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는 제 생일마다 짧은 편지를 적어 선물과 함께 건네주셨습니다. 결혼하고 이십 년 동안 한 해도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어느 날 시어머니 댁 정리를 돕다가 오래된 서랍 하나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 든 것을 보고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해마다 받은 편지
시어머니의 편지는 늘 몇 줄 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수고 많았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짧은 인사였습니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인사라고 생각하며 서랍에 넣어 두기만 했습니다. 고부 사이가 늘 편하지만은 않았기에 더 그렇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마다 편지를 받는 날이면 마음 한쪽이 조금 따뜻해졌습니다.

서랍 속 초안 뭉치
시어머니 서랍에는 구겨진 종이가 한 뭉치 들어 있었습니다. 모두 제 생일 편지를 쓰기 위해 여러 번 고쳐 쓴 초안이었습니다. 어떤 해에는 다섯 장 넘게 쓰고 지운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지워진 문장 사이로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몇 번이고 적혀 있었습니다. 짧은 편지 한 장에 그렇게 많은 마음이 담겨 있는 줄 몰랐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진심
저는 초안 뭉치를 들고 시어머니께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쑥스러워하시며 말로는 표현이 서툴러서 글로 전했다고 하셨습니다. 서운하게 한 일이 있어도 차마 사과를 못 해 편지에 담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몰랐던 마음이 미안해 시어머니 손을 꼭 잡았습니다. 올해는 제가 먼저 시어머니께 편지를 써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부 사이에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 쌓여 있을 때가 많습니다. 서툰 표현 뒤에 숨은 진심을 알아보면 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오늘은 가족에게 짧은 편지 한 장을 써 보시면 어떨까요. 말로 하기 어려운 마음이 글을 통해 따뜻하게 전해질 것입니다.
Copyright © 나를 돌보는 마음습관