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기다린 완봉, 단 102구로 완성했다 양창섭이 롯데 타선에 건넨 '퍼펙트급 쇼크'

2018년 고졸 신인으로 프로에 입문한 뒤 꼬박 8년. 삼성 라이온즈 우완 양창섭이 마침내 데뷔 첫 완봉승의 문을 열었다. 2026년 5월 24일 사직구장, 그가 쏟아낸 102개의 공은 롯데 타선을 철저히 침묵시켰다.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장두성의 3회 우전 안타 하나만 아니었다면 KBO 역사에 퍼펙트게임이라는 새 페이지가 추가될 뻔했다. 스스로 "4이닝 1실점이 목표였다"고 고백한 투수가 완봉으로 사직을 정복한 날, 삼성은 10-0 완승으로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하며 시즌 28승 1무 18패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양창섭은 2018년 삼성에 입단하며 '고교 천재 투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프로 무대에 올랐다. 뛰어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부상과 기복 있는 성적으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지만, 그 어떤 시즌에도 완봉이라는 결과물은 그의 이력서에 없었다. 입단 후 9년째가 되는 2026 시즌, 양창섭은 시즌 초부터 선발과 중간 계투를 넘나드는 멀티 롤을 소화하며 조용히 역량을 쌓아왔다. 그 자신도 "시즌 전부터 선발이면 가장 좋겠지만, 불펜으로 가더라도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을 만큼, 보직에 대한 집착보다 자기 성장에 방점을 찍은 시즌이었다. 이날 등판 역시 직전 등판 이후 휴식 기간이 길었던 덕분에 체력적 부담 없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시즌 목표도 단출했다. "90~100이닝을 던지는 것." 거창한 목표보다 현실적인 이닝 소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고, 그 차분한 접근이 역설적으로 이날의 완봉으로 이어졌다.

이날 양창섭의 피칭 라인은 KBO 기록지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9이닝, 1피안타, 0볼넷, 0몸맞는공, 6탈삼진, 0실점. 총 투구 수는 102개. 이는 KBO 통산 143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삼성 투수로는 2025년 7월 아리엘 후라도의 KT전 완봉 이후 약 10개월 만이며, 삼성 소속 한국인 투수로는 2020년 9월 최지명(현 최채흥)의 LG전 완봉 이후 무려 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최고 구속 150km의 직구를 토대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유기적으로 배합하며 롯데 타선을 9이닝 내내 압도했다. 특히 3회 장두성의 우전 안타를 제외하면 단 한 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압도적이다.

타선도 선발을 든든히 받쳤다. 1회 구자욱이 풀카운트 8구째 150km 직구를 공략해 125m 비거리의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잡았다. 이 홈런은 구자욱 개인 통산 1700안타 달성과 맞물린 장면이기도 했다. 2회 이재현의 희생 플라이로 3-0, 7회 집중 타격으로 6-0, 8회 무사 만루에서 4점을 추가해 10-0으로 쐐기를 박았다. 팀 전체 안타 수는 13개. 양창섭 혼자 마운드를 책임지고 타선 전원이 도운 이상적인 팀 승리였다.

양창섭이 "4이닝 1실점이 목표"라고 말했을 때,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그의 실제 인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투수에게 '완봉'은 애초에 계획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완봉은 이닝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선물에 가깝다. 이날 포수 장승현이 "1회부터 공이 워낙 좋아 공격적으로 가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듯, 완봉의 실마리는 이미 첫 이닝부터 잡혀 있었다. 양창섭은 코치진의 확인에 "괜찮다"고 답하며 9회 마운드에 올랐고, 결국 황성빈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경기를 닫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퍼포먼스가 단순한 '운 좋은 하루'가 아니라는 점이다. 102개라는 투구 수는 완봉치고도 효율적인 수치다. 무사사구라는 결과는 컨트롤 능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다구종 구사력과 포수와의 배터리 호흡이 맞물려 나온 필연에 가까운 완봉이었다. 이런 경기를 해낸 투수에게 시즌 목표가 단지 '90~100이닝'이라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당장 이날 완봉 하나로 그의 이닝 소화 가능성에 대한 팀 내 신뢰는 분명 한 단계 올라갔을 것이다.

삼성이 시즌 선두를 질주하는 시점에 에이스급 선발 한 명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타팀에게 대단히 불편한 신호다. 양창섭이 멀티맨을 넘어 로테이션의 축으로 자리 잡는다면, 삼성의 후반기 경쟁력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날 경기 이후 "드디어 양창섭의 시즌이 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터진 완봉승이기에 감동의 무게가 더했고, 박진만 감독이 "오늘은 양창섭 선수의 인생투"라고 표현한 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8년 전 사직 구장 어딘가에서 신인 양창섭을 처음 봤던 팬이라면, 오늘 이 완봉승이 얼마나 오래 기다려온 장면인지 알 것이다. 이날 경기 당일에도 아내 박정민 씨는 절을 찾아 기도를 올렸고, 양창섭은 그 사진을 경기 전에 받아보며 마운드에 올랐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원과 8년의 인내가 102개의 공 속에 녹아 있었다. 이제 그가 '아픈 손가락'이 아닌 '완봉 투수'로 불릴 자격을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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