에 맞는 월경용품을 충분히 탐색하고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거든요.  

탐폰도 그렇고 해피문데이 아이템은 재활용 가능 소재,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요. 몸에 좋은 제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도 이롭겠죠?
해피문데이가 ‘친환경 브랜드’라거나, 운영하는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서 친환경성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요. 거듭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여성 건강’을 최우선 가치이자 본질로 삼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제품 본연의 기능과 갖춰야 할 요소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선택을 해요. 환경과 건강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우리가 건강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환경 자체도 중요하니까요.  

해피문데이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정기구독’ 서비스인데, 단순한 일회성 구매를 넘어 정기구독 방식을 택한 이유가 뭘까요?
해피문데이가 하는 모든 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여성이 건강을 가꾸는 데 있어 무지에서 오는 불안, 체념에서 오는 불편을 해결한다’인데요. 월경구독 서비스는 월경이 시작됐는데 용품이 없어 곤란하거나 당황하는 순간을 줄이고, 월경용품을 대거 쌓아두었을 때 발생하는 불편함이나 문제를 간소화하기 위해 고안했어요. 저희 월경구독 서비스는 사용자가 입력한 ‘내 주기’에 맞춰 배송돼요. 저희가 처음 실행했고 특허도 보유하고 있어요. ‘헤이문’도 이 기술을 활용하는데, 헤이문은 월경용품은 물론 영양제 등의 제품도 취급하고 있어 주기에 맞는 건강 제품을 다채롭게 받아볼 수 있어요.  

‘헤이문’은 헬스케어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죠? 이전에도 월경주기를 기록하고 예측해주는 앱은 많았지만, 헤이문은 좀 더 소통하는 앱인 것 같아요.
헤이문이 월경주기를 예측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월경 주기 하나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죠.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하고, 수많은 정보 중 믿을 수 있거나 혹은 내게 맞는 내용을 가려내고, 제품을 비교하는 시간을 앱 하나로 단축하는 거예요. 헤이문의 모든 콘텐츠는 의료 전문가의 감수와 자문을 거치고, 쇼핑 탭에서 취급하는 제품 역시 의료 전문가와 여성 MD가 꼼꼼히 따지고, 써보고, 엄선해서 소개해요.  

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제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건가요?
예를 들어 질 분비물 상태도 월경주기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헤이문 투데이 탭에서 월경주기 중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인하고, 질 분비물 상태를 입력해 ‘고민해결 탭’에서 검색해보고, 퀵 테스트에서 질염인지 셀프 체크도 할 수 있죠. 이어서 쇼핑 탭에서 질염 테스트기나 질세정기, 질유산균 등을 구매할 수도 있고요.  

다이어트나 피부 미용처럼 좁은 영역에서 집중해 발달해왔기에 여성의 건강관리는 모든 여성의 고민이자 앞으로의 숙제일 거예요. 그 숙제를 푸는 ‘헤이문 유니버스’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 힘을 실어줄 여성 건강 앱’. 월경을 베이스로 몸과 마음 건강을 살피면서 일상을 주체적으로 사는 여성이 늘어나길 바라요. 내 상태를 잘 알고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선택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궁극적으로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고 싶어요. 여성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일상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지원하고 싶고요.  

대표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저는 동료들과 계속 더 많은 여성의 건강한 삶을 구현한다는 기업 미션을 성실히 이행할 거예요. 이 미션 안에서 품질이 좋은 다양한 제품, 서비스, 기능, 콘텐츠를 제공하며 성장할 거고요. 여기서 ‘더 많은 여성’이라는 표현에는 저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이용할 여성 수를 늘려가겠다는 포부를 담았어요. 더 많은 여성과 함께 더 쉽게 건강해질 다음과 그다음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루
이명진, 이아란

이아란 편집장 이너, 재킷 모두 이울라이, 팬츠 코스, 슈즈 자라. 이명진 대표 재킷 탈렌, 팬츠 리파인드902, 신발 컨버스, 반지 레끌라.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저서 <자기만의 방>에서 했던 말이다. 이후, ‘자기만의 방’은 다양한 곳에서 여성의 권익을 수호하는 은유로 사용돼왔다. 플랫폼 ‘자기만의 방’ 역시 마찬가지. 이명진 대표와 이아란 편집장이 이끄는 자기만의 방은 3가지 서비스인 ‘월경 다이어리’ ‘성 지식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제공하며, 얼마 전부터 탄탄하게 다진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머스 사업까지 확장했다. 방향은 명확하다. ‘여성을 자유롭게’. 모든 여성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지식을 얻을 때까지, 그들은 이 시대의 여성이 처한 문제에 천착한다.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낯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자기만의 방’은 월경부터 자위, 피임, 섹스 테크닉까지 ‘여성을 자유롭게’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성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에요. 콘돔 사용법처럼 대부분 아는 내용도 있지만 궁금해도 누군가에게 묻긴 어려운 것도 있죠. 시작한 이유는 단순해요. 세상엔 수많은 성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지금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식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을뿐더러 검색도 쉽지 않고요. 이런 게 궁금한 사람이 저희 말고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성 콘텐츠이기 때문에 자극적이거나 불쾌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무참히 깨부셨어요.
‘자기만의 방’의 일러스트가 편견을 부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아무래도 성적인 내용을 포함하다 보니 사진만이 정답은 아니더라고요. 보는 사람이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았고요. 이걸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했는데, 일러스트를 선택한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은유적인 표현보다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되, 그대로 표현해도 부끄럽지 않고,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으면 했어요. 흔히 외음부를 상징할 때 과일 위에 손가락을 얹는 등의 뻔한 사진들 있잖아요. 그런 이미지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죠.  

성 콘텐츠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은 너무 학구적이어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읽는 이가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을 정도의 재미와 유익한 정보를 담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콘텐츠는 효용이 있어야 해요. 콘텐츠를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아야 하고요. 웃긴 이야기가 아니어도 재미있다면,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되니까요. 재미라는 게 ‘진짜 웃기다’ 같은 즐거운 기분을 주는 재미도 있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또는 깨달음에서 얻을 수 있는 지적인 보람을 의미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또 하나를 알게 됨으로써 더 멋진 사람이 되었다는 보람과 기분을 선사하는 거죠.  

글과 그림 외에 ‘자기만의 방’의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은 다양해요. 예를 들면 음성으로 접근하는 사운드스케이프 같은 콘텐츠요.
흥미롭고 가벼운 콘텐츠는 ‘숏폼 영상’으로 만드는 등 주제마다 다양한 포맷으로 제작하려고 해요. 기술적인 부분을 결합한 방법도 구상 중인데, 앱에서 질문을 통해 얻어낸 답변으로 콘텐츠 피드를 구성하는 개별 맞춤형 큐레이션을 개발 중이에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등장하는 인터랙션 콘텐츠나 게임, 타로 카드 같은 형태가 될 수도 있죠. 점점 기능적 부분이 결합된 콘텐츠가 늘어날 거예요. 알리고 싶은 것,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것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려고 해요.  

아무래도 성이라는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제작 과정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많을 거 같아요.
콘텐츠를 읽었을 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분노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해야 해요. 희망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요. 되도록 저희의 생각은 많이 드러내려 하지 않아요. ‘세상이 불공평해’ 같은 말로 읽는 이에게 우울함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희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고요. ‘이 플랫폼은 이상한 플랫폼이야’라고 사회가 규정해버리면 누군가 우리 플랫폼에 관심이 있어도 다가갈 수 없잖아요? 사용자가 저희에게 믿음을 가져야 저희가 하는 말이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그래야 사용자도 저희 플랫폼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열심히 하고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편안한 안심을 줄 수 있다는 걸 계속 증명하려 합니다.  

필진의 이력이 화려한데, 혹시 앞으로 함께해보고 싶은 필진이 있나요?
지금 <선데이 루틴>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계획 중인데, 특정 여성의 주말 루틴을 조사한 뒤 일요일 루틴으로 표현하는 콘텐츠예요.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제인 버킨처럼 여성에게 커리어적으로 감흥을 주는 멋있는 사람이 그 대상이고요. 구상하다 보니 실제 인물을 직접 인터뷰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저희 플랫폼 사용자의 과반수가 20대 초반인데, 그들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와 함께 진행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영지?(웃음)  

섹스나 성생활은 여성과 남성 모두 배워야 할 콘텐츠인데, 혹시 이용자의 성별이나 연령대를 확장할 생각도 있나요? 청소년을 위한 서브 앱을 만들어볼 생각 같은?
당연히 하고 싶죠. 지금도 공익성을 띤 콘텐츠는 남성과 청소년 모두 볼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해요. 추후엔 남성을 위한 콘텐츠도 만들고 싶고요.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예요. 청소년을 위한 서브 앱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기본 얼개 정도만 짜놓은 상태예요. ‘자기만의 방’이 여성을 자유롭게 한 것처럼 더 많은 분이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확장해가고 싶어요.  

‘자기만의 방’의 특별한 점은 사용자와 제작진 간의 돈독한 사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님이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친구 같아요.
저희는 ‘자기’님들과 인스타그램 DM으로 대화할 정도로 관계가 돈독해요. 특정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도 자주 받고요. 협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아요. 아마 다른 곳에선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우리에겐 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예를 들면 사용자를 대상으로 ‘첫 자위’에 대해 묻는 투표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자위를 한 사람이 많았어요. 그분들은 나만 이상한게 아니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요. 실제로 저희를 가장 성장시킨 콘텐츠 역시 인터뷰 콘텐츠인데요. 저희가 직접 자기님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거나 촬영을 하기도 하거든요. 섹스 토이 인터뷰 같은 경우엔 인터뷰이 자기님의 집에 찾아가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콘텐츠를 많이 만들 거 같아요.  

플랫폼 ‘자기만의 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은 거실과 반대되는 개념이잖아요. 거실에선 늘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대신 자기만의 방에선 누군가의 눈치로부터 자유롭게,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거죠. 저희는 이런 공간이 모든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플랫폼 이름도 ‘자기만의 방’이라고 지었고요. 여기서는 모든 여성이 편안하고 자유로우면 좋겠어요.  

구글 플레이가 선정한 ‘2022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어요. 스타트업 오디션 ‘유니콘 하우스’에선 3등이라는 쾌거를 이뤘고요. 얼마 전부터는 커머스 사업도 시작했죠. ‘자기만의 방’이 지향하는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는 진짜 ‘방’을 만들고 싶어요. 오프라인에 저희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사실적인 공간요. 팬시하거나 럭셔리한 호텔은 아니겠지만, 정말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을 조성하고 싶어요.


단색
황태은

트렌치코트 리파인드902, 팬츠 자라, 슈즈 코아그먼트, 이어커프, 반지 모두 레끌라.

황태은 대표가 청소년일 당시 여성에게는 패드형 생리대 말고는 선택지가 적었다. 예민한 피부를 가진 황 대표 자매는 어머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면 생리대를 애용했는데, 사춘기 소녀가 사용하기엔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기능적 불편함이 컸다. 어느덧 그 소녀는 엄마가 되었다. 그의 옆엔 예민한 체질마저 쏙 빼닮은 딸이 생겼다. 자식을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황 대표의 어머니가 자매를 위해 면 생리대를 만들어주신 것처럼 그 역시 ‘딸을 위한 생리용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생리 기간에도 팬티 한 장만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렇게 아프고 힘든 일도 없을 텐데.”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현실로 옮긴 순간, ‘단색’은 그렇게 시작됐다.  

위생 팬티가 아닌 생리대와 속옷이 일체화된 팬티가 등장했다는 건 혁신적이에요. 기존의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거절이 일상이었죠.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흡수패드를 본드가 아닌 봉제로 박음질하려면 기존의 바늘과 다른 특수 바늘이 필요해요. 바늘구멍이 너무 커지면 샐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용 제작 바늘을 개발했어요. 이를 기반으로 전국의 여러 제봉 업체와 미팅을 했고, 가는 특수 바늘로도 5중 패드를 박음질할 수 있는 곳을 찾아냈죠. 흡수패드 역시 마찬가지예요. 단색만의 ‘고흡수 속건조’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 중인데, 이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숙명여대 산학협력단 덕분이고요. 협업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마침 대학에서는 연구한 기술을 실용화할 방법을 찾던 중이었고, 단색은 화학과 원단 분야의 전문 기술이 필요했으니 서로 ‘윈윈’한 거죠.  

다른 월경용품도 많잖아요? 왜 새로운 생리대가 아닌 새로운 팬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생리팬티? 그게 뭐야? 굳이 그걸 왜 만들어?”라는 질문이 바로 저희 제품이 가지는 의의라고 생각해요. 월경용품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원시적 형태라고 치부되던 다회용 월경용품에도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대안을 위한 대안’이랄까요? 1931년 탐폰, 1969년 접착식 일회용 생리대, 1980년 월경컵까지. 20세기 동안 단 3번의 변화만을 겪은 월경용품 시장에서 또 다른 대안이 되었으면 했어요.  

기존 월경용품과 달리 단색의 컴포트에어가 가지는 차별점이 있다면요?
단색의 컴포트에어는 체질이나 생활 패턴에 따라 비삽입형을 선호하고, 화학물질이 없는 제품을 원하는 여성에게 적합한 모델이에요. 그러나 단색의 제품이 모든 월경용품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여성에게는 패드형 일회용 생리대가, 또 다른 여성에게는 면 생리대가 최고일 수 있거든요. 체질이나 몸 상태, 기호에 따라 모두 다를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대안은 다양할수록 좋으니 어느 하나가 괜찮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월경을 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모든 여성의 월경 생활이 각기 다르니까요.  

소비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빠른 피드백을 수용하는 브랜드로 유명해요.
단색은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30일 이내 무료 교환&반품이 가능한 ‘웰컴키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피드백을 주시면 무조건 교환&반품을 해드리는 제품이죠. 이 세트를 판매한 후부터 제품 리뉴얼 방향이 더 섬세해졌어요. 흡수패드, 패턴, 박음질 형태 등 부분을 38회 이상 개선했는데, 직접 사용한 고객의 후기와 제안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모든 후기가 소중하겠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심장 수술을 하신 어머니께 속옷을 사드렸다는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수술한 뒤부터 약간의 압박만 느껴도 괴로워하셨는데, 저희 제품을 사용한 뒤 아프고 힘들지 않아서 좋다고 하셨거든요. 인류가 처음으로 속옷을 입은 이유는 위생과 보온 때문인데, 이런저런 기능을 더하다 보니 정작 속옷의 본질에서 멀어질 때가 많아요. 당시 제품 라인 확장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매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죠. 그런데 고객님의 후기가 고민하던 마음을 다잡아줬어요. ‘가장 좋은 속옷은 속옷에 신경 쓰지 않게 해주는 속옷이다’라고요.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았어요. 지난한 과정이었을 거 같아요.
사업이 구체화되며 ‘의약외품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바로 준비에 착수해 3~4년의 긴 시간이 걸렸어요. 일반 면 소재가 아닌 기능성 신소재라 더 많이 검증해야 했거든요. 제조 허가를 받기 위해 국내에 전용 봉제 공장을 세우고, 신물질 피부 독성, 질 점막 시험, 세포 독성 시험 등을 거쳤는데, 힘든 만큼 앞으로도 신제품, 신소재 품목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여전히 더 좋은 패브릭을 찾아 안전성 테스트 등을 추가로 진행하며 의약외품 품목허가를 받고 있어요.  

국내 생산이라는 것도 눈에 띄어요.
속옷은 피부에 바로 닿는 의류이고, 하의류는 더 예민한 부위에 닿죠.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재료를 찾고, 위생 상태를 제대로 갖춘 공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어요. 저희는 모든 제품을 100% 국내에서 생산합니다. 원단 발주 단계부터 저희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은 1공장에서 생산하고, 저희 공장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은 MOU를 맺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요. 덕분에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도 피부 타입별로 선택하도록 다양한 원단으로 제작할 수 있어요.  

불법 촬영 기기 탐지 보조 제품인 ‘단색 레드카드’를 선보이며 여성 사회문제에 대한 목소리도 꾸준히 내고 있어요. 속옷을 판매하는 브랜드임에도 ‘노브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요.
단색의 브랜드 목표는 단순해요. ‘모든 여성이 쉽게 건강해지는 세상’입니다. 지금은 언더웨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보여드리지만, 여성의 건강과 편안한 일상을 위해 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죠. ‘노브라’에 대한 의견도 마찬가지예요. 속옷을 선택할 때 주로 고민하는 게 편안함인데, 저희는 그 편안함을 보장하고 내세우는 브랜드가 되는 걸 목표로 삼거든요. 그래서인지 상업적 이익을 등한시한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편안함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거니까요. 실제 여성이 일상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긴밀히 살핀다면 ‘노브라’ 이슈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컬래버레이션에도 관심이 있나요?
동일 디자인 패턴의 브래지어 4종류를 원단 옵션으로 제작할 정도로 패브릭에 관심이 많아요. 인간의 몸은 피부로 덮여 있고 이 피부로 느끼는 게 원단이니까요. 그래서 기능성 패브릭을 접목해 기존 패브릭 제품을 재해석해보고 싶어요.  

‘단색’이라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단색’은 사업자 신고를 하기 전부터 ‘이게 필요해?’ ‘만들 수는 있어?’ ‘팔리기는 할까?’ 등 의심을 품으면서 시작됐어요. 그래도 믿고 포기하지 않으면 공감하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절대 타협해선 안 될 부분이 분명 있잖아요? 그 부분을 위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 그런 게 단색을 설명하는 한마디가 아닐까요?  

대표님과 단색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5년이 되었어요. 그간 제품을 100만 장 넘게 판매했고, 올 6월엔 평균 재구매율 60%를 달성했어요. 수치를 눈으로 확인하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제가 가는 이 길이 맞다고.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여성이란 고객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니까요. 다른 문화권의 여성이 문제를 느끼는 부분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을 참고할 수 있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할 거라 믿거든요. 더 많은 여성을 만나고, 저희 제품의 편안함을 전하는 동시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해온 것을 더 잘해보려고요.


세이브앤코
박지원

티셔츠 아르켓, 재킷 더룸, 반지 레끌라.

콘돔의 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콘돔은 명목상 피임 도구지만, 시판되는 콘돔 대부분은 남성의 만족에만 초점을 맞췄다. 게다가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도 드물다. 대다수 제품이 인체 유해 물질이나 무시무시한 화학 성분을 함유한다. 그 유해성은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무려 42배 치명적이다. 박지원 대표는 국내 최초로 콘돔의 원료와 제조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담기지 않았는지 낱낱이 살피는 주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사람이다. 보수적인 성 문화와 콘돔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안전한 콘돔을, 건강한 섹슈얼 웰니스를 지향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콘돔 사용률 최하위 국가입니다. 많은 사람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새로운 콘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해요.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우리나라 성 인식과 피임에 대한 의식 수준이 크다고 느꼈어요. 당시 제 나이가 29세였는데, 그때까지 콘돔을 구매한 적도 만져본 적도 없었거든요. 저 역시 피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관계를 맺고 있었던 거죠. 가장 놀란 건 우리나라의 낮은 성교육 수준과 피임 실천율이었어요. 콘돔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콘돔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여성 친화적이고 인체에 무해한 양질의 제품 또한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고요. 콘돔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피임 도구인데도 남성 소비자 중심으로만 제작, 출시되었죠. 브랜딩부터 패키지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톤까지요. 이런 부분이 ‘콘돔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 여성을 콘돔 시장에서 배제했다고 생각해요. 세이브는 남성과 여성 모두 거부감 없이 구입하고 사용하는 콘돔을 만듭니다. 물론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유해 성분은 제외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성분만을 사용하고요.  

온라인에서 비닐봉지로 피임을 한 뒤 임신 가능성을 묻는 청소년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청소년은 피임 기구와 멀어지고 있어요.
콘돔을 ‘성인용품’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문제예요. 게다가 ‘청소년 유해 키워드’로 분류되어 성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포털 사이트 내 검색 결과도 확인할 수 없죠.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실질적인 성교육이 부재한데, 포털 사이트에서의 정보 접근성도 제한되다 보니 올바른 피임법을 알 방법이 없죠. 성 건강에 대한 정보 열람에 연령 제한을 풀고 성인용품이라는 말 대신 ‘성생활용품’이나 ‘섹슈얼 웰니스 제품’ 등 올바른 표현으로 통용되어야 해요. 콘돔은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의료 기기’거든요.  

사업 초기, 섹스를 위한 상품을 만든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을 거 같아요. 투자받을 때 어려움도 겪었을 거고요.
그럼요.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금지 영역을 규정하는 조항에 성과 관련된 아이템이 모두 포함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예요. 한국은 아직 성을 마주하는 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인식이 있다 보니 여성이 성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아요. 지금도 성을 건강한 삶의 일부보다는 쾌락이나 금기의 영역으로 바라보고요. 저희 제품을 저급하다고 하거나 저희 브랜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죠. 불편하거나 민망하다고 대화조차 거부당하기도 했고요.  

반대로 미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더 빠르게 성공할 수도 있었겠네요?
미국은 확실히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이고, 피임 실천율이 높아요. 콘돔을 구매하는 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정도고요.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니 사업하기에 더 수월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국내 여성들에게 더 건강한 선택지를 주고, 성과 피임에 대해 자주적인 태도를 갖게 하고 싶었고요.  

콘돔이 인체에 유해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 주위에서 판매하는 콘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해 물질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라텍스 콘돔은 가공 과정에서 국제암연구소(IARC) 기준 2등급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류’가 발생해요. 2016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콘돔 27개 중 15개에서 검출될 정도고요. 또 딸기향 콘돔이나 야광 콘돔 등은 합성향료와 색소를 넣기 때문에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죠. 노녹시놀-9, 옥토시놀-9 등 피임률을 높이는 살정제 역시 유해 물질입니다. 정자뿐 아니라 질 내 유익균을 죽일 수 있고, 유익균이 감소하면 미생물 균형이 깨져 질염이 생기기도 합니다.  

콘돔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템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들었어요.
예를 들어 사정 지연제에 들어 있는 벤조카인은 혈액의 산소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특히 점막에 잘 흡수되는 특징이 있어 임산부나 수유부는 소량이라도 사용 시 주의해야 해요. 러브젤도 마찬가지예요. 수용성 러브젤에는 글리세린이 주로 함유되어 있는데, 글리세린은 주변의 수분까지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질 내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죠. 러브젤에 포함된 페녹시에탄올은 장시간 노출되면 자궁에 문제를 야기하며,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설사나 구토와 우울증 등을 유발하기도 해요.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상품인데 버젓이 유해 물질을 함유하고, 또 그것이 계속 판매된다는 게 놀라울 뿐인데요. 왜 크게 논란되지 않는 걸까요?
성과 관련된 주제는 껄끄럽고 불편한 주제, 더 나아가 부끄럽고 금기시할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다른 분야에 비해 관련 제품과 시장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게다가 전 성분 공개가 법적 의무화된 화장품이나 식품과 달리 콘돔을 비롯한 의료 기기는 전 성분을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제조사도 굳이 공개하지 않는 거죠. 우리가 화장품을 살 때 꼼꼼히 따져 유해 성분이 없는 안전한  제품을 구매하지만,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아요. 섹슈얼 웰니스 시장도 여성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유해 성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여성 친화적인 제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될 거예요.  

반면 세이브는 국내 최초로 전 성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요.
저희 제품은 동물성 단백질인 ‘카제인’을 넣지 않고 천연 라텍스로 만든 비건 콘돔이에요. 성감을 증진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 자극제, 색소, 향료 및 살정제, 니트로사민, 노녹시놀-9, 글리세린, 파라벤과 사정 지연제인 벤조카인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요. 라텍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불검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여러 번 세척하고 가공해 안전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불필요한 화학 첨가물은 배제하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안전 성분으로만 제작합니다.  

고체형 청결제나 윤활제에 크랜베리와 식물성 유산균을 활용한 원료 ‘크랜프로비’를 개발해 첨가한 걸 보고 제품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제품이든 안전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개발해요. 여성의 외음부는 일반 피부와는 다른 여러 특징이 있어 일반 보디용품과 차별화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거든요. 세이브는 pH, 오스몰 농도 등 외음부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필요한 원료만을 첨가합니다.  

‘레드닷’ ‘IDEA’ ‘iF’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의 디자인상을 비롯해 ‘2019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국무총리상 등 국내외 여러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어요.
기존의 콘돔과 달리 휴대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거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만든 틴케이스 패키지요. 콘돔을 처음 구매하는 소비자도 주저하지 않고 구매할 수 있게끔 유도해주죠. 콘돔이 구겨지거나 불필요한 마찰, 체온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혹시 모를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요.  

대표님과 세이브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저희 브랜드 이름이 세이브(SAIB)잖아요. 처음에는 성에 대한 편견(BIAS)을 뒤집는다는 의미에서 출발했는데, 생각해보니 여성은 생애주기 과정에서 다양한 편견과 맞닥뜨리게 되더라고요. 여성이 나이 들면서 겪는 신체적 변화와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고민을 해결할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